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국민의 삶을 지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지난 7일 방송한 KBS < 저널리즘 토크쇼 J >는 코로나 경제 위기 속에서 보수 언론의 '나랏빚 걱정'의 속내를 살펴보았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상당수 언론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전부터 '총선용 퍼주기 정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조선일보 <재난지원금 백태>(2020.5.18.)는 "현금살포 위력", "나라에서 준 공돈이니 씀씀이는 커진다", "매표 정책", "적자 국채 찍어 쌍꺼풀 수술하고 골프채도 사줄 형편 되는 나라"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동아일보 <참을 수 없는 현금 살포의 유혹>(2020.5.18.)은 "정부와 여당이 헬리콥터 살포식 현금 유포 또는 지원 약속이 표심을 흔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긴급재난지원금은 정부, 여당만의 정책이 아니다. 4.15 총선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50만 원씩 지급하자고 공약한 바 있다.

기사 중 "개발연대의 '고무신 선거' 때도 그랬지만, 21세기 첨단산업 시대에도 선거에서 돈은 힘이 세다는 것"이라며 총선 결과를 폄훼한 대목은 눈을 의심케 한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시민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다음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고무신 선거가 뭐예요? 부정선거입니다. 이런 부정선거와 연결시키면서 가장 나쁜 것이 시민들이 결정하고 선택했던 이번 선거의 결과 역시도 '너희 돈맛에 넘어간 거 아니야?', '시민들 합리적이지 않아', '돈이면 자기 표를 팔아넘긴다' (결론 내립니다)." (강유정 교수)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매일경제 <전시 재정동원령과 국가부채의 진실>(2020.5.27.)은 "전 국민에게 무차별 재난지원금을 준 나라는 지구상 5개국도 안 되는데 한국은 돈을 펑펑 썼다"고 적었다. 이것 역시 사실과 다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우리나라, 일본, 홍콩, 싱가포르는 보편지원을, 미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오스트리아는 선별지원을 하는 중이다.

보편지원을 채택한 국가의 재난지원금 현황은 어떨까? 일본은 1인당 114만 원, 홍콩은 1인당 160만 원, 싱가포르는 소득에 따라 52만 원~104만 원을 준다. 우리나라는 가구원 수별로 40만 원~100만 원을 지급한다. 국가별 재난지원금 정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무조건 포퓰리즘 정책이라 몰아가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수급 대상 자격을 묻는 보수 언론의 기사도 끊이질 않았다. 데일리안 <'플렉스 소비' 부르는 재난지원금>(2020.5.25.)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누군가에는 긴박한 생활자금, 누구에게는 펑펑 써버리는 공돈"이라고 보도했다. 기사 말미엔 "정부 말대로 초유의 위기상황에서 모처럼 지급된 재난지원금이 '슬기로운 소비생활'로 귀결되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복지 정책이 아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도입한 경제 정책이다. 받아서 열심히 써주는 게 최선이다. 한시적으로 쓸 수 있는 형태로 지급한 이유도 100% 소비를 끌어내기 위함이다. 보편지원을 선택한 이유도 저소득층은 주로 식료품, 연료 등 생필품 소비를, 고소득층은 다양한 종류의 선택적 소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는 식당, 빵집, 미장원, 마트, 병원 등 전체 상권에 골고루 '쓰인다'는 점에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신용·체크카드로 충전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동네 상권과 전통시장에서 매출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음식점(24.8%), 마트·식료품(24.2%), 의류·잡화(5.3%) 순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사용됐다. 국민은 알아서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언론이 비판을 위한 비판을 위해서 통계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준다. 중앙일보 <한우 1등급 살 돈으로 2+ 사서 먹는다...재난지원금의 배신>(2020.5.29.)은 김포시 마트 5곳의 소고기, 수입 맥주 등 가격을 예로 들며 재난지원금을 못 쓰는 대형마트의 장바구니 물가가 식자재마트, 하나로마트 등에 비해 싸다고 보도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대형마트의 가격이 더 저렴한데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쓸 수 있는 곳으로 몰리며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없는 문제점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기사는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 특정 날짜에 매장 5곳을 방문해 5개 품목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장바구니 물가를 확인하는 정확한 조사 방법이 아니라 전문가들은 말한다. 농수산물의 공식 가격을 공개하고 각종 물가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들아보자.

