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주중 3연전의 첫 경기에서 시원한 홈런쇼를 펼치며 승리를 챙겼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3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4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8-3으로 승리했다. 지난 1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파죽의 6연승 행진을 달린 키움은 4연패에 빠진 LG를 4위로 밀어내고 단독 3위로 뛰어 올랐다(26승17패).

키움은 선발 최원태가 6이닝 9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3승째를 챙겼고 올 시즌 처음 1군에 등록된 안우진도 첫 등판에서 9개의 공으로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았다. 타선에서는 박동원과 김하성이 각각 3회와 6회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흐름을 가져왔고 이정후도 3안타1득점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손혁 감독과 히어로즈 팬들을 가장 기쁘게 한 선수는 멀티 홈런과 함께 시즌 첫 4안타 경기를 만든 박병호였다.

LG 시절 부진했던 박병호, 넥센 이적 후 본격적으로 홈런 적립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대 LG 경기. 6회 초 2사 때 키움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2020.6.23

2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키움 대 LG 경기. 6회 초 2사 때 키움 박병호가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2020.6.23 ⓒ 연합뉴스

 
홈런왕 5회, 타점왕 4회, 정규리그 MVP 2회, 1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 5회 수상에 빛나는 박병호는 2012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249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이 기간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2년(2016~2017년)이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대단한 기록이다. 실제로 박병호는 같은 기간 한 번도 KBO리그를 벗어난 적이 없는 최정(SK 와이번스, 235개)보다 14개나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KBO리그 역사에 남을 홈런왕 박병호의 통산 홈런 순위는 14위에 불과(?)하다. 통산 296홈런으로 아직 300홈런을 채우지 못한 박병호는 통산 1위 이승엽의 467홈런은 물론이고 13위에 올라 있는 '리틀 쿠바' 박재홍의 300홈런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박병호는 현역 선수 중에서도 최정(342개),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319개), 김태균(한화 이글스, 310개), 최형우(KIA 타이거즈, 308개)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통산 300홈런 이상을 기록했던 레전드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커리어 초기부터 꾸준히 홈런을 적립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재홍은 루키 시즌부터 리그 홈런왕을 차지했고 김태균,이승엽,심정수 등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부터 뛰어난 장타력을 뽐내며 홈런을 차곡차곡 쌓아 나갔다. 한국 나이로 20대 후반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잠재력이 폭발한 박병호와의 결정적인 차이였다.

성남고 3학년 시절 4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한 박병호는 프로 입단 후 6년 동안 24개의 홈런 밖에 때려내지 못했다(물론 그 중에는 상무에서 군복무를 했던 2년도 포함돼 있다). LG 시절의 박병호는 2군에서는 배리 본즈가 부럽지 않은 폭발력을 보여 주다가도 1군만 올라오면 1할대 타율에 허덕이는 '공갈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박병호의 커리어는 2011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트레이드되면서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트레이드 되자마자 넥센의 붙박이 4번 타자로 출전한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독식하며 2010년대를 대표하는 KBO리그 최고의 홈런왕으로 군림했다. 특히 2014년과 2015년에 세운 2년 연속 50홈런은 전성기 시절의 이승엽조차 달성하지 못했던 역대 최초의 대기록이었다.

그토록 부진했음에도 어느덧 홈런 공동 5위, 홈런왕도 가시권

박병호는 2016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부상과 적응 실패로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시즌 한 번도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해 복귀 후 활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박병호는 한국 복귀 첫 시즌이었던 2018년 43홈런112타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알렸다. 박병호는 공인구 변화로 타자들의 성적이 동시에 떨어진 작년 시즌에도 33홈런으로 커리어 5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박병호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5억 원이 인상된 20억 원에 2020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20억 원의 연봉은 FA 계약 선수들을 모두 합쳐도 이대호(25억 원)와 양현종(KIA 타이거즈, 23억 원)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히어로즈의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파격적인 대우였다. 물론 20억 원의 천문학적인 연봉에는 박병호가 올 시즌 통산 6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해 달라는 바람이 강하게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시즌 개막 후 5월 한 달 동안 타율 .212 5홈런 12타점에 그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시즌 초반 카를로스 라모스(LG 트윈스)와 프래스턴 터커(KIA) 같은 외국인 타자들의 득세 속에서 박병호는 토종 거포의 자존심을 전혀 살려주지 못했다. 박병호는 6월에도 여전히 2할대 초반의 저조한 타율에 허덕이며 4번 자리도 박동원에게 내줬다. 하지만 박병호는 23일 LG전에서 오랜만에 야구 팬들이 알던 홈런왕의 위용을 과시했다.

2회 첫 타석에서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해 득점에 성공한 박병호는 3회 LG의 루키 선발 김윤식으로부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5회 우중간 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간 박병호는 6회2사 후 LG의 두 번째 투수 최동환으로부터 중월 솔로 아치를 그려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안타를 추가한 박병호는 4안타 2타점 3득점의 '원맨쇼'로 키움의 대승을 이끌었다. 2방의 홈런 모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전형적인 '박병호 스타일'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 생산 속도가 다소 늦은 듯 하지만 어느덧 나성범(NC 다이노스,11개)에 이어 토종 홈런 공동 2위까지 올라왔다. 리그 홈런 1위(14개)를 달리고 있는 멜 로하스 주니어(kt)와의 차이도 4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박병호 특유의 몰아치기가 이어진다면 충분히 추격이 가능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다소 멀어 보였던 박병호의 통산 6번째 홈런왕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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