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호정이 주연을 맡은 영화 <프랑스여자>(감독 김희정)가 4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김호정 분)가 서울로 돌아와 옛 친구들과 재회한 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김호정 배우의 인터뷰가 진행된 가운데, 영화 이야기부터 삶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김호정의 프랑스여자 되기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미라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미라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한 번 봤을 때는 관객분들이 살짝 당황할 수 있다. 현실과 과거를 넘어서 전문가들이 앉아서 연극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 두 번 보면, 좀 알고 보니까 편안하게 볼 수 있다. 이야기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게 '그 한 마디가 여기서 이렇게 풀리는구나' 하고 비로소 알 수 있다."

김호정은 <프랑스여자>의 특징으로 두 번, 세 번 볼 때 그때마다 보이는 게 다르다는 점을 꼽았고, 자신 역시도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에서 오래 산 여자를 연기하기 위해 김호정은 '프랑스여자 되기'에 뛰어들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불어 배우기에 돌입했다는 그에게 얼마나 배웠는지 묻자 "배운 게 아니라 외운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프랑스어를 차근하게 공부하고 익힌 다음 대사를 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기에, 프랑스어 대사를 최대한 그 뉘앙스와 억양에 맞게 카피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에게 언어의 노력은 필요했지만 외모나 행동에서 풍기는 느낌은, 노력하지 않아도 프랑스 여자스러운 구석이 원래 있었다. 그래서 김희정 감독은 김호정에게 "그냥 하면 돼"라고 믿음을 줬고, 더불어 "누구나 경계인 아니야? 네가 믿고 가는 게 늘 정답이야"라고 말함으로써 김호정이 보다 자연스럽게 경계인의 삶을 사는 프랑스 여자가 되는 데 도움을 줬다.

감정을 공유하길 거부하는 사회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미라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미라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 ⓒ 롯데엔터테인먼트

 
극 중 '배우가 나이에 따르는 삶의 경험치가 있어야 특정한 연기를 잘 소화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논쟁이 벌어지는 장면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실제 배우인 그의 생각은 어떨까. 

"꼭 그렇지는 않다.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는 마치 천재처럼 신이 주신 재능을 펼치듯 연기하는데 나이 들면 그런 천재성이 갑자기 사라진다. 멍해지고. 그때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저는 제가 자신 있게 (연기)한 건 20대와 30대 중반까지였다.

내가 이 작품은 잘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망한 것도 있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것대로 절대로 되지 않는다. 늘 조심해야 하고 항상 부여잡고 퍼지지 않아야 하고, 죽을 때까지 그런 것 같다."


또한 극중 미라는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걸 싫어하는데, 실제 김호정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질문에 그는 "저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 편"이라며 "요즘 많은 이들이 타인과 토론을 벌여서 이야기를 끝내기 보단 겉으로 '그렇구나' 말하고 속으로는 상대를 꼴배기 싫어하잖나. 서로 좋은 이야기만 하려고 하고. 그런 것이 슬프다. 학교 다닐 때는 술 퍼먹고 쓰러지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싸우고 했는데, 요즘은 친구 둘이 싸우면 제3자는 말리거나 개입하지 않고 그냥 피한다고 하더라"며 감정공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삶과 죽음...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게 인생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미라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미라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삶과 죽음, 갑작스러운 재난과 그 안에서의 삶을 생각하게끔 한다. 코로나 시대와 그런 면에서 잘 맞아떨어진다. 김호정은 "'코로나 19' 때문에 재택근무하고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분들이 내 삶에 대해, 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며 운을 뗐다. 
 
"'코로나 19'로 집에서 한 달 정도 갇혀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죽음을 상상하면서 공포스러웠다. 한치 앞도 못 내다본다는 말을 이번에 너무 크게 느꼈는데, 그 전에도 제 삶에 그런 일들이 있었다. 산티아고를 걸었을 때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딸기 따먹고 하다가 갑자기 가슴까지 불어난 흙탕물에 죽는 건가 싶은 순간이 오더라. 그 다음날부터는 또 일상인데, 어제의 그 일이 너무 꿈만 같은 거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너무 평화롭다는 게 너무 무섭다." 

그런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이 질문에 김호정은 "큰 상황이 있을 때 그 충격이 직접적으로 안 오기 때문에 굉장히 사사로운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자기는 평생 살 거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그 한 순간의 찰나다"라고 대답했다. 

김호정은 "삶이 예측할 수 없는데 큰 걱정을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런 인생 같다"며 극중 미라의 이야기로 이어져나갔다. 미라에 대해 그는 "사람이 어딘가로 내몰리면 자신이 죄책감을 갖고 있는 대상에게 용서 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사람이 나이가 들면 다 초라한데, 그때 자기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다. 누군가는 나를 생각해주고 나를 사랑해주고 이런 것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미라를 연기하며 김호정은 어떠한 한 신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모텔에서 손을 씻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그는 "거울을 보는데, 나의 상황과 나의 모습은 어떻지? 하고 지금 나의 꼴을 바라보면서 질문하게 되더라"고 했다.

갑자기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우리네 삶에서,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물음을 그에게 던졌다. 이에 김호정 역시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답을 확실히 알 수 없다며 "그러게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고 되물었지만, 끝내는 이런 답변을 남겼다. 

"그냥 요즘은 주변인을 더 생각하면서 사는 것 같다.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나와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이 다 무사하면 좋겠고...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미라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미라 역을 맡은 배우 김호정.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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