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KBS <뉴스9>가 보도한 '만삭의 위안부 영상 첫 발굴... 구출되자 "만세 만세"'

지난 5월 28일 KBS <뉴스9>가 보도한 '만삭의 위안부 영상 첫 발굴... 구출되자 "만세 만세"' ⓒ KBS

 
지난달 28일 KBS <뉴스9>에서 1944년 당시 연합군이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를 구출하는 54초짜리 영상을 단독 보도해 화제가 되었다. 이 영상은 KBS가 미국 내셔널 아카이브에서 발굴한 것으로 2017년 서울대 연구팀이 찾아낸 영상보다 앞선 상황을 담고 있다.

해당 영상 발굴 뒷이야기가 궁금해 미국 내셔널 아카이브에서 이를 찾아낸 김정아 영상 리서처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영상 리서처와 나눈 일문일답.

- 지난 5월 28일 KBS가 단독으로 보도한 54초의 위안부 영상이 많이 화제였어요. 반응은 예상하셨나요?
"그 정도는 예상 못 했지만 이 영상이 최초 발굴이란 것은 알았어요. 저는 1990년 한국전쟁 40년 특별제작팀 때부터 근현대사 다큐멘터리 영상 리서처로 일했어요. 8.15 특집이나 <인물 현대사> 프로그램할 때 일본군 '위안부' 영상들을 찾았어요. 그래서 관련 영상이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상황이었죠. 이게 최초 발견이라 의미 있는 영상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크게 이야기될 줄은 몰랐어요."

- 영상을 봤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저는 이 영상 하나만 본 게 아니에요. 파일 9000개를 갖고 왔어요. 그게 거의 한국전쟁과 관련된 내용이에요. 참혹한 영상들을 많이 봤죠.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인 1990년엔 비행기가 융단폭격하는 영상을 보고도 참 많이 울었어요. 또 거제도 포로수용소 영상 속 포로들 얼굴을 보다 보면 밤에 거제도 포로수용소 철조망 넘는 꿈을 꾸기도 했어요. (최초로 발굴된) 이 영상은 중국군이 화염방사기를 사용하는 영상 다음에 있어요. 처음 봤을 때 다친 사람들의 얼굴이나 임신한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은 들었지만, 영상이 어떤 내용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어요."

- 이 영상이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이걸 계속 연구하신 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일본은 자기들이 하지 않은 일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이 영상으로) 일본의 거짓말을 밝힐 수 있는 거죠. 영상이 주는 힘이 있어요. 예를 들어 5.18의 경우 1988년 청문회에 군인이 나와서 '우리는 총에 대검을 장착하지 않았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요. 그런데 <광주는 말한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그 청문회 장면 바로 뒤에 총에 칼을 꽂고 시민들에게 달려가는 군인의 영상을 보여줘요. 그건 그들이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영상으로 남은 진실이거든요.

이번 조선인 '위안부'는 중국 윈난성에서 발견된 건데, (전문가들은) 그 사람들이 일본군과 함께 계속 움직였다는 거고 군의 조직 안에서 움직였다는 걸 보여 주는 증거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 이번 영상이 좀 더 의미 있는 자료가 아닐까 해요. 저희 PD가 뉴스팀과 인터뷰 하면서 그랬어요. '할머니들이 우리가 이 영상을 찾기를 기다리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한국전쟁 영상을 주로 보셨다고 하셨는데 위안부는 한국전쟁 전이잖아요. 영상이 섞여 있나요?
"한국전쟁 영상을 찾는 과정에서 해방정국 5년의 역사를 찾았어요. 왜냐하면 한국전쟁 발발 원인도 찾아야 되잖아요. 1990년에도 KBS에서 이미 한번 ADC(Army Depository Copt)를 찾았어요. 미국 NARA에는 아주 많은 파일이 있잖아요. 그 파일 중 ADC가 미 육군통신대가 찍은 우리와 관련된 영상이라는 걸 알고 간 거예요. 그래서 지난번에 찾은 것보다 좀 더 넓게 찾은 거예요. 그러다보니 이번에 1944년 9월 영상도 찾은 거죠. "

- 44년이면 해방 이전이네요.
"그렇죠. 44년 9월은 해방 이전인데 그 당시 미 육군 통신대가 찍은 영상 그룹이라는 게 ADC예요. ADC 그룹이 우리와 관련된 영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갔기 때문에 디지털 작업이 된 영상 전체를 갖고 온 거예요. 하지만 아직도 필름 형태로 있는 것은 가지고 오지 못했어요. 아직도 여전히 미국 내셔널 아카이브에는 우리 영상이 남아 있어요."

