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의혹 제기지 저는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단 말씀드리고 싶고요. 의혹에도 책임이 있어야 합니다. 윤미향 의원 비서가 최초 신고자인데 증거 인멸을 위한 접촉이 의심된다거나, 윤 의원이 추모글을 올렸다 삭제한 것을 두고 이 사실관계를 바꿔가면서 계속 배후설, 의혹설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정말 책임질 수 있는 것인가. 의혹만으로도 국회의원의 할 일을 다 하는 것인가 거꾸로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을 향한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컨텐츠학과 교수의 일침과 반문이다. 21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강 교수는 최근 정의기억연대와 고 손아무개 '평화의 우리집' 소장에 대한 잇따른 의혹제기를 두고, 국회의원의 입이 지녀야 할 책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곽 의원의 '입'에 확성기를 달아준 것은 누구인가.

곽 의원에게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 직함을 달아준 미래통합당마저 곽 의원의 과도하고도 근거가 박약한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에 선을 그었다. 반면 보수언론과 일부 경제지 등 적지 않은 매체가 곽 의원의 의혹 제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2일자 <조선일보>의 '권력이 된 시민단체', 10일자 <중앙일보>의 '견제 없는 권력, 시민단체'란 기획 보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이들 기사를 통해 진보 시민단체의 '재벌식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나쁜 연대' 프레임 씌우기 시도한 <중앙>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장면.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장면. ⓒ KBS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장면.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장면. ⓒ KBS

 
"요즘 다른 언론에서도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고 이야기하는 게 가치 지향적 소비라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소비자들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닌 제품이나 기업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말하는데 가령 노동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노동 착취를 하는 사업장과 거래할 수는 없잖아요.

환경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환경파괴사업장의 제품을 구매할 수는 없는 거예요.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냥 그것이 운동인 것이고 그것이 연대였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에 중앙일보는 거기에다 대고 일감 몰아주기다, 진영 편중 거래다, 이런 듣도 보도 못한 표현을 썼단 말이죠. 그러니까 이건 나쁘다 이전에 모른다는 것 같아요." (임자운 변호사)

'정치하는 엄마들'이란 단체가 '연대와 전진'이란 진보단체(업체)에 현수막과 포스터 등을 몇 건 주문했다. 이를 국세청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마치 전체 58건의 지출을 전부 몰아준 것처럼 교묘하게 표현한다. '일감몰아주기' 운운한 근거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지급처와 지출, 총액만 기재하도록 한 국세청 홈택스 신고 서식에 기자가 무지했다는 반증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시민단체 회계 공시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대표 지급처를 아예 기재하지 않은 곳이 많아서 그런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패널인 최욱은 "말도 안 되는 답변같이 보이는데요"라고 평했다.

이들 언론의 진보 시민단체 때리기는 대체로 그런 식이었다. 또 하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앙일보>가 걸고 넘어진 전태일재단의 경우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이해서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하자. 그래서 명필름하고 저희 전태일재단이 같이 협약을 맺고 진행을 하는 사업이고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영화제작비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홍보비도 필요하고. 이거를 범국민 모금 운동을 통해서 한번 만들어보자. 우리가 명필름에다 지원할 돈이 어디 있습니까. 모금한 거를 제작비로 보낸 건데(중략).

(부산 지하철노조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전태일 노동상 상금이 500만 원입니다. 그래서 줬는데 더 모아가지고, 보태서 또 다른 데다가 지원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홈택스 기준에 맞춰서 신고를 그렇게 한 거예요. 홈택스가 일일이 나열해 달라고 했으면 저희들 나열하죠, 이거. 그런데 대표 사업하고 액수를 중심으로 해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한 거고." (한석호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장면.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장면. ⓒ KBS

 
해당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전태일재단이 명필름과 부산지하철노조에 지급한 내역을 두고 "눈에 띄는 것은 '대표 지급처'로 신고된 곳의 상당수가 이른바 진보진영 단체나 업체라는 점"이라 지적했다. 임 변호사가 "모른다"고 꼬집은 바로 그 대목이었다.

