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오소영은 1994년 제6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가을에는'으로 입상하며 대중과 인연을 맺었다. 4년 후 고 조동진의 하나음악에 합류한 그는 2001년 쓸쓸한 목소리의 앨범 <기억상실>로 데뷔한다. 이후 2009년 서정적인 세계를 노래하던 <A Tempo>에서도 고독, 우울, 절제 등의 단어가 그를 수식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20년 5월 24일, 긴 시간 끝에 정규 3집 <어디로 가나요>를 발표한 오소영은 분명 달라졌다. 앨범 커버를 수놓은 앙증맞은 일러스트 속 오소영은 애완묘 '순둥씨'와 함께 춤을 추며 앞으로 나아간다. 트로트, 요들, 행진곡 등 다양한 장르 위 노래들은 꾸밈없이 밝고 명랑하다. 그럼에도 깊고 섬세하다. 인터뷰에 참여한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배경을 모르고 들으면 음악 교과서에 실려도 될 음악이다!"라는 표현으로 베테랑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변화를 요약했다.

무더운 여름의 초입이었던 지난 5일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오소영을 만나 햇살같이 환한 미소로 긴 공백기, 그리고 오랜만의 세상 외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6월 5일 서울 연남동 스튜디오에서 3집 <어디로 가나요>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오소영을 만났다.

6월 5일 서울 연남동 스튜디오에서 3집 <어디로 가나요>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오소영을 만났다. ⓒ IZM

 
-앨범 발표 이후 기분은 어떤가?
"홀가분하다. 작업한 지 굉장히 오래된 곡도 있었고, 전작이 나온 후로 시간도 많이 흘러서 어떻게든 세상 밖으로 내보고 싶었거든."

- 2009년 <어 템포(A Tempo)> 이후 11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작이다. 
"<기억상실>과 <어 템포> 사이에도 8년의 간격이 있었다. 그때는 음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하지만 이번 11년 동안은 음악을 해야겠다는 분명한 뜻이 있었다. 활동을 많이 못할 때도 꾸준히 곡을 쓰면서 저를 갈고닦는데 많이 노력했다."

-긴 시간이 있었던 만큼 음악 팔레트 구축의 기간도 오래 걸렸을 텐데요. 음악은 어떻게 구상했나.
"이번 앨범 전까지는 항상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모두 보여드리자'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다. 이번 앨범은 다르다. 특정한 주제 아래의 콘셉트 앨범을 의도했다. 그 주제는 바로 '죽음'이었다."

음악은 쉬울지언정 오소영의 <어디로 가나요>는 결코 가볍지 않다. 1번 트랙 '홀가분'에서 이미 앨범의 주인공은 세상을 뜬다. 2번 트랙 '살아 있었다'에서 자신의 빈자리를 직접 목격한 후, 주인공은 '멍멍멍'과 '즐거운 밤의 노래'로 즐거웠던 한 때를 추억함과 동시에 '떠나가지 마', '난 바보가 되었습니다' 등 지난날을 찬찬히 돌아본다.

어두운 주제와 밝은 음악. 오소영은 이상의 과정을 '덜어내기'와 '내려놓기'로 설명한다.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어요. 예민한 성격, 불편했던 것들을 나이가 들어가며 많이 놓아줄 수 있게 되었고, 힘들었던 부분도 많이 내려놓게 되었어요.". 오롯이 감정에 집중하는 곡 '난 알맹이가 없어'와 마지막 트랙 '그 사람'을 설명하며 오소영이 덧붙인 말이다. 그는 현재 자신의 음악을 '친밀한 사람의 음악, 친근하고 꾸미지 않은 친구의 노래'로 정의했다. 
 
 2009년 이후 11년 만에 발표한 새 정규앨범 <어디로 가나요>는 기존 오소영의 색과 달리 편안하고 밝은 스타일의 음악으로 새로운 매력을 들려준다.

2009년 이후 11년 만에 발표한 새 정규앨범 <어디로 가나요>는 기존 오소영의 색과 달리 편안하고 밝은 스타일의 음악으로 새로운 매력을 들려준다. ⓒ IZM

 
-앨범의 타이틀곡 '어디로 가나요'에 대해 말해달라. 
"'어디로 가나요' 역시 힘들 때 작업한 곡이다. 앨범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힘들 때 만든 곡과 그렇지 않았을 때 쓴 곡의 차이가 크다. '어디로 가나요'는 힘든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노래로 건네는 위로와 같은 곡이다. '도망쳐요' 부분이 이 곡의 주제이기도 하고."

