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이 11년만에 국내 리그로 복귀하다. 여자배구 V리그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6일 김연경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1년에 3억 5천만원이다.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가 낳은 역대 최고의 선수이자, 월드클래스 스타로 평가받는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흥국생명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연경은 첫해 소속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끄는 등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챔피언결정전 MVP, 신인상, 득점상, 공격상, 서브상을 모조리 휩쓸며 한국 배구 역사를 새로 썼다. 2009년부터 해외무대로 진출하여 일본, 중국, 터키무대에서 활약하며 가는 곳마다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다.

최근 터키 엑자시바시와 계약을 마친 김연경은 자유계약 선수 신분이 된 상태였다. 과거 해외무대로 진출하면서 임의탈퇴 조항으로 묶여있던 김연경은 국내 무대로 돌아올 경우에는 친정팀 흥국생명으로만 복귀가 가능했다. 김연경이 해외진출 과정에서 흥국생명과 한때 갈등이 있었고, 그녀의 높은 몸값과 샐러리캡 문제 때문에 협상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의외로 국내 복귀설이 공개적으로 알려진지 불과 2,3일만에 일사천리로 계약이 진행됐다.

김연경이 국내 복귀를 위하여 파격적으로 '연봉 자진삭감'을 선택한 결정이 주목받고 있다. 김연경은 최근까지 터키에서 약 130만 유로(약 17억 9125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시즌 흥국생명에서 받게될 연봉과는 무려 10억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심지어 흥국생명이 김연경에게 다음 시즌 지급할 수 있는 최대 몸값으로 예상된 6억 5천만원(연봉 4억5천, 옵션 2억)보다도 3억원이나 낮아진 금액이다.

엄청난 스타성이나 아직 전성기의 기량에서 크게 내려오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능기부' 수준의 계약이다. 몸값이 곧 그 선수의 가치로 평가받는 프로의 세계에서 김연경 수준의 슈퍼스타가 스스로 연봉을 이렇게까지 낮추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김연경의 연봉 자진삭감은 국내 복귀에 대한 선수의 강한 의지와 팀동료들에 대한 배려가 반영된 선택이라는 평가다. 해외무대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김연경은 국내 복귀를 고려하면서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명예로운 금의환향에 더 무게를 뒀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김연경으로서는 더 늦기 전에 국내무대에 돌아와 그간 배구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명분이었다. 오랜 해외 생활로 인한 향수와 코로나 사태로 타리그 이적이 쉽지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어차피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출전을 선수 인생의 마지막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김연경으로서는, '용병'으로서 매경기 최상의 활약을 펼쳐야하는 해외생활보다 국내 리그로 돌아오는 것이 올림픽 준비나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는데도 더 유리했다.

어차피 V리그의 팀 연봉 상한액(옵션 포함 23억원)이 정해진 상황에서 김연경이 자신의 몸값을 다 받으면 자연스럽게 팀동료들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김연경 때문에 흥국생명이 구단 운영 플랜을 재편해야하는 상황이 오거나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게되는 모양새도 부담이었다. 김연경의 대승적인 희생으로 흥국생명은 샐러리캡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다음 시즌을 대비하여 막강한 전력을 구축할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연경의 복귀를 두고 엇갈린 시선도 존재한다. 일단 김연경의 가세로 V리그의 전력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흥국생명은 이미 '쌍둥이 국가대표' 이재영과 이다영 자매를 붙잡는 데 성공하며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김연경까지 가세하며 사실상 국가대표팀이나 다름없는 올스타급 멤버가 완성됐다. 벌써 흥국생명이 다음 시즌 해보나마나' 우승을 예약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물론 프로의 세계에서 전력보강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상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전력을 보강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변칙에 가깝다. 김연경같은 특급 선수가 '페이컷'을 단행하게 되면 샐러리캡 제도의 가치가 유명무실해져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샐러리캡의 본래 취지는 자금력이 풍부한 부자 구단이 돈을 앞세워 뛰어난 선수들을 독점하면서 팀간 전력차가 너무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팀 연봉을 제한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프로농구 NBA의 슈퍼스타 케빈 듀란트(현 브루클린 네츠)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2016-2019)와 계약한 사례를 꼽을수 있다. 듀란트는 스테판 커리,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 이미 몸값 비싼 스타급 선수가 많았던 골든스테이트의 샐러리캡 유동성을 위하여 당시 자신이 받을수 있는 최대 몸값에서 약 1000만달러 정도를 양보했다.

듀란트의 희생으로 골든스테이트는 그가 입단한 3년간 초호화 전력을 유지하며 2회의 챔프전 우승과 1회의 준우승을 기록하며 NBA를 지배하는 왕조가 될수 있었다. 당시 듀란트의 페이컷에 대하여 우승을 위하여 편법으로 리그 질서를 해치고 있다는 비판도 많았지만, 스타 선수가 팀을 위하여 자진해서 몸값을 깎은 희생을 감수한 것이니 문제될게 없다는 반론도 있었다.

물론 당시 우승 커리어에 목말라있던 듀란트와, 현재 김연경이 처한 상황은 분명 차이가 있다. 국내 복귀 자체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던 상황에서 김연경의 선택은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 팀사정이나 동료들을 위하여 본인의 위상에 걸맞는 대우를 기꺼이 양보한 김연경의 선의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본인의 의도와는 별개로, 결과적으로는 V리그 판도의 균형이 깨진다거나 샐러리캡 제도의 빈틈을 활용했다는 선례가 남았다는 점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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