인천 부평구문화재단(대표이사 이영훈)은 6월부터 대중음악평론 웹진 이즘(IZM)과 한국 대중음악 역사와 함께한 인천·부평 아티스트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라는 타이틀의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부평구문화재단은 지난 3월 대중음악평론 웹진 이즘(IZ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부평구 예비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의 지속가능한 대중음악 생태계 기반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음악 중심 문화도시 부평 MEETS 시리즈>는 인천·부평을 대표함은 물론,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대의 아티스트를 선정한다.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은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 밴드>를 거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홍이삭이다. 5일 서울 마포구 '빅퍼즐문화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편집자말]
 6월 5일 서울 마포구 빅퍼즐문화연구소에서 만난 홍이삭은 개봉 예정인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의 음악감독이자 주연을 맡았다.

6월 5일 서울 마포구 빅퍼즐문화연구소에서 만난 홍이삭은 개봉 예정인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의 음악감독이자 주연을 맡았다. ⓒ 유어썸머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봄아'로 동상을 수상했지만 홍이삭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2015년 발매한 싱글 '하나님의 세계'다. 버클리 음대를 휴학하고 부정교합으로 수술을 앞둔 상황에서 써내려 간 이 곡으로 그는 엠넷 예능 프로그램 < 너의 목소리가 보여 >에 출연 제의를 받게 된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홍이삭을 CCM 가수로 인식하지만, 그는 이 시기를 '엇나가지 못하는 착한 사람이었던 시절'이라 정의하며 음악에 대한 현재진행형 고민을 털어놓았다.

"'하나님의 세계'는 제가 기독교 환경에서 오래 자라서 나온 곡이에요. 부정적인 의미는 전혀 없고요. 제 삶, 삶의 방식, 생각하는 방향, 가치를 두는 부분, 사람을 대하는 태도 모두가 기독교의 환경에 속해 있었던 거죠."

"그렇게 살아오다 부정교합 때문에 수술을 하게 됐는데 그 당시 굉장히 힘들었어요. 부모님과 주변인들이 제게 미안해하는 모습도 좋지 않았고, 다시는 노래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그 때 스물 다섯까지 살아온 저의 철학과 삶의 방향, 생각의 과정을 정리하고자 만든 곡이 바로 '하나님의 세계'에요.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 철학과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죠."


때문인지 가장 최근 발표한 싱글 '네가 없는 하루'에서 홍이삭은 편안한 피아노 선율 위 대중적인 발라드를 노래한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나도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노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할까'를 강조하고자 했다"며 곡을 설명한 홍이삭은 노래할 때의 중심을 본인 아닌 대중에게 두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더 잘 들어주실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털어놓았다. 동시에 종교적 세계관과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의 노선도 다를 것임을 은근히 예고하기도 했다. 

"20대 후반부터 고민을 해왔어요. '하나님의 세계' 이후 많은 CCM 쪽 관계자 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신앙의 영역으로는 훌륭하나 음악의 방향으로는 저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거든요. 과거가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다음을 바라보고 고민하는 과정인거죠. 영화음악도, '네가 없는 하루'도요. '하나님의 세계'가 진정한 저를 들려주겠다는 마음이었다면, '네가 없는 하루'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께 닿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 곡이에요."

"저는 저 자신을 '학습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부모님께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세요. 그리고 아주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어요. 성가대도 하면서 교회 생활을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주위 분들이 원하시는 대로 올바르게 잘 자라고 싶었고 잘 배우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지금 사람들이 저를 올바르게 봐주시지만 반대로 저는 엇나가지 못하는 게 답답하기도 해요. 음악을 하게 된 것도 제게는 '분출'의 의미가 있었어요. 올바른 이미지, 학습의 과정을 벗어나고 싶어서 다양한 시도를 더 고민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홍이삭은 꾸준히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넘고싶어한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함께 무대에 올랐던 신인 시절, 긴 무명의 끝에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한 '하나님의 세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를 거쳐 영화 음악까지 계속해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것이 갈팡질팡하며 자신의 길을 찾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겉으로 그렇게 보실까봐 걱정이지만 저는 확실히 제 길을 찾아가고 있어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깊이와 폭을 넓히고 싶어요"라 말한 홍이삭은 인터뷰 내내 '새로움'과 '발전', 그리고 '과정'의 어휘를 꾸준히 반복 사용했다. "음악하는 사람으로 자리를 잡은 지금을 어떻게 다져 놓아야 계속해서 더 좋은 음악을 오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많은 생각 속 굳은 다짐이 보였다. 

