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결백> 스틸컷

영화 <결백> 스틸컷 ⓒ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주), (주)키다리

 
"<결백> 이렇게까지 신혜선 원톱 영화일 줄 몰랐는데 그냥 신혜선의, 신혜선에 의한, 신혜선을 위한 영화. 신혜선과 대립 구도로 나오는 남자 조연들이 많은데 다들 우스운 수준으로 나오는 정도이고 극 전체가 신혜선의 존재감으로 가득한데 그 조금 남은 틈마저도 배종옥이 다 채워버림." (@dlstodahfrkfm)

트위터 상에서 7천 건이 넘는 리트윗을 받은 영화 <결백>의 관람 평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영화평론가 '듀나' 또한 <결백>에 대해 "배종옥의 열연이 후반의 멜로드라마를 끌어가지만, <결백>은 신혜선의 영화"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아울러 신혜선의 연기와 함께 정인 캐릭터 자체에 대한 관심도 역시 눈길을 끈다. 영화평론가 황진미는 <네 아비를 죽여라, '결백'>이란 평에서 영화 전반에 깔린 '살부의식'이란 메시지에 주목하기도 했다.

"영화는 네 아비를 죽이고, 네 아비의 세계를 자멸에 빠뜨리고, 네 어머니를 구하라는 도저한 명령을 내린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남성연대에 물들지 않은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라는 메시지도 담는다. 각성한 남성감독이 동시대 여성들에게 전하는 가장 급진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결백>은 영화 속 살인죄를 뒤집어 쓴 어머니를 변호하며 극을 이끄는 여성 변호사 정인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이를 연기한 신혜선과 배종옥, 허준호 등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모날 것 없는 법정 드라마로서의 완성도 등이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입소문이 주효했던 걸까. 개봉 2주차 주말을 맞은 <결백>이 신작 공세를 딛고 19일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반토막'도 아닌 1/10 수준으로 시장 상황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결백>의 이러한 '역주행'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코로나 19 시대의 여름 극장가 풍경

앞서 소개한 호평 속에 2주차 주말을 맞은 <결백>의 흥행 스코어는 여러모로 복기할 만하다. 지난 10일 개봉, 7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결백>이 18일 개봉한 신작 <사라진 시간>에 1위를 내 준 기간은 18일과 19일 단 이틀.

20일 1위 자리를 탈환한 <결백>은 이날까지 누적 관객 수는 50만 500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했다. 한국영화 신작 개봉에 목마른 관객들의 발걸음이 극장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결백>은 한 주 전 개봉한 <침입자>(20일까지 누적 관객 50만 6천)의 성적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월 19일 개봉) 이후 <침입자>와 <결백>이 개봉하기까지 한국 상업영화의 개봉은 전무한 상태였다. 이를 반영하듯, <결백>은 지난 주말 24만 7천명이란 생소한(?) 수치로 113일 만에 개봉 주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결백>은 개봉 2주차를 맞아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중이기도 하다. <사라진 시간>은 배우 정진영의 장편영화 데뷔작. <사라진 시간> 장르 공식에서 비켜가는 독창적인 형식과 의외의 전개 등으로 평단에서 "용감한 데뷔작"과 같은 호평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애초 이번 주 박스오피스 1위가 유력했던 작품이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이하 <온워드>)이었다는 것이다. <온워드>는 개봉 전 영진위 실시간 예매율에서도 개봉 전 단연 1위를 달렸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자,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어벤져스' 시리즈로 친숙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크리스 프랫과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가 목소리 연기로 뭉친 판타지 <온워드>는 17일 개봉일 하루 1위를 차지하는 '일일천하'에 그쳤다. 다음날 개봉한 <사라진 시간>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그 사이, <결백>은 2위 자리를 수성했고, <온워드>는 하루 만에 3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20일 결과는 또 뒤집혔다. <결백>이 1위를 탈환한 가운데, <온워드>는 2위, <사라진 시간>은 3위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영화가 현장 매표에서 강세를 보이는 극장가 특성과 함께 한국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응원과 <결백>의 입소문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예매율도 눈여겨 볼 만하다. 19일까지만 해도 <온워드 : 단 하루의 기적>이 1위를 고수했다. 신작 공세 속에 2위 <결백>이 격차를 줄이는 모양새였고, 24일 개봉을 앞둔 <# 살아있다>가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일요일인 21일 오전 11시 현재 예매율이 요동치고 있다. <# 살아있다>가 1위(16.5%)에 올라섰고, 간발의 차이로 <온워드>가 2위(16.0%), <결백>(12.5%)이 3위를 차지했다. 향후 관객들이 얼마나 더 극장을 찾을지, 한국영화에 좀 더 힘을 실어줄 지, 100억대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손익분기점 규모가 큰 <# 살아있다>가 극장가에 어떤 활력을 불어 넣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정진영이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직접 밝힌 <사라진 시간>의 총제작비는 약 15억 원. 정진영은 손익분기점이 "27만 명"이라며 "투자자에게 마음과 물질적 빚을 안 지려면 27만이 들어야 한다. 첫 주 안에 20만을 넘어야 27만을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라진 시간>은 20일까지 누적 10만 6만 천명을 동원했다.

