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kt마운드를 폭격하며 4연속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4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14-8로 승리했다. 전날 루키 소형준을 상대로 7이닝 동안 무득점에 묶이며 톡톡히 망신을 당했던 두산은 이날 소형준의 유신고 선배 김민을 상대로 2.1이닝 동안 8안타8득점을 퍼붓는 화력쇼를 펼치며 승리를 챙겼다(16승10패).

두산은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5회 갑작스런 난조에도 8이닝 5피안타 3사사구 8탈삼진 5실점으로 시즌 5번째 승리를 챙기며 에릭 요키시(키움 히어로즈)와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이날 두산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야 하는 이용찬과 훈련도중 우측 새끼 손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당한 3루수 허경민이 나란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두산은 허경민의 공백을 사실상 주전 선수나 다름 없는 최주환과 오재원이 완벽히 메웠다.

두산 부동의 주전 3루수 허경민, 손가락 부상으로 뜻밖의 이탈

2009년 두산에 입단한 허경민은 2012년부터 1군 경기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해 3년 동안 272경기에 출전하며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하지만 손시헌(NC다이노스 수비코치)과 김재호, 이원석(삼성 라이온즈) 같은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좀처럼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백업 선수로 연차를 쌓던 허경민은 이원석이 군에 입대한 2015 시즌 드디어 두산의 핫코너를 차지했다.

당초 두산은 외국인 선수에게 3루 자리를 맡길 계획이었지만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때 대체 요원으로 투입된 허경민이 타율 .317 1홈런 41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후 두산의 대체 불가 3루수로 자리 잡은 허경민은 2018 시즌 133경기에서 타율 .324 10홈런 79타점 85득점 20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의 영예를 안았다.

작년 시즌 개인 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한 허경민은 올 시즌을 맞는 각오가 남달랐다. 2020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생애 첫 FA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비록 허경민은 최정(SK와이번스)이나 박석민(NC)처럼 많은 홈런을 치는 거포형 3루수는 아니지만 최고의 수비력과 정확한 타격, 그리고 빠른 주력을 두루 갖춘, 어느 팀이나 탐낼 만한 공수를 겸비한 3루수 자원이다. 

두산은 '동갑내기 절친' 박건우와 정수빈 등 1번 타자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즐비한 팀이다. 따라서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 허경민을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했다. 하지만 타순이 뒤로 밀렸다고 해서 허경민의 실력이 갑자기 떨어질 리는 없다. 허경민은 올 시즌 24경기에 출전해 타율 .311 2홈런 14타점 12득점 3도루로 'FA대박'을 향한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갔다. 

하지만 허경민은 4일 kt전을 앞두고 펑고 훈련 도중 타구에 손가락을 맞으며 오른쪽 손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물론 장기결장을 걱정해야 할 만큼 큰 부상은 아니지만 내야수비와 하위타선에서 허경민의 역할이 매우 크기에 두산으로서는 적잖은 전력손실이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두산이 자랑하는 멀티 내야수 최주환과 오재원의 활약 덕분에 허경민 없이 치른 첫 경기에서 공백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상 주전' 최주환-오재원, 허경민 공백 완벽히 메웠다
 
 5월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 대 NC 경기. 5회말 2사 1,2루 두산 오재원이 역전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5월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 대 NC 경기. 5회말 2사 1,2루 두산 오재원이 역전 2루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6년 입단 후 10년이 넘도록 대타요원을 전전하던 최주환은 2007년 타율 .301 7홈런 57타점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 후 2018년 타율 .333 26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간판타자로 떠올랐다. 2008 시즌을 기점으로 기량이 하락한 고영민(두산 주루코치)의 뒤를 이어 오랜 기간 동안 두산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고 있는 오재원은 무려 4년에 걸쳐 두산의 주장을 역임한 베어스의 믿음직한 '캡틴'이다.

주전 2루수 자리를 놓고 다투던 최주환과 오재원은 지난 5월21일 1루수 오재일이 옆구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을 때 1,2루를 나눠 맡으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작년 시즌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오재원은 올 시즌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최주환과 오재원 모두 1루수와 2루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김태형 감독은 경기에 맞게 두 선수의 타순과 포지션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28일 오재일이 부상을 털고 돌아오면서 두산은 다시 고민이 생겼다. 1루에 오재일, 지명타자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들어간다면 남은 자리는 2루수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오재일의 복귀는 시즌 초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던 최주환과 오재원 중 한 명을 벤치로 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허경민이 뜻하지 않게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두 선수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 왔다.

김태형 감독은 4일 kt전에서 최주환을 5번 3루수, 오재원을 6번 2루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최주환은 8회 유원상으로부터 시즌 6호 솔로 홈런을 터트리는 등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오재원 역시 3회 김민을 무너트리는 3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4타점 1득점을 쏟아 부으며 두산의 대량득점을 이끌었다. 최주환은 7회 유한준의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 병살로 처리하는 안정된 수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 시즌 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최주환은 김재환과 함께 팀 내 홈런 공동 1위(리그 공동 5위)를 달리고 있고 오재원 역시 4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며 범상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하고 있다. 오재일이 옆구리를 다쳤을 때처럼 최주환과 오재원은 이번에도 허경민이 돌아올 때까지 짧으면 1주, 길면 2주 동안 함께 주전으로 나설 확률이 높다. 선수층이 두꺼운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주전이 부상을 당해도 주전급 선수로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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