- 미국 아카이브에 우리 영상이 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있는지 파악하셨나요?
"기본적으로 그 영상들은 미 육군 해군 공군 등 군인들이 찍은 거예요. 그 중에 한국을 찍은 영상이 있는 거죠. 그래서 한반도의 영상은 1945년 9월 그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온 시점부터 있는 거죠. 1990년엔 45년부터의 영상을 중심으로 44년 10월 이후 영상을 가지고 왔어요. 테헤란회담, 카이로 회담 등 한국의 독립에 관련된 영상과 함께 45년 10월 이후의 영상들이었어요. 이전에 KBS엔 없었던 영상을 이번에 가져온 거죠."
 
 김정아 영상 리서처

김정아 영상 리서처 ⓒ 이영광


- 그럼 44년 이전 영상은 아예 없는 걸까요? 아니면 있을 가능성이 있나요?
"가능성 있죠. 왜냐하면 미국 내셔널 아카이브에는 미군이 찍은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수집된 영상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것 말고도 있을 수 있는데, 우리가 다 못 찾는 거죠."

-  발굴에 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1990년 한국전쟁 40년 특별제작팀 강대영 PD가 한 달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일차적으로 수집 작업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미국 내셔널아카이브에서 가지고 있는 한국 관련 그룹핑 목록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이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던 거예요. 처음에는 제가 필름 상태인 영상도 보기 시작했어요. 근데 이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요. 그래서 김형석 PD가 일단 다 갖고 와서 한국에서 보자고 했고 가능한 건 다 복사해 온 거예요."

- 1990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났는데, 왜 이제야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건가요?
"영상자료 수집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고,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1988년 한국전쟁팀이 10부작을 제작하면서 3년을 준비했기 때문에 14개국에서 영상을 아주 많이 수집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에 2000년에 한국전쟁 50년 특집을 준비할 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 가장 부족한 중국과 러시아 자료를 수집했어요. 중국, 러시아와는 수교 후라서 영상자료들을 가져올 수는 있었는데, 큰 프로젝트가 아니고서는 수집이 어렵거든요. 그리고 2010년에 한국전쟁 60년 특집 때는 아주 짧은 시간에 제작해야 해서 여력이 없었어요.

한국전쟁 다큐멘터리를 2000년과 2010년 두 차례 제작했던 김형석 PD가 영상자료를 잘 아니까, 2020년 한국전쟁 70년 특집을 준비하면서 영상자료 수집을 계획한 거죠. 1990년에 KBS가 영상을 수집할 땐 비밀 해제가 안 된 영상들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30년이 지나서 새롭게 발굴된 영상들도 있다는 걸 알아서 이번에 영상자료 수집을 기획하고 추진한 거죠."

- 30년 전 공개 안 된 자료가 지금 공개돼 있기도 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비밀 해제된 자료가 더 있을까요?
"더 있을 거라고 봐요. ADC를 기본으로 1주일에 하나씩 보고용으로 만든 SFR이 있는데 1990년에 수집할 때 4개가 비밀자료로 돼 있어서 이번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어요. 2개는 볼 수 있었는데, 2개는 그쪽에서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부 주도로 해야 할 일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맞아요. 사실 국가에서 해야 되는 일이죠. 국가기관들의 경우 문서자료 위주로 수집하고 있어요. 사진과 영상의 경우,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사진 자료를 아주 많이 수집해서 3권짜리 사진집으로 발간도 했었고요. 국가기록원도 일부지만 영상을 수집해 오기는 했어요. 하지만 이 기관들이 영상자료 전반에 걸쳐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있지는 않죠. 학계의 경우, 고려대 근현대사 아카이브가 국가 지원을 받아서 영상자료를 수집, 해제작업을 했는데 지원이 이어지지 않아서 현재는 수집작업이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방송사는 제작을 위해서 영상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라서 한계가 많고요. 국가가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는 게 맞죠."

- 영상과 사진의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사진도 명확한 상징성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영상은 그 시대로 가서 직접 보니까 훨씬 생생하고 현장감이 느껴지죠. 6.10항쟁 영상을 하루종일 보고 있으면 최루탄 가스가 느껴져서 목이 아파요. 영상 자체는 있는 사실을 담고 있고, 의도하지 않은 장면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해요. 우리가 제대로 해석해 냈을 때는 그 영상이 담고 있는 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거죠."

