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1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작년 시즌 각 구단들은 마무리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하재훈(SK와이번스), 고우석(LG트윈스),문경찬(KIA 타이거즈),이형범(두산 베어스) 등 새내기 마무리들이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며 시즌 막판까지 뛰어난 구위를 과시했다.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손승락 등 특정 선수들이 독주하던 뒷문경쟁이 오랜만에 새 얼굴의 약진으로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 돌풍을 일으켰던 마무리 투수들은 올해 하나 같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란히 6세이브로 세이브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조상우(키움 히어로즈, 평균자책점0.87)와 함덕주(두산,1.76)가 좋은 구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재훈(4세이브,3.86), 고우석(1세이브,6.75),이형범(2패1세이브13.50) 등은 작년 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3세이브1.80을 기록 중인 문경찬은 등판 기회가 적었다.

이처럼 세이브왕 경쟁이 작년 만큼 뜨거워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올 시즌 통산 28승13패277세이브1.69의 성적으로 세이브 부문에서 정점을 찍은 '끝판왕'이 돌아온다. 2년의 일본 생활과 4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국내에 복귀, 72경기의 징계기간까지 끝냈다. 9일 키움과의 홈 3연전을 통해 1군 마운드로 돌아오는 오승환이 그 주인공이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삼성라이온즈 1군에 복귀한 투수 오승환이 몸을 풀고 있다.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삼성라이온즈 1군에 복귀한 투수 오승환이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원정도박으로 물의 일으키고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 4연패에 성공한 삼성은 2015 시즌 88승56패(승률.611)의 성적으로 전인미답의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했다. 2명의 외국인 투수와 윤성환, 차우찬, 장원삼으로 이어지는 선발 5인방이 모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돌아온 '창용불패' 임창용이 세이브왕, 37홀드를 기록한 안지만은 생애 첫 홀드왕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삼성답다'는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완전무결한 시즌이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둔 10월 중순 삼성은 임창용과 윤성환, 안지만, 그리고 한신 타이거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승환이 원정도박사건에 연루되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비교적 일찍 도박 사실을 시인한 임창용과 오승환은 벌금 700만 원의 약식기소와 함께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72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도박사이트 개설에도 연루된 안지만은 삼성으로부터 계약 해지됐고 참고인 중지조치가 내려진 윤성환만 징계 없이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서 2년 동안 80세이브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세이브왕에 오른 오승환은 2016년 1월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525만 달러에 계약했다. 만약 오승환이 KBO리그로 복귀했다면 야구팬들의 비난과 함께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해야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오승환은 2016년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의 부진을 틈타 시즌 중반부터 세인트루이스의 뒷문을 책임지며 6승3패19세이브1.92의 성적으로 명문 세인트루이스의 새로운 '파이널 보스'로 떠올랐다. 오승환은 2017년 1승6패20세이브4.10으로 2016년에 비하면 성적이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오승환이 빅리그 내에서 비교적 저연봉을 받는 불펜투수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뛰어난 활약이었다.

2017 시즌이 끝나고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기간이 끝난 오승환은 마무리로 활약할 수 있는 팀을 찾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1+1년 최대 725만 달러에 계약했다. 토론토에서 셋업맨으로 활약하며 4승3패2세이브10홀드2.68의 성적을 기록한 오승환은 시즌 중반 '투수들의 무덤'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오승환은 콜로라도 이적 후에도 25경기에서 2승1세이브11홀드2.53을 기록하며 여전한 경쟁력을 발휘했다.

39세 시즌에도 '끝판왕 건재' 보여줄까

하지만 오승환은 빅리그 4번째 시즌, 그리고 콜로라도에서 맞은 두 번째 시즌에서 노장 투수의 한계를 드러냈다. 21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한 오승환은 평균자책점이 무려 9.33으로 치솟으면서 사실상 콜로라도의 필승조에서 제외됐다. 결국 오승환은 7월 중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고 콜로라도도 오승환을 방출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오승환은 8월 삼성과 연봉 6억 원에 계약을 체결하며 KBO리그에 컴백했다.

삼성은 오승환과 계약하자마자 곧바로 선수등록을 했는데 삼성이 급하게 선수등록을 한 이유는 오승환의 출전정지 징계와 관련이 있었다. 오승환은 작년 8월에 삼성 선수로 등록되면서 42경기의 징계일수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오승환은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하면서 징계기간을 줄여 나간 것이다. 이미 작년 시즌 종료 시점에서 4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한 오승환은 올 시즌 삼성이 치르는 31번째 경기부터 1군 무대에 설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즌 개막이 늦어지면서 날짜상으로는 한 달 정도 늦춰졌지만 오승환은 계획대로(?) 올 시즌 삼성의 31번째 경기부터 출전이 가능해졌다. 삼성의 허삼영 감독은 오승환을 9일 키움전부터 곧바로 1군에 등록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삼성은 7년 만에 KBO리그에 복귀하는 오승환을 당장 마무리로 투입하기보다는 경기 감각을 익힐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돌아온 끝판왕'의 적응을 위해 최대한 배려할 계획이다.

문제는 7년 만에 국내 야구팬들을 만나는 오승환에 대한 시선이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오승환은 5년 전 원정도박이라는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수술 후 재활'이라는 누구나 가져야 하는 공백기 동안 징계기간을 채웠다. 게다가 국내에 복귀하기 전 메이저리그에서의 마지막 시즌 성적이 3승1패9.33로 부진하며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투수로서 자존심을 구긴 점도 팬들 입장에선 실망스럽다.

오승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연봉 12억 원에 계약했다. 내년이면 불혹이 되는 30대 후반의 노장 투수에게 위력적인 구위로 KBO리그를 지배하던 2010년대 초반의 오승환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오승환의 가세는 분명 삼성 불펜 전력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과연 7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오승환은 건재를 과시하며 야구팬들에게 '퇴물투수'가 아닌 '살아 있는 전설'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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