"<슈퍼밴드>는 가만히 있어도 저를 털어낼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죠.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자신의 한계를 좀 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래서 '너와 함께'라는 곡을 가장 좋아해요. 2라운드 3라운드와 달리 4라운드를 준비하는 동안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음악을 들어보며 표현과 방향을 이 쪽으로 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렇게 제 자신을 다 <슈퍼밴드> 이후 오히려 기타를 더 배제하게 된 것 같아요. 피아노를 더 많이 치고 있죠.

제가 부르기 편한 노래, 잘 부를 수 있고 표현도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은게 요즘 마음이에요. 대중이 제게 원하는 것과 제가 지향하는 것의 중간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랄까요. 우선은 기타를 내려놓고자 합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깊이와 폭을 넓히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셨으면 해요. 기본적으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자세를 벗어나고 싶어요. 곡 작업할때도 피아노와 기타 비율을 반반으로 가져가고 있거든요."

 
 <슈퍼밴드> 출연 후 음악 세계를 고민하는 홍이삭은 자신의 틀을 깨고 싶어한다.

<슈퍼밴드> 출연 후 음악 세계를 고민하는 홍이삭은 자신의 틀을 깨고 싶어한다. ⓒ 유어썸머

 
지난해 12월 홍이삭은 두번째 EP <놓치고 싶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발표했다. 2008년부터 작곡해온 곡들을 모은 앨범은 어쿠스틱 위주의 소박한 편성으로 그의 음악 세계를 천천히 들려주는 작품이다. 홍이삭은 앨범에 대해 "내가 왜 이 곡을 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틀을 깨지 못한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나 자신을 위로했던 과정을 담아 갈무리하는 의미가 있었죠."라 앨범을 정의했다. 동시에 '과거보다 현실이고 싶은 마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올해 홍이삭은 영화에도 도전한다. 학교 선배 심찬양 감독의 영화 <다시 만난 날들>(가제)의 주연과 음악 감독을 맡아 연기에 도전했고 현재는 마무리 작업 중이다. 심찬양 감독은 2017년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어둔 밤>으로 최고 영예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을 수상한 기대주다. 홍이삭의 학교 선배인 그는 홍이삭의 음악을 소재로 하여 <다시 만난 날들>의 시나리오를 썼고, 음악 감독을 맡길 생각이었던 홍이삭에게 주연 배역까지 제안했다.

"이 영화와 음악에는 저의 20대 초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어요. 기타치고 노래하던, 지금보다 훨씬 날 것이던 시절의 음악이죠. 그렇다고 감독님께서 아마추어 느낌을 바라진 않으셨어요. 어쿠스틱 기반이지만 꽤 마니악한 음악을 했던 시절의 저를 주문하셨어요.

습작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항상 발전하고 싶고 지금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벗어나고 싶은, 잊고 싶은 모습의 저를 영화 음악에 담아야 했죠.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어린 시절의 저를 데려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홍이삭에게 인천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그는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부산, 포항 등 다양한 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아버지의 전근으로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도 거주한 바 있다. 매년 방학 때마다 항상 인천으로 돌아와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현제 제물포 쪽에서 거주하고 있다. 

"인천이라는 도시를 속속 찾아다닌 건 굉장히 최근의 일이에요. 동인천의 헌책방거리, 차이나타운, 근대화거리 등을 다녀보면 낮은 건물들, 그리고 예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줘요. 정제된 느낌은 아니지만 인간미가 있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좋은 곳들도 많이 있어요. 언젠가는 음악의 소재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평소에 서울을 너무 자주 오고 인천은 잠깐만 머무는 곳이라 그 점이 스트레스기도 합니다. 재난지원금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웃음)."

* 기획: 부평구문화재단 신현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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