- 2017년 서울대 연구팀이 18초짜리 영상을 발굴했었잖아요. 그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2017년에 발표된 동영상은 ADC 9706으로 이번에 찾은 영상 다음 단계죠. 이미 이 사람들이 구출되어 벽면에 서 있는 영상이거든요. 이번에 발표한 ADC 10455는 전투가 이루어진 곳에서 구출되는 상황이죠. 그곳이 버마로드라고 중국까지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중요한 공간이에요. 거기에서 전투가 있었고, 조선인 '위안부'들이 중국과 미군 연합군에 의해서 구출되는 장면이죠. 이번에 발표된 영상에는 당시 임산부였던 박영심 할머니가 계세요. 그리고 무음이지만 할머니가 마지막에 만세를 부르세요. 이 분이 어리둥절해 하다가 만세를 부르거든요. 그래서 조선인이란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됐죠. 당시 조선인이 여섯 명인가 같이 구출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이 구출되는 상황에서 만세를 불렀다는 건 강제로 끌려다녔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일본군 '위안부'가 일본군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거라고, 의미 있는 영상이라고 연구자들이 말했어요."

- 이번 공개된 영상 이전 모습을 담은 영상도 있을 가능성도 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이번 영상은 연합군에 의해서 구출되는 거잖아요.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영상이 발견될 수 있죠. 또 이전 상황이라는 것은 일본군에 의해서 위안소가 운영되는 상황이어야 하잖아요. 만약에 있다면 일본군들이 찍은 영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본이 공개하지 않겠죠."
 
 지난 5월 28일 KBS <뉴스9>가 보도한 '만삭의 위안부 영상 첫 발굴... 구출되자 "만세 만세"'

지난 5월 28일 KBS가 보도한 '만삭의 위안부 영상 첫 발굴... 구출되자 "만세 만세"' ⓒ KBS

 
- 영상 발굴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것 같아요. 
"NARA의 경우는 홈페이지에서도 어느 정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일부이다 보니 현재는 미국까지 가야 되는 어려움이 있죠. NARA에 가서도 그곳에서 자료를 찾고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NARA에서 한국 관련 자료들을 찾아온 방선주 선생님이 계시고, 뒤를 이어서 자료를 찾고 있는 윤미숙 선생님의 도움이 있어서 더 쉽게 수집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영상은 문서나 사진과 달라서 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영상을 보는 기기가 필요하죠. 그리고 색인만으로는 찾기가 어려워요. 이번 영상도 색인에는 내용이 없었으니까요. 만약 색인을 보고 찾으려고 했다면 찾지 못했을 거예요. 영상을 전부 봐야 하고, 영상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야 돼요. 그래서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부족하죠."

- 앞으로의 과제는 뭘까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런 자료들은 역사적인 사건을 담고 있잖아요. 지금까지는 문서나 신문이 역사 기록의 기초자료였지만, 이제는 영상도 사료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거든요. 학계에서도 2000년부터 영상 역사학이 시작됐어요. 국가가 좀 더 체계적으로 전 세계에 있는 우리 역사를 모으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어요. 일본의 경우 국가에서 NARA 영상 자료실에 파견한 사람이 있었어요. 미국이나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 국립영상기록물 센터가 있고요."

- 왜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을까요?
"역사학계에서도 영상 사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국가기록원에서도 문서와 사진 자료에 집중하느라 지금까진 영상 자료에 관심을 두지 못했고요. 영상자료는 수집 비용이 많이 들고, 해제작업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거든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해주세요. 
"이번에 영상을 수집하고, 조선인 '위안부' 영상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KBS가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에서 영상자료를 수집해 왔기 때문이에요. 30년 전에 강대영 PD가 영상자료 수집의 기반을 만들고,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을 이끈 남성우 PD와 영상자료들을 잘 보존해온 영상 자료실, 이분들의 역할들이 없었다면 이번의 영상수집은 어려웠을 거예요. 30년 전부터 이어진 노력이 사장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서 의미 있는 영상 찾기 작업이 계속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KBS나 국가기관이 주도적으로 하면 더 좋고요. 그래서 우리의 역사가 생생한 영상으로 기록되기를 바랍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