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전드의 신보 < Bigger Love >

존 레전드의 신보 < Bigger Love > ⓒ 소니뮤직코리아

 
 
존 레전드(John Legend)는 6~70년대 미국 소울 음악을 재현한 21세기 뮤지션 중 가장 성공한 이름 중 하나다. 그의 짙은 목소리는 단순히 그 시대의 정서만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정신'까지 닮아 있었다. 그는 언제나 정치적 의제에 침묵하지 않았으며, 그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힙합 그룹 The Roots와 손을 잡고 발표했던 < Wake Up! >이라는 앨범을 들어 보시라!).
 
존 레전드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잊기 힘든 것이 이름이다. 스스로에게 '전설(Legend)'이라는 성을 붙이다니, 이보다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가득 찬 이름이 어디 있을까(존 레전드의 본명은 존 로저 스티븐스다). 그는 이미 자신의 미래를 예견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2020년 현재, 존 레전드는 흑인 남성 중 최초로 에미상과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두루 거머쥔 인물이 되었다. 그는 부정할 수 없는 현재진행형 '전설'이다.

존 '전설'이 노래하는 이유
 
존 레전드가 여섯 번째 정규 앨범 < Bigger Love >을 발표했다. < Darkness and Light > 이후 4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2019년, 싱글 'Preach'에서 불합리한 미국 사회에 분노했던 존 레전드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분노를 뒤로 제쳐놓았다. 그는 오히려 낭만과 낙관을 내세운다.

사랑과 기쁨, 희망의 정서가 < Bigger Love >를 이끌고 가는 핵심이다. 존 레전드는 이번 앨범을 완성하는 데에 있어 아내와 가족의 사랑, 그리고 자신이 음악을 시작할 때 흑인 음악들의 유산이 큰 영감을 주었다고 고백했다.
 
존 레전드는 전작이 그랬듯, 여러 차례 분위기를 바꾸어 가면서 그 가치를 설파하고자 한다. 댄스홀 리듬을 빌려 온 'Bigger Love'는 지금까지 존 레전드의 음악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스타일이다.

존 레전드는 찰리 푸스(Charlie Puth)가 프로듀싱한 'I Do'처럼 트렌디하고 흥겨운 곡을 부르다가도,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총괄 프로듀서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이 힘을 모은 'One Life'나 'Slow Cooker'와 같은 소울 넘버에서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한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개리 클락 주니어(Gary Clark Jr)의 기타 연주를 더한 'Wild'는 이번 앨범에서 비교적 가장 고조되는 곡이기도 하다. 'Actions'에서는 닥터 드레의 명곡 'The Next Episode'를 자연스럽게 샘플링하면서 힙합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오늘날의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

여성 래퍼 랩소디(Rapsody)가 피쳐링한 'Remember Us'에서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 ,래퍼 닙시 허슬(Nipsey Hussle),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등을 언급하며 존경과 사랑을 표한다. 'All Of Me'처럼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곡의 문을 열고 닫는 마지막 트랙 'Never Break'에서 존 레전드는 사랑의 힘, 그리고 역경에 맞설 용기를 이야기한다. 가사 자체는 평이한 편이지만 앨범 전체의 주제 의식을 관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We will never break As the water rises
And the mountains shake
Our love will remain"

- 'Never Break' 중
 

이 앨범은 코로나 19의 대유행,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인해 확산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운동 이전에 완성된 작품이다.

존 레전드가 앨범을 발표할 무렵, '이런 상황에서 로맨틱하고 낙관적인 분위기의 앨범을 발표해도 괜찮겠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존 레전드는 이럴 때일수록 긍정과 회복에 대한 희망, 그리고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노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중이 음악가로부터 받고 싶어 하는 '치유'를 생각했다.
 
존 레전드의 신보는 오늘날의 미국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날의 미국에 필요한 작품이다. 혼란과 불안, 혐오가 일상화된 세상에서 존 레전드는 사랑 이상의 가치는 없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는 그의 말이 한없이 순진한 이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으나, 이 앨범의 제목처럼 '더 큰 사랑(Bigger Love)'은 이 시대의 고통을 구원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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