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KBO리그 프로야구가 초반부터 뚜렷한 양극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선두 NC 다이노스는 올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20승 고지를 선점했다. NC는 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서 SK 와이번스를 10-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NC는 SK와의 주중 3연전을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마감하며 시즌 성적 20승 6패, 승률 .769로 단독 선두를 지켰다.

2013시즌부터 1군무대에 합류한 NC가 26경기 만에 20승을 기록한 것은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이자, 프로야구 역대로 돌아봐도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프로야구 최단기간 20승 기록은 2000년 현대 유니콘스, 2008년과 2010년 SK 와이번스가 각각 기록한 25경기다. 참고로 역대 20승 선점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무려 64.5%(20/31)나 된다.

NC는 개막 5월 23경기에서 18승 5패, 승률 .783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첫 20경기 승률만 놓고보면 .850(17승 3패)으로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NC가 올시즌 연패를 당한 것은 지난달 29일, 30일 삼성전 2연패 1차례가 유일하다. NC는 5월에만 4연승-7연승-5연승을 각각 한 번씩 기록했으며 개막 이후 총 9번의 3연전 시리즈 중 7번이나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상대팀을 가리지 않고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2위 LG 트윈스와의 격차를 3게임으로 유지하며 독주체제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공수 기록에서도 압도적이다. NC는 팀 평균자책점이 3.76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현재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팀은 NC가 유일하다. 특히 루친스키-라이트-구창모-이재학-김영규로 이어지는 선발 5인 로테이션이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팀타율(.297)은 리그 3위지만 OPS(.862), 홈런(40개), 타점(166점), 득점(172점)은 모두 리그 선두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한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투타 밸런스를 바탕으로 초반 질주를 이어가는 중이다. 3점차 이내 승부에서 9승 4패를 기록하며 접전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꾸준한 육성 정책을 바탕으로 백업 멤버까지 두터운 NC가 당분간 선두권을 독주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NC는 올시즌 KBO리그가 해외에서도 중계되면서 미국 현지 팬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는 인기 구단이 됐다. 미국에서는 지역을 표기하는 줄임말이 NC와 같다는 이유로 '노스 캐롤라이나 다이노스'라는 애칭이 생길만큼 뜻밖의 해외 홍보효과까지 누리고 했다. 때마침 팀도 올시즌 한창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NC로서는 인기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황금 시즌이 되어가고 있다.

반면 현재 꼴찌팀인 한화 이글스에는 그야말로 악몽같은 시즌이다. NC가 20승에 선착한 같은날, 한화는 20패에 선착했다. 2015년 kt 위즈(23경기), 2013년 NC(28경기) 다음으로 나쁜 27경기만의 불명예다. 하지만 당시의 kt와 NC는 갓 1군에 진입한 신생팀이었고 한화는 전신인 빙그레 시절까지 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더 굴욕이다.

한화는 4일 대전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또다시 3-7로 패하며 충격의 11연패에 빠졌다. 지난 5월 SK 와이번스가 기록한 10연패를 뛰어넘는 올시즌 팀 최다 연패 기록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두 시즌에 걸쳐 기록했던 구단 역사상 최다 연패(14연패) 기록까지 불과 3경기만 남겨놓게 됐다.

한화의 현재 상황은 절망적이다. 극도의 타격부진으로 한때 2군으로 내려갔던 김태균까지 급하게 다시 불러들였지만 무너진 팀전력은 별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화는 현재 팀득점이 총 94점으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세 자릿수 고지를 넘지 못했다. 팀타율(.240), 출루율(.301), 홈런(17개) 등이 모두 리그 꼴찌다. 한화는 27경기를 치른 가운데 절반이 넘는 16경기에서 3점 이하의 빈공에 그쳤다.

마운드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믿었던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에이스 서폴드마저 지난 3일 등판에서 7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1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기록이 무너졌다. 정우람이라는 특급 마무리를 보유하고도 팀이 5회 이전에 리드를 잡은 경기가 거의 없다보니 필승조를 가동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부상으로 결장중인 하주석과 오선진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한화의 전력이 베스트에 가깝다는 점에서 별다른 반전의 계기도 보이지 않는다. 연패를 거듭하는 과정에서도 실책과 병살을 남발하는 등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 무기력한 경기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용덕 감독을 향한 사퇴설까지 거론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선두 NC와 꼴찌 한화의 격차는 무려 13.5게임이다. 또한 5할승률을 기준으로 NC를 비롯하여 LG, 두산, 키움, 기아가 5강 구도를 형성했고, 삼성, 롯데, kt, SK, 한화가 하위권으로 일찌감치 처진 모양새다. 공동 4위 키움-기아와 6위 삼성의 승차는 3게임이다. 프로야구 판도가 강팀과 약팀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미 지난 시즌에도 팀은 다르지만 비슷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에는 SK, 두산, 키움, NC, LG 순으로 5강 구도를 형성했다. 결과적으로는 최종순위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가을야구 진출팀은 변화가 없었다. 시즌 초반에 일찌감치 순위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은 경쟁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만큼 프로야구 흥행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NC와 한화는 5일부터 대전에서 주말 3연전을 치르게 된다. 하필이면 극과 극의 상황에 놓여있는 양팀이 만나게 됐다.

한화는 NC가 1군 무대에 첫 진입한 2013시즌에도 꼴찌를 차지하며 7위를 기록한 신생팀 NC에게도 뒤지는 굴욕을 당한바 있다. 그로부터 7년이 흘러 NC는 어느새 리그 패권을 다툴 정도의 신흥강호로 성장했지만 한화는 돌고 돌아 다시 그 자리다. 2013년 이후 한화가 NC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3위를 기록했던 2018년(당시 NC는 10위) 딱 한 번 뿐이다.

두 팀은 지난 5월 창원에서 열린 첫 3연전에서는 NC가 2승 1패로 우위를 점한 바 있다. 한화가 만일 NC전에서도 연패 사슬을 끊지 못하면 구단 최다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승천하는 공룡과 추락하는 독수리의 엇갈린 운명이 얄궂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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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20패 NC20승 양극화 프로야구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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