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국제평화영화제 문성근 이사장과 방은진 집행위원장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문성근 이사장과 방은진 집행위원장 ⓒ 이정민

 
"상대방에 더 깊은 상처가 되지 않도록 자제하면서 갔으면 좋겠다."
 
문성근 평창국제평화영화제(평창영화제) 이사장이 최근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을 향해 자제를 호소했다.
 
문 이사장은 18일 오후 평창영화제 개막식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근 남북 경색이 심화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까지 있었던 위기 중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데, 매듭을 짓고 전환점을 찾는 그런 계기가 되듯 그런 흐름으로 작용되길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 평화 분위기를 잇기 위해 지난해 처음 시작된 평창국제영화제는 올해로 2회를 맞았지만, 최근 남북 경색 분위기로 인해 무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1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평창영화제 입장에서 '고약한 선물'이기도 했다.
 
 18일 강원도 평창 티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평화의 길, 빛나는 순간’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는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문성근 이사장

18일 강원도 평창 티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평화의 길, 빛나는 순간’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는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문성근 이사장 ⓒ 성하훈

 
더구나 지난 15일에는 파주 도라산역 역사 앞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20돌을 기념해 문성근 이사장의 부친인 통일운동가 고 문익환 목사 시비 제막식을 열었던 터였다. 문 이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최근 남북경색에 대해 "안타까움을 넘어 불쾌했다"고 한 것은 이런 심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영화인들 사이에선 조국 독립과 민주화, 그리고 통일을 위해 한평생 헌신한 문익환 목사와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남북평화를 위한 마음으로 평창국제평화영화제를 시작한 문성근 이사장의 노력을 북한이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성근 이사장은 "평화가 필요하다. 영화가 더욱 절실하고 간절해졌다"며 평창영화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기자간담회 이후 인근 티롤 갤러리에서 진행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평화의 길, 빛나는 순간' 사진전 개관행사에서도 "2018 겨울올림픽에서 시작된 평화의 빛이 바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어렵기 때문에 더 해야 한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다시 평화' 간절히 염원

문 이사장은 또한 평창영화제 개막선언을 하면서도 "코로나19로 멈춰선 세상과 인종갈등 시비를 보면서 다시 평화를 생각하게 됐는데, 다시 멈춰선 남북관계를 보면서 다시 평화가 오기를 간절히 염원한다"며 평창영화제의 슬로건인 '다시 평화'를 거듭 반복했다. 겨레의 평화를 염원하는 남한 통일운동 진영이 북한을 향해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기도 했다.
 
평창영화제 개막식 참석자들도 평화를 염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금석 강원도의회 의장은 "평창영화제가 다시 평화를 부르는 시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만들었던 분들께 간곡히 부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펜스 미국 부통령을 호명한 뒤, "평창올림픽 정신으로 다시 돌아와 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공연

2회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개막공연 ⓒ 이정민

 
개막식 축하공연에선 영화 <기생충>의 정재일 음악감독과 박순아 가야금 연주자가 협연을 선보였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이번 영화제를 위해 북한 교향곡 '압록강'과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가곡 '내 고향을 이별하고'를 테마로 한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창작 연출했다.
 
지난해 평창남북평화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제1회 행사를 의미 있게 치른 평창영화제는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로 이름을 바꾸고 개최 시기도 한국전쟁 발발 시기인 6월로 변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올해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영화제 중 처음으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개막식을 열었다.
 
개막 직전 급속하게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이런 시기 평화를 위한 노력이 영화로 시작돼야 한다는 뜻에는 개막식 참석자들도 공감을 나타냈다. 
 
남북관계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처럼, 남북관계를 다시 평화적으로 돌리는데 역할을 하겠다는 영화인들의 뜻이 개막식에 담겨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보편화될 영화제 모습
 
 관객들의 발열체크와 소독을 진행중인 평창국제평화영화제

관객들의 발열체크와 소독을 진행중인 평창국제평화영화제 ⓒ 성하훈

 
한편 개막작인 <어느 수학자의 모험>은 원자폭탄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한 폴란드 출신 천재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나치에 의해 가족을 잃은 전쟁의 피해자이면서 수많은 민간인을 살상한 원자폭탄을 개발한, 역설적 삶을 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비인간적 살상과 파괴에 대한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18일 개막한 평창국제평화제는 오는 23일까지 평창군 대관령면 일원에서 펼쳐진다. 경쟁부문도 국제장편경쟁과 한국단편경쟁 등으로 늘어났고 북한에서 제작됐거나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등 34개국에서 출품한 96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영화제들이 온라인이나 극도로 제한된 일반상영을 병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관객들의 참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첫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평창영화제 측은 거리두기와 방역 등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 이후 영화제들이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다"며 "평창영화제는 코로나19 이후 보편화돼야 할 영화제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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