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입자> 포스터

영화 <침입자> 포스터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원평 감독은 2017년 발표한 소설 <아몬드>로 영화같이 읽힌다는 찬사를 얻은 바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으며, 씨네 21 영화평론상을 받고 다수의 단편 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아몬드>는 그의 첫 장편소설이며 영화 <침입자>는 첫 장편영화이다. 손원평 감독의 화려한 이력만큼 이 영화의 기대감은 치솟았다.

게다가 코로나 복병으로 3월 개봉 예정이 세 차례 연기되며 기대감이 정점에 올랐다. 영화진흥위원회와 극장 3사가 연합해 만든 영화산업 살리기 프로젝트 '극장에서 다시, 봄' 캠페인의 첫 번째 주자로 선정되었다. 이로 인한 부담감도 크겠지만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한국 영화이다. 침체된 극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마중물이 되어 줄 <침입자>는 극장가 신호탄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데뷔작으로 나쁘지 않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의 긴장감과 미스터리 요소가 약해진다. 열심히 꼬아두고 숨겨둔 단서들이 맥없이 풀리면서 허탈해진다. 하지만 예능의 이미지를 벗고 배우 본업으로 돌아온 송지효의 섬뜩함과 어떤 작품이라도 열과 성을 다하는 김무열이 만나 연기의 절정을 이룬다.

아늑한 우리 집에 찾아온 낯선 침입자
 
 영화 <침입자> 스틸컷

영화 <침입자> 스틸컷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최근 서진(김무열)은 아내를 뺑소니로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 딸 예나(박민하)와 본가로 들어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지만 예나와 서진 모두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25년 전 잃어버린 동생 유진(송지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지만 서진은 동생이 아님을 100% 확신한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가 힘을 실어 주며 뒤늦게 유진은 가족이 된다.

25년의 간극은 그저 숫자에 불과한 듯 보인다. 이상하리만큼 서진만 빼고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가족들은 모두 유진을 따르고 서진만 이 집에서 겉도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랑하는 부모님, 하나밖에 없는 딸 모두가 유진의 편이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의심스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서진은 가족과도 같은 아주머니 정임(소희정)에게 감시를 부탁한다. 하지만 정임은 갑자기 떠난다며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게다가 예나 발레교습소 근처에서 의문에 살인사건이 유진과 관련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외부인이 집에 들어오고 걷잡을 수 없이 가족과 멀어져 간다. 과연 유진이 온 후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사고,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영화 <침입자> 스틸컷

영화 <침입자> 스틸컷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레퍼런스 안에서 최근 트라우마를 겪어 온전치 못한 서진의 기억을 따라간다. 그는 아내가 뺑소니를 당한 그날 현장에 있었고, 범인 얼굴을 기억해내기 위해 최면에 의지한다. 항상 그 상황에 당도하면 두려움 때문인지 화면이 전환된다. 늘 같은 상황 같은 장소다. 즐거운 놀이공원의 회전목마, 풍선 아저씨, 그리고 동생의 손을 놓지 말라는 엄마의 당부. 서진은 괴로움에 시달리고 급작스럽게 최면에서 깬다.

서진은 동생의 실종에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누구도 침입할 수 없게 자신을 꽁꽁 싸매고 방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침입자 유진이 유일하게 뚫을 수 없는 방어벽기도 했다.

의심, 또 의심하라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집과 따뜻한 가족을 비틀며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낯선 침입자는 잃어버린 동생의 가면을 쓰고 집에 들어와 며칠 만에 가족을 잠식한다. 매일 부대끼는 가족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누구에게나 있음을 이용해 참을 수 없는 히스테리를 만든다.

'가족 같은 분위기', '가족 같은 회사','가족 같은 사람'이란 말이 갖는 중압감과 소외감을 생각해 본다. 5년 동안 한시도 빠지지 않고 살뜰히 가족들을 챙긴 도우미 아줌마, 뺑소니 사고로 죽은 지 6개월 밖에 안 된 예나 엄마보다도 며칠 만에 가족이 된 유진을 따르는 사람들. 99.9%의 숫자는 간절한 소망이 완전한 진실이 되기에 충분했다.
 
 영화 <침입자> 스틸컷

영화 <침입자> 스틸컷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가족들은 파탄난 가정(집)을 복구하기 위해 유진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나 가장 트라우마가 심했던 서진만이 의심을 품으며 사건을 해결하려한다. 서진에게 집은 강력한 트라우마의 공간이었다. 성공한 건축가지만 집에 대한 정의를 쉽게 내리지 못해 고통스러워하는 묘사로 알 수 있다. 집을 짓지만 실제 집(가정)을 짓지 못하는 건축가는 집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인다.

<침입자>는 항상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가족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만든다. 서진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살아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곧 행복이라 생각한 서진의 불행은 어쩌면 예정된 참사였을지 모르겠다. 가족이란 언제나 그 곳에 있는 것 같아 안전해보여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지고 마는 얄팍한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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