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FC 김남일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5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FC 김남일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남일 성남FC 감독이 최근 올시즌 K리그 첫 '이달의 감독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시즌 K리그 무대에 처음 등장한 '초보 감독'이 데뷔와 동시에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감독의 성남은 개막 후 4경기에서 2승 2무(승점 8)를 기록하며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데뷔전이었던 광주와의 경기를 2-0 승리로 장식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김 감독은 인천(0-0), 강원전(1-1)전에 이어 4라운드에서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강호 FC서울을 맞아 극적인 1-0 승리를 이끌어내는 이변을 연출하며 초반 돌풍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선임된 초보 감독답지 않은 안정된 경기운영과 유연한 전술 변화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시대를 풍미한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답게 팀의 수비 조직력을 잘 가다듬은 덕분인지 성남은 현재 K리그1 12개 구단 중 최소 실점(1실점)을 기록하는 짠물축구를 선보이고 있다.

김남일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주역 중 한명이다. 마침 김 감독이 '5월의 감독상'을 수상한 6월 4일은 18년 전 한국이 한일 월드컵 첫 경기였던 폴란드전에서 대망의 월드컵 본선 첫 승(2-0)을 신고한 날이기도 했다. 당시 김 감독은 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활약하며 한국의 첫 승에 기여했다.

불과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기량에 의문부호를 받으며 저평가됐던 '선수 김남일'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18년의 세월이 흘러 이번에는 '감독 김남일'로서 스타 출신 지도자에 대한 선입견과 우려를 극복하고 또 한 번 능력을 인정받은 날로 6월 4일을 역사에 남기게 됐다.

성남이 누리는 김남일 효과는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다. 김 감독은 올시즌 매 경기마다 검은 마스크와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오는 '올 블랙' 패션으로 화제가 됐다. 김감독 특유의 남성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 '마피아 보스'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명장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을 연상시키는 패션 감각과 분위기로 인하여 마치 축구가 아니라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현역 시절부터 솔직하고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했던 김남일 감독은 지도자가 되어서도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화제를 몰고다니고 있다. 지난해 성남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선배인 최용수 감독의 FC 서울을 이기고 싶다"며 도전장을 던진 김 감독은 서울전 승리로 자신의 공약을 그대로 실천했다.

전반까지만 해도 서울의 강력한 압박에 경기 내용에서 밀렸으나 하프타임에서 김 감독이 당시 성남 선수들에게 "초등학교 축구를 보는 것 같다"라고 독설을 날려 팀 분위기를 바꾼 일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김 감독의 질타에 각성한 성남은 결국 후반 결승골을 넣으며 예상을 깨고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성남은 한때 K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명문이었지만 현재의 시민구단 체제로 전환된 이후로는 성적이나 화제성 모두 한동안 주류에서 밀려나있었다. 그랬던 성남이 올시즌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이유는 사실상 김 감독의 스타성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남일의 남자'로 떠오른 신예 홍시후를 비롯하여 토미, 김영광 등 김남일 감독이 선택한 선수들이 잇달아 좋은 활약을 펼치며 미디어에서도 한 번 더 주목받는 선순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선임 당시만 해도 경험 부족 면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던 성남의 김남일 카드가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김남일 감독의 성남만이 아니라 올시즌 새로운 감독들을 새롭게 영입한 K리그 구단들이 모두 스타 감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김 감독과 함께 2002 한일월드컵 세대를 대표하는 황선홍 감독의 대전, 설기현 감독의 경남, 그리고 U20월드컵 준우승의 주역인 정정용 감독의 서울 이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황선홍 감독의 대전은 K리그2에서 3승 2무, 승점 11점으로 부천(승점12)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선전하고 있다. 설기현의 경남과 정정용의 이랜드는 각각 1승3무 1패로 나란히 6.7위에 올라있다. 설기현 감독의 경우 김남일 감독과 마찬가지로 올해 처음 데뷔한 초보 감독이고, 정정용 감독도 프로 사령탑은 처음인데다 이랜드가 지난해 꼴찌팀이었다는 것 등을 감안하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심지어 대전과 경남, 이랜드는 모두 2부리그에 속해있는 구단들이다. 어느 빅리그든 마찬가지지만 2부리그는 1부리그에 비하여 크게 관심을 얻기 힘들다. 그런데 올시즌엔 K리그 역사상 이례적일 정도로 2부리그 경기가 1부리그 못지않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무관중 경기만 아니었다면 체감 효과는 더 컸을 것이다.

물론 뛰어난 경기력과 흥미진진한 순위 경쟁이라는 요소도 있지만, 일단 스타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구단에 비해 한 번 더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일월드컵' 'U20월드컵' 출신같이 한국축구의 황금세대와 관련한 확실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축구계와 미디어에서도 이들의 스타성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스타 감독들 역시 끊임없는 전술적 실험과 노력은 물론이고 팬들과의 소통이나 방송출연을 통한 대외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며 인기몰이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축구에서는 감독의 쇼맨십이나 상품성도 리그 흥행을 위한 중요한 매력포인트가 된다. 앞으로도 K리그 흥행과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스타 감독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라 축구라는 본질 그 자체에서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참신한 전술과 리더십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것은 모든 감독들 앞에 놓인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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