"한 지역의 사례로 전체를 추정하는 것은 통계학적 방법이 아닙니다. 표본을 좀 더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품목도 너무 소수만을 비교하고 있어서 결과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조사는 신뢰하기 어려운 조사입니다."

지난 5월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보다 6.8포인트 오른 77.6포인트로 집계됐다. 이 결과를 두고 언론사마다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경향신문은 <얼어붙었던 소비심리...5월 들어 '반등'>(2020.5.26.)이라 썼고, 한국경제는 <재난지원금 풀렸어도...소비 심리 '꽁꽁'>(2020.5.26.)이라고 썼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 기사는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소비자 심리지수가 100보다 높다고 하면 앞으로 소비자들이 경제에 대해서 낙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 보여주고요.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것이죠. 3월에 코로나19 충격이 오면서 (소비자 심리지수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4월에도 계속해서 하락했는데 5월이 되면서 반등을 했어요. 반등이 됐다는 건 해석의 문제가 아니고 사실을 읽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꽁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호도의 문제라고 (봅니다)." (박상인 교수)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지난 3일, 정부는 35조 3천억 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한국경제 <3차 추경 35조 3000억 원 '역대 최대'...나랏빛 급격히 증가(2020.6.3.), 매일경제 <역대 최대 '35.3조 슈퍼 추경'에 우리나라 살림 괜찮을까?> 등 비판 기사가 줄을 이었다.

3차 추경이 예고됐을 때부터 보수 언론은 재정확대 정책을 반대했다. 중앙일보의 칼럼 <나랏돈 못 써 안달 난 분들>(2020.5.28.)은 "나라가 거덜 나고 미래 세대가 쪽박을 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사설 <나라 걱정 그만하자>(2020.5.27.)는 문재인 대통령의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곡해하여 "개인과 민간 기업이 갖고 있는 사유 재산이 징발될 수 있다"는 황당한 비유를 늘어놓았다.

문재인 정부의 추경을 향해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는 보수 언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추진했을 땐 달랐다. 역대 최다 규모였던 당시 추경을 놓고 조선일보는 <한발 앞선 대응 긍정적...위기 심각성에 비해 규모는 미흡>(2008.11.4.), 중앙일보는 <나라살림 적자인 미국·일본도 화끈하게 돈 푸는 데 '흑자' 한국은 경기 살리겠다고 책정한 나랏돈이 33조뿐>(2008.12.11..)이라며 더 빨리, 더 많이 풀길 요구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추경을 대하는 언론사의 이중잣대를 지적한다.

"지금 코로나 위기가 그때보다 더 어려울 때가 아닌가라는 싶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추경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비판을 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보여서 안타깝습니다." (임자운 변호사)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대재앙이 사회에 일어난 후 재난을 기득권층의 이해나 자본의 이익을 위한 기회로 악용되는 현상을 '재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거대한 재난이 사회와 시민을 혼란에 빠뜨린 동안 기득권층과 자본은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거나 규제 완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한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자리 잡은 비정규직 확대와 상시적 구조조정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3월 말, 경총과 전경련은 일상 해고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시간 연장을 포함한 노동 유연화, 법인세·소득세·상속세 인하 등의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원격진료와 원격교육을 본격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일부 언론의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기사의 마지막은 똑같다. 규제를 완화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언론의 역할은 기득권층과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삶을 전달하고 재난 자본주의를 감시하는 데 있다. 경제 위기조차 정파적 이익으로 활용하는 일부 언론의 작태를 보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버텨낼 피난처 '집'을 다룬 경향신문의 <재난시대 '빈익빈 부익부'>(2020.3.21.), 가난한 노동자들이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되는 상황을 진단하는 한겨례21의 <약한 이들이 먼저 죽지 않는 사회를>(2020.3.30.) 같은 좋은 기사를 보며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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