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등장한 고민견은 보더콜리 '코비(수컷, 7개월)'였다. 코비는 여러 색이 섞인 '블루멀'로 흔히 볼 수 있는 보더콜리와는 다른 외양을 지녔다. 첫눈에 반해 입양을 결정했다는 딸 보호자의 심정이 이해가 될 정도로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가뜩이나 대형견을 좋아한다고 하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성급함'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목축에 이용됐던) 허딩 그룹(Herding Group)의 일원인 보더콜리는 매우 영리한 견종으로 알려져 있다. 고난도의 훈련도 척척 해내곤 한다. 또, 그 어떤 견종보다도 보호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보호자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코비의 (표면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입질'이었다. 코비는 산책 후 발을 닦아주려는 딸 보호자의 손을 끊임없이 물었다. 

딸 보호자는 처음에는 이갈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4개월 때부터 점점 입질이 세지기 시작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렇게 말하는 딸 보호자의 손과 발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코비의 상태는 상당히 심각해 보였다. 그런데 제작진과 강형욱 훈련사가 놀랄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보호자의 집에 또 다른 보더콜리가 있는 게 아닌가. 사전답사 때만 해도 없었던 생후 50일의 '담비'였다. 

엄마 보호자는 '코비에게 가족을 만들어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담비를 입양했다고 설명했다. 딸이 그랬던 것처럼 첫눈에 반해 데려왔다는 것이다. 담비의 존재를 확인하자마다 강 훈련사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쉰 이유는 곧 밝혀졌다. 코비는 담비에게도 입질을 하더니 급기야 달려들어 물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담비는 매번 화장실 구석으로 가서 몸을 숨겨야 했다. 

"이게 뭐야. 코비도 잘 못 키우면서 또 입양을 했다고? 그게 말이 돼? 왜 이렇게 입양을 한 거야. 당연히 담비를 물지. 당연히 보호자를 물겠지. 짜증나겠지.근데 그게 문제가 아닌데... 증상인데. 마음이 아프니까 생기는 증상인데."

이경규는 애초에 활동량이 많은 보더콜리를 좁은 아파트에서 키우는 건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확실히 코비는 환경 탓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과도한 입질은 그 증상 중 하나였다. 허나 강 훈련사의 표정은 미묘했다. 무분별하게 입양을 결정한 보호자들에 대한 화도 있었고, 한편 그럴 수밖에 없었던 보호자들의 처지도 이해가 됐던 것이다. 

대화 없던 모녀의 관심사 된 코비

인터뷰에서 엄마 보호자는 평소 쌀쌀맞던 딸이 코비를 키우면서 살갑게 변한 모습이 좋다고 털어놓았다. 대화가 없던 모녀가 공통의 관심사 코비 덕분에 관계가 개선됐던 것이다. 그만큼 코비의 존재는 보호자들에게 절실하고 소중했다. 그걸 알게 된 강 훈련사는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훈련사로서 어떤 조언을 줄 수 있을지 심사숙고했다. 코비와 담비, 보호자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러나 상황은 강 훈련사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평소 코비는 현관 앞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이는 불안감이 매우 높은 개들의 특징이었다. 또, 아빠 보호자가 코비를 엄하게 혼낸다는 새로운 사실까지 밝혀졌다. 코비의 방어기제가 높은 건 그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딸 보호자는 아빠가 반응하기 전에 미리 화를 내기 시작했고, 그건 '제2의 아빠'가 돼 코비를 압박했다. 

더 충격적인 건 그 어린 담비가 코비의 소리에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강 훈련사는 '정말 좋지 않은 징후'라면서 현재 담비의 보호자는 모녀가 아니라 코비라고 설명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과 상호작용을 할 수 없었다. 코비를 보호자로 여기며 코비의 행동까지 답습하고 있었다. 그건 끔찍한 일이었다.  

"담비는 혼자 사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무릎 꿇고 얘기할게요."

드디어 강 훈련사는 결심을 굳혔다. 훈련은 무의미했다. 환경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훈련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방송이라도 그건 못할 짓이었다. 강 훈련사는 무릎까지 꿇고서 보호자들에게 담비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코비와 담비는 싸우게 될 테고, 점점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거라는 게 이유였다.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였다. 

그러나 보호자들은 코비와 담비를 함께 키우기로 결정했다. 아니,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도 보호자들은 코비가 담비를 덜 괴롭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순간에도 코비는 담비를 향해 달려들어 입질을 했다. 대책없이 그저 '미래가 밝다'고 말하는 보호자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 그 말을 들은 강 훈련사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친구들이 우애가 좋게 만든다는 건 생각하면 안 돼요. 서로 신경쓰지 않는 상태로 성장해야 돼요. 핥아줄 필요도 없어요. 때리고 약 발라주면 뭐해요? 약 발라준 게 아니라 때린 거예요. 이 두 마리가 관계를 맺지 않게 하자고요."

최후의 해결책 제시한 강 훈련사, 그러나

강 훈련사는 보호자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면서 최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서로 신경쓰지 않는 상태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테면 '셰어 하우스' 같은 개념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강 훈련사의 제안이 탐탁지 않았다. 그들은 코비와 담비가 우애 있는 남매로 성장하길 원했다. 그 때문일까. 딸 보호자는 강 훈련사가 제시하는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 

훈련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가족 같은 코비와 담비를 모두 포기할 수 없는 보호자와 그리하면 모두 불행해진다는 강 훈련사의 의견은 평행선을 이뤘다. 보호자들은 "노력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했지만, 강 훈련사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말은 안 돼요. '노력을 하다가 안 되면'이라는 전제는 없어요"라고 맞섰다. 그건 환상이며 그런 교육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미 코비는 딸 보호자의 발등을 무는 등 소유욕을 드러내고 있었다. 앞으로 그런 행동은 더 심해질 게 뻔했다. 코비뿐만 아니라 담비의 미래도 걱정스러웠다. <개는 훌륭하다>가 시작된 이래 최초의 솔루션 중단이었다. 반려견에 대한 애정(애착)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한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끝까지 '함께'만 고집하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물론 보호자들의 선택인 만큼 어떤 선택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강 훈련사가 무릎까지 꿇으며 '요청'했던 건 그 때문이었으리라. 과연 코비와 담비는 보호자들의 바람처럼 우애좋게 잘 지낼 수 있을까. 부디 <개는 훌륭하다>에 다시 출연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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