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영화제는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가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난민과 연대하기 위해 개최하는 공식적인 연례 행사입니다. 제6회 난민영화제는 13일부터 27일까지 난민영화제 공식홈페이지(www.koreff.org)를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공식홈페이지에서 티켓 펀딩을 통해 난민 영화 7편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기자말]
영화 <숨> 포스터 영화 <숨>의 포스터

▲ 영화 <숨> 포스터 영화 <숨>의 포스터 ⓒ 채의석


영화 소개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첫째로, "여러분은 난민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만나보지 못했던 것, 잘못도 이상한 것도 아닙니다. 통상 "나와 다르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눈에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며, 그 사람이 궁금해지는 것은 흔치 않은 사건적인 경험입니다. 

거기에 더해, 워낙 그 수와 사회 내 권력이 적은 소수자의 경우 물리적으로도 그런 '마주침'의 경험을 하긴 쉽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난민의 수가 정말 적고, 같은 동선, 삶의 자리에서 맞닥뜨린다는 것도 쉽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말까지 25년간 한국정부에 보호를 구한 난민신청자들이 다 합쳐서 6만4358명. 난민인정이나 인도적 체류라는 지위를 받고 살고 있는 난민들이 합쳐서 3205명. 5400만 인구의 0.006%입니다. OECD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인구대비 난민의 수를 계산하면 한국은 전세계 국가에서 139위 정도 됩니다. 이런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한국엔 난민이 사실상 '없다'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유독 그 수가 적습니다. 하지만 만나본 적 없어도, 난민들도 한국을 피난처 살아 존재하고 있습니다. 

둘째 질문입니다. "여러분은 난민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십니까?"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처음으로 궁금하게 되는 질문들, 삶의 경험, 꿈, 행복, 취미, 삶. 이런 것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아닐겁니다. 왜냐하면,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은 '소문' 외에는 정보를 접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반에 전학 온 친구와도 낯섦이 해소되고 서로 친하게 지내기까지, 별의별 소문이 다 돌죠. 생각해보면 왜 별의별 소문들이 전학 온 친구들에게 예전에 돌았나 싶기도 합니다.

여기서 마지막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만나보지 못한 난민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떻게 생겨났습니까?" 어디서지요? 만나본 적 없는 난민에 대한 낯섦이 주는 긴장. 낯섦은 당연한 인간의 감각이지만, 낯섦이 혐오나 차별로 이어지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정당하다'라고 여겨지는 데는 수많은 이유들이 함께 작동합니다. 단지 "만나본 적 없어 난민이 낯설다"와 "만나본 적 없지만 난민은 나쁘다, 차별해도 된다" 사이에는 수많은 논리들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한국에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줌머 난민 공동체
 
 함께 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줌머 난민들

함께 잔치 음식을 준비하는 줌머 난민들 ⓒ 채의석

 
영화 <숨>은 한국에 오랫동안 살아왔던 줌머족 난민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생소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줌머족이라니? 방글라데시 북부 치타공 산악 지역에는 11개의 선주민 부족들, 7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이들을 줌머족이라고 부릅니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번갈아가는 지배 속에서도 자치를 누리며 산악 지역에서 살고 있던 이들은, 1971년 벵갈족이 주를 이루는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하면서 큰 박해를 경험하기 시작합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국민들을 치타공 산악지역으로 이주시켰고, 1/3 가량의 군대를 치타공 지역에 배치시킵니다. 문화도, 언어도, 종교도 다른 가운데, 빈번히 발생하는 탄압과 학살이 일어납니다. 재한 줌머인 연대를 세운 로넬 차크마 나니 선생님의 언급에 따르면 "1980년에서 1997년 사이에 약 2만 명의 사람들이 살해당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후 세계 다양한 곳으로 흩어진 수십만 명의 난민인 줌머족 중 한국으로 오신 분들이 있고, 1994년부터 조금씩 그 수가 늘어나 현재는 15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생소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 난민도 생소한데, 난민이 한국에 있다는 것도 2018년 예멘 난민들을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이미 그 전부터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난민들이 한국에 있다고?" 많이 놀라셨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으로 피난한 난민이 집단적 이주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양한 배경 속에서 오기에 공동체적 삶을 일구기도 어렵고 세대를 이어가며 오랫동안 뿌리내리는 것은 겨우 시작 단계입니다. 하지만 줌머족 난민들은 한국에 어렵사리 정착을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함께 주로 경기도 김포시에서 긴밀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는 점이 매우 독특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영화 <숨>의 주인공 GHANA JOTI SRAMA와 MUKTA CHAKMA 가족

영화 <숨>의 주인공 GHANA JOTI SRAMA와 MUKTA CHAKMA 가족 ⓒ 채의석

 
영화 <숨>은 여러분을 난민과 만나게 합니다

영화를 제작한 채의석 감독님은 '난민들이 뿜어내는 다양한 "숨"의 순간들을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라고 인터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난민들을 아직 만나 볼 기회를 갖지 못한 여러분이 직접 난민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GHANA

자전거를 타고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GHANA ⓒ 채의석

 
영화 <숨>은 김포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난민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줌머족들의 한국에서의 삶을 포착합니다. 출근해서 일도 하고, 집에서 부업도 하고, 아이들과 숙제도 하고, 축제도 참석하고, 명절도 나누고, 혼인도 축하하고, 뛰어놀기도 하고, 주말농장도 가꾸곤 합니다.

때로는 방글라데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석하기도 한다는 게 색다른 정도일까요? 다양한 줌머족들의 지극히도 평범한 일상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어? 여기가 한국인가?"에서, "내가 난민에 대해서 가졌던 생각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거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됩니다. 마주침의 경험이 영화 속에서 일어납니다. 
 
 2017년 6월 1일 줌머인 학살 규탄 기자회견

2017년 6월 1일 줌머인 학살 규탄 기자회견 ⓒ 공익법센터 어필

 
영화 <숨>은 자극적이거나, MSG가 들어간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덧 연결된 우리를 느끼게 됩니다. 식사하고, 노래를 듣고, 땀흘리고, 피곤해서 졸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무료하고. 사실 그렇지 않던가요? 우리들의 평범하고,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일상이란 원래 그런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영화 속 숨을 고르며 감동하며 보았던 장면들도 그런 장면들이었습니다.

땀을 닦으며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GHANA 선생님, 집에서 아이들 숙제를 가르치다가 부업으로 하고 있던 샤워기 부품 조립의 양이 너무 많아 물끄러미 바라보는 MUKTA 선생님. 영화 속 렌즈로 포착한 주인공들과 줌머인들의 일상으로 함께 들어가다 보면, "난민은 낯설어"라는 생각이, "이곳에서 다 같이 행복하게 잘살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램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 평화를 함께 나누며 만나가면 될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한국에 있는 활동가들이 난민영화제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매번 기획하는 것도, 축제의 장으로 여는 목적도 '마주침' 속에 오는 이와 같은 공감과 연대를 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엄중한 무게 속, 온라인을 통해 영화제가 개최되지만, 어쩌면 더 좋은 계기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이 집에서, 여러분의 방에서, 노트북으로, 스마트폰으로, 여러분은 난민들을 '만나게' 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제는 27일까지 계속됩니다.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주인공 가족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주인공 가족 ⓒ 채의석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근무하는 '이일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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