-'어디로 가나요'는 세련된 편곡이 인상적이다. 
"작업할 때 세련되어야 하겠다, 이렇게 해야겠다 하며 의도하진 않았다. 곡 작업할 때는 먼저 떠오르는 심상을 담고 미리 설계를 해둔다. '살아있었다'를 만들 때도 기타, 하모니카, 쉐이커 이렇게 있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 구상을 미리 하지. '어디로 가나요' 역시 잔잔히 연주하지만 힘을 싣고자 했다. 목소리와 기타 플레이가 앞에 나서는 것도 생각했다. 그게 제 음악의 색이라 생각한다."

-9번 트랙 '난 알맹이가 없어'의 경우 앨범을 마무리하는 트랙이다. 
"앞서 말씀드린 '죽음'의 주제대로 말씀드리면, 사실 이 앨범의 주인공은 1번 트랙에서 이미 죽었다. 2번에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고, 3번과 4번부터는 그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구성을 의도했다. 거슬러 올라가 보는 진행인 거다. '난 알맹이가 없어'는 계속 의문을 만드는 곡이다. 사운드에 공백을 넣으면서 알맹이가 없는 느낌을 그대로 전하고자 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갖고 있던 희망, 사랑, 허무함 등 다양한 감정을 담고 싶었다."

-마무리 메시지를 건네는 '그 사람'의 뜻은.
"정리하는 곡이다. 노래의 분위기도 그렇고, 화자가 말하는 감정과 모든 것들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리워하는 감정 그 자체에 오롯이 집중한 모습이다. 뭔가를 더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는 기다림. 그 기다림이 '정리'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봤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나는 이 자리에서 그럼에도 살아있고, 무언가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계속 이 자리에서 그리워하면서도, 기다리자. 이런 뜻을 담았다."
 
 1994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하나음악에 합류한 오소영은 <어디로 가나요>까지 총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5월 24일 발표한 <어디로 가나요>는 8~9월 LP로도 제작되어 공개될 예정이다.

1994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하나음악에 합류한 오소영은 <어디로 가나요>까지 총 세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5월 24일 발표한 <어디로 가나요>는 8~9월 LP로도 제작되어 공개될 예정이다. ⓒ 김도헌

 
11년에 달하는 공백기, 창작의 시간은 베테랑 싱어송라이터인 그에게도 결코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감정의 기복과 우울의 순간이 거듭 발목을 잡았다. 자신을 다잡기 위해 '하루 한 곡 만들어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업로드하기'와 같은 미션을 수행하는 등 꾸준히 <어디로 가나요>에 실릴 곡을 갈고 닦았다. 그는 3번 곡 '멍멍멍'의 경우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마지막 합창 부분 사람을 모으기 쉽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더 좋은 결과물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힘든 시간 속 오소영에게 힘이 되어준 존재들이 있었다. 앨범 커버 속 고양이 '순둥씨'는 오래도록 그와 함께한 반려묘. 

"지난해 8월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그때 참 많은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순둥씨가 나와 함께할 때의 기억들, 순둥씨가 내 곁을 떠나던 순간의 허무함, 이후 극복하려 하기도, 차오르는 감정을 받아내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빈 자리가 생겼지만 다른 느낌이 차오른다고 할까. 오히려 더 살고 싶고, 재미있게 지내고 싶고… 순둥 씨가 제게 준 선물이다."

<어디로 가나요>에 추천사를 남겨준 대중음악의 거장 3명도 오소영에게 큰 힘이 된 존재. 시인과 촌장 하덕규, 낯선 사람들의 고찬용, 어떤날의 조동익이 대중음악계 후배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남겼다. 특히 오소영은 2017년 8월 28일 세상을 떠난 조동진, 그리고 하나음악의 선배들이 언제나 힘이 되어준다고 밝혔다.

"조동진 '형님'은 어떤 것에 있어서도 벽을 두지 않았던 모습, 편견 없는 모습, 모두에게 공평하게 대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하신 조동익, 장필순 선배님도 제게는 큰 힘이다. 하나음악에서 선배님들이 활동하시는 모습을 꾸준히 봐왔기에, 지금 활동하시는 모습이 제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분들께서 음악을 하신다는 사실 자체가 좋다.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있다는 느낌도 들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된 <어디로 가나요> 발매 후 5월 30일 3집 기념 공연을 펼친 오소영은 오는 8~9월 공개를 목표로 LP를 제작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밝은 표정으로 앨범을 소개하는 그에게선 베테랑 싱어송라이터의 무게감보단 잔잔히 일상을 담아내는 시인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이후 앨범은 더욱 편안한 작품이 될 것 같다. 지금까지 내 노래는 슬플 때 같이 울어주는 노래들이었거든. 3집에서 기존 스타일 반, 편안한 새 스타일 반을 담았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더 밝은 노래를 담고 싶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 앨범도 내고 싶고.

3집 앨범 많이 사랑해달라. 유튜브에서 오소영 '멍멍멍'을 검색하시면 사랑스러운 뮤직비디오도 보실 수 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음악 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IZM(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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