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SK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챙기면서 공동 2위 자리를 되찾았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더블헤더 홈경기에서 1차전 3-1, 2차전 4-3으로 승리하며 하루에 2승을 챙겼다. 전날 우천 연기로 인한 더블헤더의 부담을 전화위복으로 만든 LG는 이날 NC다이노스에게 5-7로 패한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없애고 공동 2위로 뛰어 올랐다(20승12패).

하루에 두 경기를 치러야 하는 더블헤더 경기는 1차전이 매우 중요하다. 1차전의 흐름이 2차전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SK의 염경엽 감독은 1차전에서 외국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를 내세웠지만 LG의 류중일 감독은 전날 예고했던 선발 투수를 그대로 더블헤더 1차전에 내세웠다. 그리고 '더블헤더 기선제압'이라는 임무를 갖고 등판한 루키 이민호는 7이닝 6피안타 7탈삼진 1실점 호투로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벽히 수행했다.

박용택의 후계자 될 수 있는 박주홍 대신 선택한 투수

2018시즌 10년 연속 3할 타율과 7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한 LG의 간판타자 박용택은 시즌 후 LG와 2년 25억 원의 세 번째 FA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나이로 42세 시즌까지 8억 원의 연봉을 보장 받은 박용택은 "남은 FA계약기간 동안 반드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박용택의 FA계약 마지막 해가 됐다.

LG의 우승 여부를 떠나 박용택은 올 시즌이 끝나면 현역 생활을 마감할 확률이 높다. 박용택은 올 시즌에도 여전히 3할대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지만 무홈런1도루의 성적이 말해주듯 전성기 시절 잘 치고 잘 달리던 호타준족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LG 입장에서도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고 박용택이 후배들과 팬들의 찬사를 받으며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LG 내에서 박용택의 뒤를 이을 젊은 간판타자 후보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물론 LG에는 김현수, 채은성, 이천웅, 이형종처럼 뛰어난 타격을 자랑하는 외야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채은성이 올해 31세(1990년 2월생)일 정도로 박용택의 장기적인 대안이 되기엔 나이가 많은 편이다. 반면에 홍창기,이재원 같은 유망주들은 쟁쟁한 주전들에 가려 1군에서 실적을 쌓을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LG팬들이 2018년부터 주목했던 선수가 바로 장충고의 거포 외야수 박주홍(키움 히어로즈)이었다. 2학년 시절부터 엄청난 장타력과 정확한 타격, 뛰어난 선구안을 겸비한 '5툴 플레이어' 유망주로 꼽히던 박주홍은 LG팬들이 2020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반드시 1차 지명으로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던 유망주였다. 박주홍이라면 충분히 이병규와 박용택을 이을 LG의 간판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LG구단의 생각은 팬들과 조금 달랐다. LG 역시 박주홍의 명성과 잠재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LG가 박주홍보다 더 주목했던 선수는 바로 189cm 93kg의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휘문고의 우완 이민호였다. 이민호는 작년 4월 고교야구 주말리그 서울고와의 경기에서 경기 개시 후 9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결국 이민호는 박주홍을 제치고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1차지명 선수로 선발됐다.

소형준과 신인왕 경쟁, 22년 만에 고졸 우완 선발 신인왕 탄생?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위스의 경기. 6회초 LG 선발투수 이민호가 공을 던지고 있다. 2020.6.11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LG 트위스의 경기. 6회초 LG 선발투수 이민호가 공을 던지고 있다. 2020.6.11 ⓒ 연합뉴스

 
이민호는 3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당당히 프로에 입성했지만 이민호를 바라보는 LG팬들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LG는 과거에도 이정용, 김영준, 고우석, 김대현 등 고교와 대학무대를 평정한 슈퍼루키들을 1차 지명으로 선발했지만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민호도 프로무대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민호는 호주 스프링캠프에 포함되지 못하고 이천에서 몸을 만들며 시즌을 준비했다. 이민호가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는 만큼 호주에서 선배들과 본격적인 기술훈련을 하는 것보다는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피지컬 테스트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며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게 낫다는 LG구단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지난 3월 국내에서 류중일 감독에게 첫 선을 보인 이민호는 뛰어난 구위로 합격점을 받으며 선발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두산과의 개막 3연전에서 이틀 연속 등판해 4이닝을 던지며 프로 데뷔전을 치른 이민호는 2주 동안 2군에 내려가 있다가 지난 5월 21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선발 데뷔전을 치렀다. 이민호는 5.1이닝 동안 4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피안타 1개 만을 허용하는 무실점 투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이민호는 열흘 후 삼성과의 리턴 매치에서 첫 패를 당했지만 7이닝 7탈삼진 2실점으로 뛰어난 투구내용을 이어갔다.

류중일 감독의 관리를 받아 열흘의 등판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민호는 세 번째 선발 등판경기였던 11일 SK전에서도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다. 이민호는 전날 경기가 비로 연기되고 다음날 낮경기에 투입되는 부담 속에서도 7이닝 동안 112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SK타선을 꽁꽁 묶었다. 올 시즌 23.1이닝 동안 단 3점의 자책점만을 기록한 이민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16에 불과하다.

작년 LG의 불펜투수 정우영이 신인왕에 선정됐지만 고졸 선발 투수가 순수 신인왕에 오른 사례는 2006년의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졸 우완 선발로 범위를 좁히면 1998년 현대 유니콘스의 김수경까지 소환해야 한다. 등판할 때마다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선배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이민호는 이제 고교 시절 라이벌이었던 소형준(kt 위즈)과 함께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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