명필름은 전태일 50주기 기념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인 충무로 대표 제작사다. 이 영화의 제작과 클라우드 펀딩 소식은 지난해 이미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부산 지하철노조가 지난해 7월 임금 인상 대신 신규 채용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 역시 시민의 안전을 우선 고려한 선택이자 일종의 모범사례로 꼽힌 바 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장면.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한장면. ⓒ KBS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진보에 '나쁜 연대'란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미담의 왜곡'이 의도치 않은 전개로 흘러가면서 재단 관계자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제가 취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봤더니 전태일재단 활동가들도 (이 기사에서) 중앙일보가 재벌에 비유해서 일감 몰아주기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 박장대소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중앙일보에 고맙다는 얘기도 했거든요. 왜냐하면 중앙일보 기사가 나간 이후에 전태일재단의 후원 회원이 7명 더 늘었다고 합니다." (KBS 한승연 기자)

<중앙>의 아쉬운 해명, 반론권 보장도 없어

<중앙일보>는 전태일재단의 취재 과정에서 반론권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 해당 기사는 "회계 담당자가 없으니까 나중에 연락하자"는 재단 측 관계자와의 통화 이후, 별 다른 후속 취재 없이 다음날 지면 기사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KBS에 "기사 마감 일정상 더 이상 해명을 기다릴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중앙일보>는 '전태일 노동상 수상을, 부산지하철 노조의 상금 500만 원을 진보진영으로 재유입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유가 정당한가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단순히 우호 진영 내로 자본이 유입됐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이어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와 비교한 것'에 대해서는 "재단 측이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진영 내 자본 순환 관행에 대한 진중권씨의 표현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일종의 등록된 비영리법인이 10,800개 좀 넘는데요. 그런데 그중에 이번에 거론을 한 한국여성민우회 같은 경우에는 자산순위로 봤을 때 10,800개 중 6300위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전태일재단은 7200위 정도. 김복동의희망이라든지 정치하는 엄마들은 아예 그냥 어떻게 보면 그보다 훨씬 더 규모가 적은(중략).

그래서 지금 이번에 이 기사가 정말 만약에 공익법인들의 실태를 검증해보겠다는 것이었으면 정말 규모가 큰 그런 법인이나 단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맞았지 않았나 싶고.

또 기사의 마지막에 보면 국고보조금이 증가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이 문재인 정부 이후에.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든지 '전태일재단'은 국고보조금을 안 받는 단체들인데, 마치 이런 단체들도 국고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처럼 독자들이 자칫 잘못하면 오해할 수 있도록 이렇게 기사를 작성했다는 점에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적절한 기사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승수 변호사)


재벌신문 회계·일감몰아주기 도마 위에

보수언론이 이들 시민단체들의 회계를 들여다 보며 '일감 몰아주기' 운운한 순간, '그럼 보수단체들은?'이란 물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른바 재벌신문이라 불리는 자신들의 회계나 일감몰아주기 역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렸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현재 공시제도라든지 지정기부금 단체들이 보고하게 만들어놓은 제도들이 왜 생겼냐 하면 큰 어떤 재벌들이 만든 공익법인들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재벌들의 공익 법인이 편법의 경영권 승계, 편법 세습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들이 있으면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 변호사는 "TV조선이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하이그라운드란 드라마 제작사에 대규모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걸 발견했다. 2018년에 109억 그리고 2019년에 191억 원"이라며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예고하는 동시에 언론들의 취재를 당부하기도 했다.  

"사실은 이거는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이 되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에 이 문제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 부당지원행위로 신고를 할 생각이고요. 그리고 이 하이그라운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혹들이 지금 많이 있습니다.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추가 취재를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보수언론의 정의연에 대한 의혹 제기는 이렇게 진보 시민단체 때리기로까지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웃지 못할 허술함과 자충수까지 드러나게 됐다. 

오는 24일 서울 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하 수요집회)는 불허됐고 그 자리는 극우단체가 선점한 상태다. 이들 극우단체들에게 동력을 부여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무책임한 의혹제기에 열을 올린 보수언론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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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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