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시네마'는 영화평론가이자 인문학자인 안치용 한국 CSR연구소장이 영화에서 드러난 '테크'의 동향과 의미, 문명사적 향배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속 '테크'와 영화를 만드는 데 동원된 '테크'를 함께 조명하여 영화와 '테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모색합니다.[편집자말]
드론만큼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물체도 없을 것이다. 영화 속에 드론이 직접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도 드론을 이용한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의 촬영이 늘어나고 있다. 드론은 이처럼 스크린의 안과 밖에서 각각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영화의 핵심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소재'라는 표현은 드론이 주제가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억지로 드로니즘이란 말을 쓴다고 하여도 이 드로니즘의 지시가 휴머니즘의 지시와 다르고, 최종적으론 드로니즘이 휴머니즘의 한 양상이 될 수밖에 없다.
 
'드론(drone)'이란 영어 단어는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the distant drone of traffic"은 "멀리서 차들이 웅웅거리는 소리"로 번역된다. 연장선상에서 일부 악기가 배경음으로 내는 '저음(부)'을 뜻하며, '소리와 연관되어' 수벌이란 의미도 갖는다. '의성'어에서 명사(비행체)로 바뀐 어휘이다.
 
드론을 드론이라고 부른 데에는 일종의 인간주의가 개입하였다고 할 수 있다. 드론이 등장하는 대표적 영화의 하나인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2015년)에는 고공에 떠 있는 폭격기 수준의 대형드론과 인간에게 보이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소형드론이 나온다. 집밖에서 출입동향을 감시하며 내용상 CCTV 기능을 수행하는 소형드론은 얼핏 벌새처럼 보인다.

이 드론이 이동하며 날아오르면 'drone' 본래의 의미대로 웅웅거리는 소리를 낸다. 다음에 등장한 드론은 이것보다 더 작아서 딱정벌레라고 부르며 웬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식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고, 실내에 몰래 들어가서 방안의 동정을 관찰하여 그 영상을 케냐에서 미국과 영국으로 보낸다.

의성어에서 비롯된 '드론' 표현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한 장면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폭격용 드론

▲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 한 장면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폭격용 드론 ⓒ 안치용

 

드론의 정식명칭은 (탑승하는) 조종사 없이 무선전파의 유도에 의해서 비행이 가능한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군사용)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uninhabited aerial vehicle)이다. 의성어에서 비롯한 드론이란 표현은 사람이 드론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인식했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

벌이나 딱정벌레처럼 웅웅거리는 무엇으로 지각하고 그것이 명칭으로 굳어진 데에는 앞서 말한 인간중심주의가 개입했으며, 이 인간중심주의는 드론에 대한 오인을 반영한 것이어서 드론이 도입됨으로써 야기할 문명사적 문제점을 선취했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소리'나 벌은 사람을 못 죽이지만 '물체'나 항공기는 대규모 살상까지 가능하다.
 
드론은 '미미한 소리'가 아니라 'vehicle'이고 무기이다. 드론은 그것을 포착하는 사람에게 '미미한 소리'이지만 전파를 통해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에겐 '드론 앞의 사람'을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는 치명적 무기이다. 이 이중성은 본질적으로 이격성(離隔性)에서 비롯한다. '소리'이자 '무기'라는 이중성은 이격성과 결부되어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모니터 앞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이격성 하의 사람에게도 이중성 비슷한 것이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UAV라는 드론의 정식명칭의 'U'가 "unmanned"와 "uninhabited"의 두 가지 단어를 함께 쓴다는 데에 주목하면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를 더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다.

즉 모니터 앞의 조종사는 현장에서 적군을 직접 사살하지 않지만, 먼 곳에서 안전하게 "앉아서" 드론이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결정을 내린다. 영화에서는 마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돼 있지만 그런 동작은 수천 Km 떨어진 곳의 상공에 위치한 공격용 드론에게 전파를 쏘아 보내는 것에 불과하다.

"unmanned"인지 "manned"인지, "uninhabited"인지 "inhabited"인지, 조종사는 혼란을 겪고 분열을 겪게 된다. 분열과 혼란은 <아이 인 더 스카이>에서도 나오지만 <드론전쟁: 굿킬>(2014년)에서 훨씬 더 극명하다. <드론전쟁: 굿킬>의 원제는 그저 'Good Kill'이다. 상반된 두 단어 'Good'과 'Kill'을 조합한 제목에서 이미 영화의 주제가 암시된다.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년)과 <엔젤 해즈 폴른>(2019년)에서 나오는 드론은 둘 다 위력적이긴 하지만 <아이 인 더 스카이>나 <드론전쟁: 굿킬>처럼 지구 전역을 무대로 한 방대한 군사작전의 동원된 드론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극중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을 연출하는 데에 사용된다.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는 드론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형태를 살펴보았듯 드론의 크기와 무게는 벌레에서 소형 자동차까지의 범위에 걸쳐진다. 카메라, 센서, 통신시스템은 거의 기본으로 탑재되며 원격제어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동력을 구비한다.
 
드론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수명을 다한 낡은 유인 항공기를 공중 표적용 무인기로 재활용하려는 목적에서 개발되기 시작했다. 원래 개발목적이 소모용이었다는 얘기다. 이후 다른 분야의 기술발달과 결합되면서 2000년대 들어 위협적인 군사무기로 부상했다. 드론의 활용처는 아직까지 거의 대부분 군사쪽이지만 민간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무인(無人)택배 서비스, 농약살포, 공기질 측정 등 사용범위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영화 <건즈 아킴보> 영화 <건즈 아킴보>에서 극중 관람객이 드론을 통해 중계되는 주인공의 움직임 영상을 태블릿PC로 관람하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건즈 아킴보>에서 주인공 마일즈 역을 연기했다.

▲ 영화 <건즈 아킴보> 영화 <건즈 아킴보>에서 극중 관람객이 드론을 통해 중계되는 주인공의 움직임 영상을 태블릿PC로 관람하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건즈 아킴보>에서 주인공 마일즈 역을 연기했다. ⓒ 안치용

 
영화 <건즈 아킴보>에서는 드론이 목숨을 담보로 한 살인게임을 중계하는 불법 온라인 비즈니스에 동원된다. <건즈 아킴보>의 게임공간 '스키즘'을 만들고 그것을 촬영해서 전세계로 보내는 역량은 현대기술의 총화이겠지만 주인공들에게 근접하여 게임을 직접 포착하는 카메라맨의 역할은 드론이 수행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실제 조감(鳥瞰)하듯 드론으로 촬영된 화면을 본 관객이 <건즈 아킴보>에서는 드론으로 촬영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관람한다. <아이 인 더 스카이>나 <드론전쟁: 굿킬>과 같은 분열이 목격되지 않지만 이물감 없는 이격이 일상의 감각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을 체감한다고나 할까. 솔직히 말해 체감이 일반적이지는 않겠다.
덧붙이는 글 안치용 기자는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이자 영화평론가입니다. 이 글은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https://blog.naver.com/ahna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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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평론하고, 래디컬 정치를 사유한다. 활자에도 익숙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쓴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소년/대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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