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아팠고 그만큼 많은 의료진들이 아직도 고생하고 있지만 코로나 19로 가장 아팠던 곳은 아마도 대구가 아닌가 싶다. 곡절도 많았지만 비교적 빠르게 다시 일어난 K리그 덕분에 모처럼 그곳에 함박웃음이 피었다. 대구 FC가 자랑하는 신나는 역습 축구가 보기 드문 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시즌 최다골 차 대승의 기쁨을 누린 것이다. 그 상대가 마침 지난 시즌 마지막 게임에서 대구 FC를 5위로 밀어내고 3위를 차지하여 극적으로 2020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따낸 FC 서울이기에 더 놀라웠다.

이병근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14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6라운드 FC 서울과의 홈 게임에서 세징야, 김대원 등 핵심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6-0 대승을 거두고 시즌 최다 점수 차 승리 기록을 세우며 리그 5위(9점 2승 3무 1패 10득점 5실점)까지 뛰어올랐다.

대구 FC의 유효 슛 대비 득점률 '66.7%'
 
 14일 오후 대구 DGB 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서울 정현철(가운데)이 자책골을 넣고 있다. 2020.6.14

14일 오후 대구 DGB 대구은행파크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서울 정현철(가운데)이 자책골을 넣고 있다. 2020.6.14 ⓒ 연합뉴스

 
K리그 1 열두 팀은 지난 주에 벌어진 5라운드 여섯 게임을 통해 모두 18골을 터뜨리며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게임 당 3골이라는 기분 좋은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바로 일주일 뒤 이어진 이번 6라운드에서 새 기록이 찍혔다. 여섯 게임에서 터진 골이 모두 22골로 게임 당 3.67골을 넣은 것이다. 이 기록을 가장 앞에서 이끈 팀이 바로 대구 FC다. 시즌 초반 휘청거렸던 바로 그 팀이 아니라 대구 FC 이름에 걸맞는 빠른 역습 본연의 색깔로 돌아온 것이다. 

이 게임에서 만든 대구 FC의 슛 기록 14개 중에서 64.3%에 해당하는 9개를 유효 슛으로 날린 것도 모자라 그 중에서 66.7%라는 높은 적중률로 무려 6골을 몰아넣은 것이다. 묘하게도 이 득점 기록 중 FC 서울 선수가 넣은 자책골이 이례적으로 2골이나 되기 때문에 대구 FC가 감행한 역습 기회 절반 이상을 실제 골로 연결시킨 것이라 할 수 있는 기록이다.

게임 시작 후 10분만에 대구 FC의 기분 좋은 역습 첫 골이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김대원이 빠르게 공을 몰고 들어간 순간부터 오른쪽 측면에서 달려온 정승원에게 이어진 역습 패스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고 그 공이 곧바로 골문 바로 앞으로 뛰어들고 있는 세징야에게 걸린 것이다.

세징야는 왼발로 그 공을 밀어넣으면서 주저앉는 바람에 실제로는 엉덩이에 공이 깔려 골 라인을 넘어가는 멋쩍은 순간을 연출했다. 축구의 역습에서 공간으로 뛰어드는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공보다 빠른 세징야가 확인시켜 준 셈이다. '오른발, 왼발, 머리' 등 더 구체적인 득점 부위별 기록도 남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세징야의 첫 골은 왼발 인사이드 킥에 이은 엉덩이 슛이라고 적어두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기분 좋게 대승의 문을 연 대구 FC는 34분에 김대원의 시원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골 라인으로부터 약 20미터 떨어진 FC 서울 페널티 구역 반원 위에서 맘 놓고 때린 공이 초록 그라운드 위를 미끄러지며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언제나 대구 FC 역습의 중심에 서 있는 김대원으로서는 시즌 첫 해트트릭을 노리고 싶었던 날이기도 했다.

