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개봉한 <프랑스여자>의 김희정 감독. 그는 폴란드 등에서 7년 넘게 유학을 하면서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이 영화에 담았다. 신작 <프랑스여자>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김호정 분)가 서울로 돌아와 옛 친구들과 재회한 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프랑스여자>의 김희정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우리도 추모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영화 <프랑스여자>의 김희정 감독.

영화 <프랑스여자>의 김희정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죽음의 순간에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영화를 보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김희정 감독은 어떨까. 

"논리적인 게 떠오를 것 같진 않다. 살면서 설렜을 때가 떠오르지 않을까? 미라가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건 그때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첫 시절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겠다던 그 시절, 꿈을 이룬 순간이 아니라 아마추어지만 가능성으로 충만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거다."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뿐 아니라 이 영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도 넘나든다. 김희정 감독은 삶과 죽음의 문제 중에서도 특히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얘기를 영화로 녹여냈다. 그는 "우리가 누군가를 추모하기도 하지만, 자신도 추모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게 현대인"이라고 말했다. 극중 미라가 광화문의 세월호 텐트에 가서 추모하길 원하고, 추모하는 것도 이렇듯 숨겨진 메시지가 있는 신이다. 
   
김희정 감독은 "언제나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고 털어놓으며, "성수대교를 지나면서,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비행기를 탈 때마다 재앙과 죽음을 상상해보곤 한다"고 밝혔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게 우리네 삶이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이 하루를 어떻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 물음에 그가 답했다.

"늘 하던 것처럼 계속 살아가야 하겠지. 그 안에서 자신을 잃으면 안 되는 것 같고. 인간사회의 예의나 태도를 지키면서 자기 것을 계속 해나가야 할 것 같다. 매일을 잘 살아야 한다. 일상을 잘 살아야 한다. 해왔던 것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일상이 감사한 것이니까."

이 영화를 보며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감정은 무엇일지 물었다. 이에 김희정 감독은 "하나의 감정이 느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쓸쓸함이란 감정은 꼭 있을 것 같고, 예전 친구도 보고 싶고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인공 김호정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을까. 이 물음에 김희정 감독은 "저와 호정씨의 나이 차이가 크지 않고, 호정씨가 연극을 오래했기 때문에 텍스트에 대한 이해력이 좋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주 잘 해낼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했다. 예민하고 고독한 여인의 초상을 잘 그려냈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우리가 보는 영화에서 40대 여자 주인공을 보기 힘들다. 이 나잇대를 보기 참 드물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영화에서 연배들이 나와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왜 우리는 희생자들을 기억해야하는가
 
 영화 <프랑스 여자> 스틸컷

영화 <프랑스여자>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희정 감독은 앞선 언론시사회에서 희생자들을 "기억해야한다"고 말했다. 다소 이상하게 보이는 질문을 그래서 던져봤다. 왜 우리는 재앙의 희생자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그들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이 물음에 김희정 감독은 "저는 종교는 없는데, 죽은 사람들이 우리를 지켜준다고 생각한다. 저의 아버지는 아파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영혼이 어느 정도 나를 지켜준다고 믿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찍은 영화 중 <설행>도 영적인 영화고, 영화란 건 영적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엔 불가사의가 있고, 인간의 만남도 때가 있고,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라며 "보이는 현상에는 그 안에 깔린 것들이 있으며 일이 이렇게 벌어질 수 있는 전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즉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신비주의적이고 영적인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 그로 하여금 희생자들을 기억케 하고, 우리도 그들을 기억하게끔 하는 영화를 만들게 하는 듯했다. 

"누군가가 내게 그랬다. 사람은 자신을 돕는 수호천사를 모두 곁에 두고 태어나지만 살며 혼탁해져 그 수호천사가 사라진다고. 하지만 어떤 소수의 영혼들은 아직 곁에 수호천사가 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고 거짓말 할 필요가 없는 정직한 영혼 곁에 수호천사는 남지 않을까?"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느끼셨으면
 
 영화 <프랑스여자>의 김희정 감독.

영화 <프랑스여자>의 김희정 감독. ⓒ 롯데엔터테인먼트

 
데뷔작 <열세살, 수아>(2007)부터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설행_눈길을 걷다>까지 매 작품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전달해온 김희정 감독에게 이번 <프랑스여자>는 어떤 의미의 한 지점일까. 이에 김희정 감독은 "나는 영화에서 판타지를 자주 쓴다. 중층적인 것들이 많이 들어간 영화가 <프랑스여자>고, 늘 그래왔듯 리얼리티를 그대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나 기억에 대해 보여주는 영화다. 언제나 그런 걸 보여주는 감독이고 싶은데 이 영화도 그런 의미"라고 답했다.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한 그에게 이야기를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관해 물었다. 이에 "(이야기 공식을 따른다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이야기가 자연스러웠으면 좋겠고, 자연스럽게 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 음악을 들으며 쓰고, 그림에서도 영감을 받는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김희정 감독에게 자신이 만든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주었으면 좋겠는지 질문했다. 이 물음에 그는 "너의 영화가 사람들의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고 너의 심장도 외롭지 않게 채워주기를 바란다"는 지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고 언급하며 다음처럼 자신의 말로써 정리했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내 영화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존재가 되고 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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