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8월 무적의 챔피언으로 불리던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스 존슨을 꺾고 UFC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한 헨리 세후도는 TJ 딜라쇼를 상대로 1차 방어에 성공한 후 밴텀급 도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작년 6월 말론 모라에스와의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3라운드 KO로 승리하고 공석이었던 밴텀급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올림픽 금메달과 UFC 밴텀급, 플라이급 타이틀 벨트까지 차지한 '트리플 챔피언'에 등극한 것이다.

하지만 흥행을 먼저 생각하는 UFC의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한 선수가 2개의 벨트를 동시에 소유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세후도는 작년 12월 코너 맥그리거와 다니엘 코미어가 페더급과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을 박탈당했던 것처럼 타의에 의해 플라이급 타이틀을 내려 놓게 됐다. 세후도는 지난 5월 도미닉 크루즈를 꺾고 밴텀급 1차 방어에 성공한 후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세후도가 물러난 후 플라이급 타이틀은 아직 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현재 플라이급의 터줏대감 조셉 베나비데즈와 랭킹 1위 데이브손 피구에레도 등이 타이틀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가운데 밴텀급 전 챔피언 코디 가브란트도 최근 플라이급 전향을 선언했다. 하지만 가브란트가 향후 플라이급에 순조롭게 정착하기 위해선 오는 7일(이하 한국시각) UFC 250에서 만나는 하파엘 아순사오와의 밴텀급 고별전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가브란트(오른쪽)는 아순사오에게 패하면 11연승 후 4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진다.

가브란트(오른쪽)는 아순사오에게 패하면 11연승 후 4연패의 깊은 수렁에 빠진다. ⓒ UFC.com

 
격투기 데뷔 11경기 만에 UFC 밴텀급 정상에 오른 초신성

2010년 10월 '경량급의 메이저리그' WEC를 인수한 UFC는 경량급의 활성화를 위해 페더급과 밴텀급을 신설했다. 페더급의 경우 WEC시절부터 '폭군'으로 불리던 조제 알도의 독주와 '악동' 코너 맥그리거의 약진으로 금방 뜨거워졌지만 밴텀급은 좀처럼 격투팬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유라이아 페이버와 존슨을 꺾고 2차 방어까지 성공한 크루즈가 2011년 10월 이후 2년 3개월 동안 방어전을 치르지 않은 '사이버 챔피언'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UFC는 크루즈가 이탈한 사이 잠정 챔피언에 오른 헤난 바라오를 공식 챔피언으로 인정했지만 바라오는 2014년 5월 '복병' 딜라쇼에게 5라운드 KO로 무너지며 타이틀을 빼앗겼다. 그렇게 밴텀급 타이틀이 이렇다 할 강자 없이 여러 선수에게 옮겨 다니던 2015년 1월 펜실베니아와 오하이오의 중소단체에서 5전 5KO의 화려한 전적을 가진 가브란트가 UFC에 입성했다.

종합격투기도 복싱과 마찬가지로 체급이 내려갈수록 피니시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브란트 역시 대학 시절 NCAA 디비전II에서 활약했던 레슬링 베이스의 파이터지만 가브란트가 종합격투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레슬링이 아닌 탁월한 타격이었다. 10대 시절부터 미국 국가대표 복싱 상비군 출신 삼촌에게 꾸준히 복싱 훈련을 받은 가브란트는 아마추어 복싱전적 32승 1패의 뛰어난 복싱스킬을 자랑하는 파이터다.

중소단체를 평정했던 가브란트의 복싱은 하드펀처가 드물었던 UFC 밴텀급에서도 잘 먹혀 들었다. 가브란트는 두 번째 상대였던 헨리 브라이언스에게만 판정으로 갔을 뿐 옥타곤 입성 후에 만난 5명의 상대 중 4명을 KO로 눕혔다. 특히 UFC 202에서는 일본의 미즈가키 다케야를 단 48초 만에 쓰러트리는 밴텀급에서는 흔히 나오기 힘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밴텀급 최고의 테크니션과 하드펀처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크루즈와 가브란트의 경기는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경기 중반 크루즈의 안면을 피로 물들인 가브란트의 수준 높은 복싱 전략이 크루즈의 화려한 스텝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결국 가브란트는 5라운드 내내 큰 위기 없이 크루즈를 압도하며 밴텀급의 새 왕좌에 올랐다. 챔피언에 올랐을 당시 가브란트의 나이는 고작 만 25세였다.

챔피언 등극 후 3연속 KO패, 아순사오전 후 플라이급 전향 선언

11전 11승 9KO의 전적을 가진 젊은 챔피언의 탄생. 많은 격투팬들은 가브란트가 '밴텀급의 존 존스'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UFC 밴텀급 5대 챔피언 가브란트에게 닥친 미래는 예상보다 훨씬 가혹했다. 가브란트는 2017년 11월 딜라쇼와의 1차 방어전에서 2라운드 중반 헤드킥에 이은 펀치 파운딩을 맞고 KO로 패하며 챔피언에 오른 지 1년도 안돼 타이틀을 빼앗기고 말았다.

가브란트는 9개월 후 딜라쇼와 설욕전을 펼칠 기회를 잡았지만 또 한 번 1라운드 KO로 무너지고 말았다. 딜라쇼가 훗날 금지약물 사용이 적발되긴 했지만 같은 상대에게 2연속 KO패를 당한 것은 밴텀급에서 손꼽히는 파괴력을 자랑하던 가브란트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결과였다. 가브란트는 작년 3월에도 페드로 무뇨즈에게 1라운드 KO로 패하며 11연승 후 3연속 KO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밴텀급 챔피언 시절부터 플라이급 챔피언 존슨에게 도전할 의사를 밝혔던 가브란트는 지난 4월에도 다시 한번 플라이급 전향 계획을 발표했다. 만약 가브란트가 계획대로 플라이급으로 전향한다면 7일 아순사오와의 경기는 밴텀급으로 펼치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밴텀급 랭킹 5위 아순사오는 9위 가브란트가 편안하게 밴텀급 고별전의 '제물'로 삼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아순사오는 최근 2경기에서 연패를 당했지만 밴텀급 데뷔 후 14경기에서 11승 3패를 기록했을 정도로 밴텀급 내에서 잔뼈가 굵은 매우 뛰어난 파이터다. 그의 주짓수 블랙밸트 그리고 통산 10번의 서브미션 승리가 그라운드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증명한다. 만약 가브란트가 아순사오와의 경기에서 연패탈출에 실패한다면 훗날 플라이급으로 전향한다 해도 '밴텀급 전 챔피언'으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힘들다.

가브란트는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화려한 경기 스타일과 준수한 외모로 UFC로부터 많은 푸쉬를 받았다. 하지만 가브란트를 향한 단체와 격투팬들의 지지는 가브란트의 화끈한 승리가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만약 가브란트가 4연패의 초라한 전적으로 플라이급으로 내려간다면 격투팬들은 가브란트의 복싱스킬보다는 많은 KO를 당하는 약한 턱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가브란트에게 아순사오전 승리가 더욱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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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250 코디 가브란트 하파엘 아순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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