반면 <결백>의 제작사 측이 밝힌 손익분기점은 약 150만 정도. 애초 <결백>의 제작사 이디오플랜 측은 '코로나 19'라는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시장 상황을 감안, 조심스레 '2등 전략'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쪼그라든 박스오피스를 감안하더라도, 개봉 3, 4주차까지 극장에 걸려있어야만 도달을 꿈꿔 볼 수치다.

5월 말까지 개봉하는 신작들과 7월 공개를 예정한 텐트폴 영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관객들의 눈도장을 받고 최대한 오래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겠다는 제작사의 전략이 '코로나 19'란 비상 상황을 맞은 극장가에서 어디까지 유의미한 성과를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것도 다 코로나 19가 불러온 '단 한 번도 경험치 못한' 극장가 상황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19' 극장가, <결백>의 롱런은 가능할까
 
 영화 <결백> 장면

영화 <결백> 장면 ⓒ ㈜키다리이엔티

 
"5월 전체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1.6%(1654만 명↓) 감소했다. 5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97.4%(839만 명↓), 5월 외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6.2%(814만 명↓) 감소했다. 5월 관객 수로는 전체·한국·외국 모두에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 전체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92.0%(1422억 원↓) 줄어든 124억 원이었다. 5월 한국영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97.6%(707억 원↓) 감소한 17억 원이었고, 5월 외국영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7.0%(715억 원↓) 줄어든 107억 원이었다."


지난 11일 영진위가 발표한 '2020년 5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의 첫머리다. 97.4~5%라는 전년 동월 대비 한국영화 관객 수와 매출액 감소 수치는 확실히 충격적이다. 이 같은 전무후무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4일 6월 1주차부터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의 일환으로 6000원 영화 할인권 배포를 시작했다.

총 90억이 투입되는 '극장에서 다시, 봄' 사업을 통해 영진위는 6월 4주차까지 총 133만 장의 할인권을 배포할 예정이다. 애당초 영진위는 이 사업을 6월 3주차까지로 예정했지만 최근 1주 연장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 살아있다>를 비롯한 4주차 개봉작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이러한 할인 이벤트를 통한 관객들의 극장 유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평소였다면 성수기였을 극장가에 <침입자>나 <결백>과 같은 '신작 개봉 효과'가 더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백>이 개봉한 6월 2주 차 주말(12~14일) 전체 관객은 50만 6,776명으로 <침입자>만 개봉한 1주 차 주말(5~7일)보다 약 25% 늘었다. 이 기간에 영진위 할인권은 얼마나 소진됐을까. CGV 관계자는 '쿠폰(할인권)은 전부 다운받아갔지만, 사용률은 절반에 못 미쳤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 역시 정확한 수량은 밝힐 수 없지만 '전체 소진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작이 연달아 개봉하면서 전체 관객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배포된 할인권의 실제 관객 사용률이 예상만큼 높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17일 <무비스트>, <영진위 6,000원 할인권 배포, 효과 봤나> 중에서)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CGV 황재현 커뮤티케이션팀 팀장은 <무비스트>에 "신작만 개봉하고 영진위 할인권 배포가 없었다면 지난 주말(12~14일) 동안 50만 명 넘는 관객이 영화를 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영진위 노력에 배급사가 용기를 내 개봉하면서 시너지가 났다"며 "코로나19가 좀 더 진정되면 사용량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는 만큼, 미처 사용하지 못한 할인권이 소멸하지 않도록 하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벤트를 적극 홍보한 멀티플렉스가 전체 할인권의 95%가량을 할당받은 것과 달리 제외한 일반극장이나 독립영화관들의 경우 직접적인 효과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그럼에도 우선될 것은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에서 지워지다시피 한 '극장 관람'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되돌려 주는 실질적인 심리적‧물리적 동기부여일 것이다.

영진위가 할인권 캠페인에 나선 것도, 개별 극장들이 철저한 방역과 위생 상태를 홍보하는 것도, CGV가 최근 모든 직영점에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그런 이유 아니겠는가. 개봉 2주 차 토요일 1위 자리를 탈환한 <결백>의 롱런이나 손익분기점 돌파 여부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코로나 19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볼 만한 한국영화에 쏠린 관심이야말로 안전하게 방역을 마친 극장에서 신작 영화를 즐기고 싶다는 관객들의 관람 욕구를 북돋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영화에 쏠린 관심이 향후 여름 극장가의 활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고. 그렇게 <결백>은 '코로나 19' 시대의 불황을 어떻게든 극복한 첫 번째 작품으로 기록될 수 있을까. 
 
 영화 <결백> 장면

영화 <결백> 장면 ⓒ ㈜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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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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