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살아있다 >에서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영화 < #살아있다 >에서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UAA

 
좀비물 영화와 배우 유아인 조합은 조금이라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있던 사람에겐 충분히 낯설 수 있다. 예술성 강한 영화와 개성 강한 캐릭터의 드라마로 대중과 만나 왔던 그가 상업성을 담보한 특정 장르물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 # 살아있다 >는 유아인 개인에겐 어쩌면 또 한 번 자기 확장의 시도였다.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간 장르물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항상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신선하고 (흐름이 복잡하지 않고) 간결했고, 연기적으로 처리해야 할 게 많았다"고 그가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유아인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확산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생존한 청년 준우 역을 맡았다.

특별했던 자기 확신

등장인물이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 가운데 준우는 삶과 변이의 기로에서 절망하거나 희망을 품기도 한다. 영화 초반부터 중반, 즉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극도의 감정 기복을 겪는 인물이다. 감정선을 보다 효과적으로 고조시키기 위해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리허설 개념으로 자신의 연기를 직접 촬영해 감독에게 보내는 등 적극적인 조율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 역시 이전의 현장과 다른 그의 모습이었다. 

"준우보다 더 극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을 연기한 적은 있지만, 준우만큼 감정 폭이 큰 인물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초반에 거의 혼자 나오다 보니 지루해지지 않게 긴장감을 잘 가져가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재밌었다. 좀비물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인물을 다루는 시선이 신선했다. 젊고 감각적인 터치가 있었다. 경쾌함도 있었고. 

그간 숙제가 많이 주어지는 작품을 좋아했다. 연기적 요구가 크거나, 삶을 진지하게 다루고 메시지가 있는 걸 좋아했는데 지금은 그게 많이 흐려졌다. 왠지 배우 유아인 이미지가 좀 한정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깨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잖나. 내 역할을 잘 해내면서 작품의 질을 높여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아인에겐 < #살아있다 >의 감독이 신인이라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 "좋은 감독이 좋은 배우를 만들듯, 배우 역시 감독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는 현장에서 적극 아이디어를 내고 소통한 사연을 전했다. "이 영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애드리브가 많을 것"이라고 말하는 유아인의 목소리에 확신이 다분했다. 
 
 영화 <#살아있다> 장면

영화 <#살아있다>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슈메이커로 불린다고? 뭐, 어때"

작품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는 곧 현장과 동료를 대하는 자세까지도 변화하게 했다. 캐릭터를 끌어안고 속으로 파고들기 마련이던 유아인은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스태프들과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박신혜에게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또래로 아역 배우를 거쳐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점점 동료의식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그간 선배님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존경, 호기심을 갖고 현장에 있다가 또래 배우와 작업하면 어떤 공감대를 느낀다. 예전보다 그 마음을 적극 표현도 하는 것 같다. 민망하고 낯 뜨거운 걸 피해가며 살았는데 제가 힘이 될 수 있다면, 또 필요하다면 동료들과 만나 수다도 떨고 그러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세상에서 난 어떤 사람일까, 나로서 살고 싶고, 내 자세를 어떻게 취해야 하나를 과거에 고민했다면 지금은 실질적인 소통 자체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아무리 진실함이 있어도 그게 소통되지 않으면 소용없잖나. 물론 거짓 소통도 웃기지만! (웃음) 전, 배우로서 유명인으로서 혹은 이슈메이커로서도 다양한 소통을 시도하는 것 같다. 예전엔 내 성장과 새로운 내가 되는 것에 집중했던 시간이 있었다면 이젠 날 재밌게 써 먹어보고 싶다."


스스로 '이슈메이커'라는 단어를 썼다. SNS상 논쟁, 갑론을박으로 세간에서 그런 수식어를 붙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게 아니었다. "뭐 어떤가"라며 오히려 그는 걱정하는 기자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생각의 꼬리를 물던 사상가적 기질이 이젠 실천가로 변모하는 찰나가 아닐지.

"스마트폰이 발달했고, SNS가 나왔기에 제가 사용한 거다. 그런 시기를 지나며 할 말을 했지. 누구라도 하는 걸 했던 거고 이왕이면 의미 있는 순간을 남기고 싶었다. 작품에서 캐릭터와 시대를 반영하는 게 배우의 소명인 건 맞지만 새로운 소통의 장이 열린 시대에서 배우로서 제 모습을 솔직하게 그리고 싶기도 했다. 

그런 (논란과 비판의)  순간을 지나면서 힘이 좀 빠졌던 것 같기도 하다. 상처받기도 했지만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배우의 연기는 지루할 것 같다(웃음). 데미지가 날 더 키웠지. 그걸 내 성장의 동력으로 사용했다. 힘들지 않았냐고 하시는 분도 계신데 난 괜찮게 잘 살고 있다. 제가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과 소통의 느낌이 필요해서 그런 활동을 한 거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도 어찌 보면 과감한 선택일 것이다. 본인이 먼저 출연을 제안했단다. 이 역시 소통하려는 그의 의지다. "본방 시청을 피해야 하려나?"라며 "집에 있는 작업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일도 하고, 잠도 자고, 유아인도 검색해보고..."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였다. 

 
 영화 < #살아있다 >에서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영화 < #살아있다 >에서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UAA

 
"다시 에너지가 생겼다"

최근까지 그는 창작 집단 콘크리트 스튜디오를 운영해왔다. 영화를 넘어 예술 활동의 공공성,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여러 작업을 했는데 잠시 그는 그 업무를 쉬며 충전 중이었다. "두 달간 콘크리트 일을 쉬면서 다른 시간을 보냈고, 다시 복귀를 생각하고 있는데 좀 더 공익사업 쪽으로 풀어보려고 한다"는 계획을 살짝 전했다.

"이게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사업을 진행했는데 그러다 보니 제가 힘이 떨어지더라. 좀 더 작업을 연구하고 공익성이 짙은 사업을 모색하는 단계다. (그와 별개로) 공모전 형태로 단편영화제를 해보면 어떨지 기획은 해보고 싶다. 감독은 뭐, 언젠가 제 얘기를 하고 싶어지면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소통 방법의 변화, 좀 더 열린 자세에서 엿볼 수 있듯 유아인은 다시 뛸 준비가 돼 있어 보였다. "뭘 잘하려고, 뭔가 나아지려는 생각을 붙들고 있지 않으니 편한 것 같다"며 그는 "좀 더 스스로를 다양한 곳으로 보내보고 싶다. 작품활동도 뜸했는데 에너지가 생긴다. 다른 결로 삶을 끌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영화 < #살아있다 >에서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영화 < #살아있다 >에서 준우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 ⓒ U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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