자책골도 2개, 최근 2게임 10골 내준 'FC 서울'

이 게임 홈 팀 대구 FC가 원하는 것 무엇이든지 되는 날이라는 점이 41분에 확인됐다. 왼쪽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세징야가 오른발로 날카롭게 감아올린 공을 수비에 가담한 FC 서울 베테랑 박주영이 걷어낸다는 것이 그만 머리에 맞고 넘어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FC 서울의 자책골이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놀라운 게임이었다. 65분에 대구 FC 미드필더 츠바사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오른발로 찼는데 FC 서울 골키퍼 유상훈이 뛰어난 순발력을 자랑하며 막아냈다. 하지만 여기서 흐른 공을 걷어내기 위해 달려들던 정현철이 공을 급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자기 골문으로 밀어넣는 희귀한 장면이 이어진 것이다. 1게임 자책골이 2개나 나왔다는 것은 웬만한 축구 게임에서 상상하기 힘든 양상이어서 이 게임을 통해 6골이나 내준 FC 서울 선수들은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사이 대구 FC는 김대원의 강력한 오른발 대각선 추가골(52분)을 만들어냈고, 에드가 대신 들어온 교체 선수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그라운드를 밟은 뒤 3분만에 세징야의 프리킥을 받아 헤더로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FC 서울 유니폼을 입고 총 여덟 시즌 254게임을 뛰며 148골(게임 당 0.58골) 35도움 대기록을 세워 K리그 최고의 골잡이 중 한 선수로 우뚝 섰던 데얀이 수원 블루윙즈(두 시즌 54게임 16골 4도움)를 거쳐 대구 FC의 하늘빛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넣은 첫 골이기 때문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데얀에게 실점하며 0-6이라는 참담한 스코어 보드를 받아든 FC 서울은 지난 6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1-4로 패한 기록까지 합쳐서 최근 두 게임 평균 5실점 완패라는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그 사이에 순위표까지 떨어져 9위(6점 2승 4패 5득점 15실점)로 미끄러졌으니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제 대구 FC는 오는 17일(수) 오후 8시 부산 구덕운동장으로 들어가 부산 아이파크와 만나며, 최근 세 게임 연속 패배의 수렁에 빠진 FC 서울도 같은 날 오후 7시 상주 시민운동장으로 들어가 상주 상무를 만난다.

2020 K리그 원 6라운드 결과(14일 오후 7시, DGB 대구은행 파크)

대구 FC 6-0 FC 서울
[득점: 세징야(10분,도움-정승원), 김대원(34분), 박주영(41분,자책골), 김대원(52분,도움-츠바사), 정현철(65분,자책골), 데얀 다미아노비치(72분,도움-세징야)]

대구 FC 선수들
FW : 김대원, 에드가(68분↔데얀 다미아노비치)
MF : 황순민, 김선민, 세징야, 츠바사(77분↔류재문), 정승원
DF : 김우석, 정태욱, 조진우(64분↔김재우)
GK : 최영은

FC 서울 선수들
FW : 박주영, 조영욱(46분↔아드리아노)
MF : 양유민(79분↔고요한), 알리바에프, 정현철, 한승규(46분↔한찬희), 김진야
DF : 김주성, 김남춘, 강상희
GK : 유상훈

2020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15점 5승 1패 10득점 3실점 +7
2 울산 현대 14점 4승 2무 14득점 4실점 +10
3 강원 FC 11점 3승 2무 1패 9득점 7실점 +2
4 포항 스틸러스 10점 3승 1무 2패 12득점 10실점 +2
5 대구 FC 9점 2승 3무 1패 10득점 5실점 +5
6 상주 상무 8점 2승 2무 2패 7득점 10실점 -3
7 성남 FC 8점 2승 2무 2패 5득점 4실점 +1
8 광주 FC 7점 2승 1무 3패 5득점 6실점 -1
9 FC 서울 6점 2승 4패 5득점 15실점 -10
10 수원 블루윙즈 5점 1승 2무 3패 5득점 7실점 -2
11 부산 아이파크 3점 3무 3패 4득점 9실점 -5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점 2무 4패 2득점 8실점 -6

2020 K리그 1 라운드별 득점 기록
1라운드 13골(게임 당 2.17골)
2라운드 13골(게임 당 2.17골) 
3라운드 11골(게임 당 1.83골) 
4라운드 11골(게임 당 1.83골)
5라운드 18골(게임 당 3.0골) 
6라운드 22골(게임 당 3.67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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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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