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현재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다. 창단 최다 타이기록인 14연패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령탑 한용덕 감독은 지난 7일 NC전 패배 이후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한화는 8일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하고 송진우 투수코치 등 퓨처스-육성군 코치들이 대거 1군으로 합류했다. 자연히 선수단에도 큰 변화가 이어졌다. 투수 김이환, 안영명, 이태양, 장시환, 포수 이해창, 내야수 김회성, 송광민, 이성열, 외야수 김문호, 최진행 등 무려 10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2군행을 통보받았다. 빈자리는 퓨처스리그에서 가세한 유망주들 위주로 채워졌다. 성적부진과 감독교체라는 엄청난 혼란 속에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하겠다는 한화 구단의 의지가 느껴진다. 

하지만 급격한 후폭풍의 칼바람 속에서도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태균은 여전히 살아 남았다. 현재 한화 1군에 잔류한 30대 중반 이상의 베테랑은 이용규와 김태균 정도 뿐이다. 이용규야 팀의 주장이자 한화 타자 중 유일하게 3할대에 근접한 타율(.297)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하고 있지만,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는 김태균의 잔류는 의외다.

 
 4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 한화 이글스 경기. 6회 말 한화 공격, 2사후 주자 1,3루에서 김태균이 우익수 플라이 아웃을 당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4일 오후 대전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 한화 이글스 경기. 6회 말 한화 공격, 2사후 주자 1,3루에서 김태균이 우익수 플라이 아웃을 당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 보여

김태균은 올해 16경기에서 45타수 7안타 타율 1할5푼6리 3타점 OPS .433으로 고전하고 있다. 부진으로 2군에 강등된 이성열(타율 .226)이나 송광민(.217)보다도 성적이 더 나쁘다. 김태균의 프로 데뷔 최악의 성적이기도 하다.

극심한 타격슬럼프로 잠시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2군에 내려갔다 오기도 했지만 복귀 이후에도 5경기에서 16타수 4안타 타율 2할5푼으로 눈에 띄는 반등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6일 NC전에서 3안타를 몰아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4경기에서는 1안타에 불과하다. 김태균은 최근 KBO 최연소 통산 4번째 3500루타의 대기록도 달성했지만 연패와 감독교체로 이어지는 험악한 팀사정상 축하를 주고받을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화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김태균도 덩달아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팀내 최고연봉을 받는 간판스타이자 최고참 베테랑으로서 활약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최근 다른 베테랑들을 가차없이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혼자만 잔류한 것을 두고도 '김태균 특별대우' 논란은 더 악화되고 있다. 한화 구단은 대대적인 변화속에서도 팀에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 선수는 필요하고 그 역할로 김태균만한 선수는 없다는 명분이다.

사실 올해만의 딜레마는 아니다. 김태균은 일본무대에서 복귀한 2011년 이후 매년 팀내 최고연봉이자 KBO리그 전체에서도 최상위급 연봉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김태균의 전성기는 한화가 한창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과 정확히 겹쳤다. 김태균 개인의 성적은 훌륭했지만 부진한 팀성적과 맞물려 중심타자로서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김태균은 전성기에도 홈런이나 타점같이 눈에 보이는 클래식 스탯이 뛰어난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KBO리그의 조이 보토(전 신시내티)라는 수식어처럼, 정교한 선구안과 타격기술을 바탕으로 한 출루능력이 김태균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꾸준함과 파괴력을 갖춘 국내 타자가 부족했던 한화의 팀사정상, 상대투수들의 집중견제에 시달리거나 정면승부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김태균의 타격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

김태균이 30대 중반을 넘어서 서서히 '에이징 커브'를 맞이하면서 선구안과 출루능력이 감소하자 그만큼 부족한 장타 능력에 대한 비판도 더 거세졌다. 본격적인 노쇠화가 시작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2017년을 기점으로 김태균의 홈런수는 17개-10개-6개로 지속적인 하락세다. 장타율 역시 같은 기간 5할4푼5리에서 4할7푼6리, 3할9푼5리로 떨어졌다.

또한 김태균은 고참으로서도 오재원(두산)이나 정근우(LG)처럼 본인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띄우는 '응원단장'이나 '군기반장' 같이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형의 리더는 아니다. 미디어에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경우도 드물다. 최근 한화의 극심한 부진 속에 팀의 간판인 김태균도 덩달아 책임론에 휩싸인 형국이다.

한화는 김태균의 하락세와 팀공헌도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 2019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김태균에게 1년 10억이라는 조건으로 상당한 대우를 해줬다. 한화에서만 20년 가까이 헌신해 온 '레전드에 대한 예우'의 의미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불혹을 바라보는 김태균을 여전히 대체할만한 타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도 반영된 결과였다.

'세대교체 가교' 역할에 충실해야

김태균은 사실 지금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동갑내기 이대호나 추신수처럼 나이를 먹어서도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들도 이미 전성기 만큼의 기량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김태균의 대선배인 장종훈이나 이승엽 등도 그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간판타자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팀분위기를 받쳐주는 조연이나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하지만 한화는 10년이 넘도록 여전히 김태균의 경쟁자나 대체자가 될만한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고, 김태균의 노쇠화가 깊어질수록 타선 전체가 덩달아 부진에 빠지는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균의 여전한 1군 건재는 어느새 한화의 '세대교체 실패'를 의미하는 상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본 진출 시기를 제외하면 한화에서만 20년 가까이 헌신하고, KBO리그에서도 역대급 기록을 남긴 레전드 타자의 말년 위상이라기에는 초라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은퇴가 멀지 않은 노장이 정작 자팀팬들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오히려 팀부진의 원흉으로 손가락질 받는 상황이 안타깝다. .

선수생활동안 김태균의 마지막 사명은 낮은 자세로 돌아가 후배들을 위한 '세대교체의 가교'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지금의 김태균에게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시즌 두 자릿수 홈런- 세자릿수 타점 따위가 아니라 정말 어려울 때 팀분위기를 살려낼 수 있는 '한 방', 솔선수범하여 후배들을 독려할 수 있는 리더십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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