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 3일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연구실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후 정 교수는 압수수색 전에 연구실에서 가져갔던 업무용 PC를 검찰에 임의 제출했습니다. 검찰이 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조국 인사청문회' 다음 날인 지난해 9월 7일, SBS <8뉴스>의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란 '단독' 보도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검찰이 인사청문회 직후 '동양대 표창장 위조'(사문서 위조) 혐의로 '소환조사 없이' 기소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 증거를 확보했다고 믿게 할 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SBS <8뉴스>의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단독' 보도 장면.

SBS <8뉴스>의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단독' 보도 장면. ⓒ SBS

 
 
 SBS <8뉴스>의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단독' 보도 장면.

SBS <8뉴스>의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단독' 보도 장면. ⓒ SBS

 
당시 SBS는 "검찰은 총장의 직인 파일이 정 교수의 연구용 PC에 담겨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라며 "딸 조씨에게 발행된 총장 표창장에 찍힌 직인과 이 직인 파일이 같은 건지 수사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해당 SBS 보도의 '주어'는 대부분 검찰이었다. 향후 '피의사실공표' 논란이 거세지기 이전, 전형적인 '검찰발 받아쓰기' 형식 그대로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해당 보도 직후,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은 일제히 정 교수의 혐의가 입증된 것 마냥 이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했다. 반면 일각에선 'SBS가 제2의 논두렁 시계 보도를 내놨다'며 비판했다.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6월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해당 SBS 보도에 법정 제제에 해당하는 '주의'를 의결했다. 방송심의 규정의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낸 방심위 위원은 전체 9명 중 다수인 6명이었다.

'검찰발 받아쓰기'의 폐해

"총장 직인이 찍힌 상장 파일이 발견된 게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가 아니고, 동양대 휴게실 PC였다.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확인했다고 보도한 SBS 보도는 명백한 객관성 위반이다. 검찰이 흘린 정보를 그대로 받아쓴 것이다." (심영섭 위원, 22일 <미디어오늘> <SBS 직인파일 보도에 "검찰발 받아쓰기 관행" 법정제재> 기사 중에서)

방심위 측은 '주의' 결정 배경에 대해 "장관 후보자 가족의 비리 의혹이라는 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보도인 만큼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실제 업무용 컴퓨터에 파일 형태의 직인이 있었는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정확한 확인 없이 추정을 바탕으로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의 입장은 달랐다. 22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 위원은 "취재기자 입장에서 옳은 태도로 취재했다. SBS는 할 일을 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다들 포토샵 써보지 않았나. 정경심씨 아들 상장 파일이 직인 파일이다. 똑같은 거다. 그게 그거다. 별도로 잘라서 쓰지 않아서 총장 직인 파일이 아니라는 건 말이 안 된다. SBS 보도는 전혀 문제없다."

SBS의 입장 또한 비슷했다. 지난 4일 방심위에 출석한 SBS 법조팀 한 고위 관계자는 해당 보도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취재해 추정한 것이고, 통상적인 방식으로 취재했으며, 취재원 보호를 위해 출처를 밝힐 수는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방심위의 이러한 결정은 정 교수의 재판 과정에서 나온 '총장 직인 파일' 관련된 상반된 증언 때문이었다. 검찰은 관련 직인 파일을 SBS 보도 사흘 후인 9월 10일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검찰이 증거를 손에 넣기도 전 '단독' 보도한 셈이다.

직인 파일이 발견된 곳 역시 정경심 교수의 연구실 PC가 아니라 동양대 휴게실 PC였다. 재판 과정에서 이 '결정적 증거'의 신빙성이 심하게 흔들린 것은 물론이다. 이후 검찰은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기소를 다시 해야 했다.

재판과정에서 SBS의 보도가 '총체적 오보'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SBS는 어떤 해명을 내놨을까.  

'오보'를 대하는 SBS의 자세
 
 SBS <8뉴스>의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논란 계속…당시 상황은?> 장면 중 일부.

SBS <8뉴스>의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논란 계속…당시 상황은?> 장면 중 일부. ⓒ SBS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 상장의 총장 직인 파일 등을 이용해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지만, 당시에는 어떤 증거가 있었는지 언론에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소 다음날인 지난해 9월 7일 SBS 취재진은 검찰이 기소한 근거는 정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취재진은 여러 취재 내용 등을 참고해 정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총장 직인을 찍는 데에 이용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파일' 또는 '총장 직인 관련 파일'이 발견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지만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지난 5월, SBS <8뉴스>의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논란 계속…당시 상황은?> 리포트 중 일부다. 당시 SBS는 정 교수 재판 과정에서 주요 증거로 거론된 '총장 직인 파일' 관련 공방을 전한 뒤 위와 같은 내용을 삽입했다.

'총장 직인을 찍는 데에 이용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파일'이라고 표현하면 괜찮았다거나 '총장 직인 관련 파일'이란 문장에서 '관련'이란 표현만 빼면 그만이었다는 식의 해명은 검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뉘앙스로 읽히기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SBS는 해당 보도와 관련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방심위가 법정 제재 결정을 내린것이다. '주의'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감점이 반영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다른 듯 닮은 SBS의 일베 방송 사고

 
 SBS funE '왈가닥뷰티' 방송화면 일부.

SBS funE '왈가닥뷰티' 방송화면 일부. ⓒ SBS funE

 
그리고 23일, 공교롭게도 SBS는 또 한 번 '일베 자막' 논란에 휩싸였다. 22일 방송된 SBS funE의 한 예능프로그램이 일간베스트 사용자들이 자주 쓰는 용어를 자막으로 사용한 것이다.

일베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친 2013년 이후, 일베 관련 방송사고를 가장 많이 일으킨 방송사는 어디였을까.

"일베 관련 방송사고가 가장 많았던 방송사는 에스비에스로 계열사를 포함해 11건 발생했다. 메인뉴스인 <8뉴스>에서만 4건이었다.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미지, 노 전 대통령 음성을 짜깁기한 음원, 연세대학교와 헌법재판소 로고를 일베 로고로 변조한 이미지 노출 등이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자 에스비에스는 2017년 6월 박정훈 사장의 담화를 통해 △모든 포털의 이미지 다운로드 무단 사용 금지 △불가피하게 다운로드가 필요할 경우 해당 기관의 공식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정품 사용 △외부 사이트 이미지 사용 때 상위 3단계 교차점검과 최종 결정자의 서면 결재 뒤 사용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런 조처 뒤 에스비에스에선 일베 사고가 비교적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 <한겨레>의 <'일베 표현' 뿌리뽑기 안간힘에도, 잇단 방송사고 왜?> 기사 중 일부다. 사장이 담화문까지 내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이번 SBS의 '일베 방송 사고'와 지난해 있었던 '검찰발 대형 오보'가 꽤 닮은 듯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베 방송 사고'는 7년째 반복돼 왔고, 그때마다 SBS 제작진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2017년에는 어느 방송사보다 강한 처방전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제작진의 실수'는 이어졌다. 언제까지 시청자들은 SBS의 해명을 믿어줄까. 아니, 애초에 신중한 태도로 오보와 방송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책임 있는 방송사의 자세여야 하지 않을까.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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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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