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지난 2월 첫 등장한 김구라의 첫 번째 웹 예능 KBS <구라철>은 뜨겁지는 않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열혈 구독자들을 하나둘 모으고 있다. 방송 3사 구내식당 탐방기부터 연예 기획사 방문, 국회의원 면담 등 다양한 소재에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결합시키면서 기존 KBS에선 보기 드문 도발적 웹 예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매주 토요일 밤 TV 무대로 역진출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구라철>은 지난달 29일 공개한 13화에서 또 한번 흥미로운 소재를 들고 나왔다. KBS와 MBC의 대표 장수 예능 '< 1박 2일 >과 <라디오스타> 중 누가 먼저 망할까?'라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나섰다.

<썰전> vs. <뇌피셜>... <라디오스타> vs. < 1박2일 > 토론 대결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자극적인 섬네일을 내세운 최근 촬영분은 이 두 프로그램의 주역인 김종민 vs. 김구라의 코믹 토론 형태로 진행되었다. <라디오스타>, < 1박2일 >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형식은 김종민의 또다른 대표작인 히스토리 채널 웹 예능 <뇌피셜>을 차용한 방식이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구라는 특유의 논리 정연한 화법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반면, 김종민은 이른바 '무논리'에 근거를 둔 화술로 사람들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특기를 지녔다. 김구라가 <라스>에서 초대 손님과의 입담 대결에서 종종 스스로 항복을 선언하는 일을 목격할 수 있는데 주로 김종민, 은지원처럼 비논리적인 이야기 전개로 물러서지 않는 인물들을 만났을 때다.

12분 남짓한 길지 않는 회차에서 < 1박2일 >, <라디오스타>가 중심에 언급된 분량은 4분 안팎으로 그리 길진 않았다. 김구라와 김종민이 10년 이상 출연 중인 프로그램 중 누가 더 장수할 것인가에 대해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본인 프로그램이 오래 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나섰다. 웹 예능 특성상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 탓에 곧장 다음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지만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고민이 담겨 있었다.   

지상파 장수 예능의 위기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고비는 분명히 또 올 것이다."(김종민)​

선제 공격에 나선 김종민은 "그동안 고비가 많았단 말이에요. 그리고 또 분명히 고비가 올 거예요"라는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화법으로 김구라를 당황시킨다. 이에 김구라는 "저희는 다 극복했습니다"고 말하면서 "저도 빠졌었고 윤종신, 그전에 Mr.신(신정환)도 빠졌었기 때문에 사람으로 오는 고비는 충분히 극복할 수가 있다"고 자신있게 언급한다. 

"요즘 스튜디오 토크를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습니다."(김구라)

연이은 토크 예능의 종영, 쇠락에 대해선 평소 자신만만 하던 김구라도 걱정 어린 견해를 표명한다. 대신 "라이벌인 <해피투게더>가 얼마 전 없어지고 이젠 <아는 형님>하고 저희 밖에 안 남았어요. 그런 희소성 측면에서는 안정권에 살짝 접어든 게 아닌가 싶다"는 말로 희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김구라는 "요즘 야외 예능 너무 많다"면서 곧바로 < 1박2일 >에 대한 약점을 공략하고 나선다. ​이에 대해 김종민은 "그만큼 야외에서 할 게 많다"며 적극 방어에 나선다. 종종 버벅거리는 특유의 말투로 어려움을 겪지만 "KBS가 굉장히 오랫동안 미는 게 있어요"라며 장점을 부각시킨다.  

예능 달인에게도 쉽지 않는 묘수 마련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KBS 웹 예능 <구라철>의 한 장면 ⓒ KBS

 
각자 출연 중인 프로그램 시청률 분석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이어진 끝에 "<라스>가 더 오래간다"로 황급히 마무리 되었지만 이번 <구라철>은 마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무거운 화두를 예능 종사자들에게 던져줬다.  

앞서 지난 4월 <구라철>에서 다뤘던 <개그콘서트> 위기론은 지금에 와선 사실상 종영으로 결론나고 말았다. 21년 영광의 역사가 하루 아침에 허물어졌듯이 예능 달인 김구라와 김종민조차 안심할 수 없는 현재를 맞이했다. 여전히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중이지만 뭔가 허전함을 메우지 못하는 < 1박2일 >, 3~4%대 미미한 시청률 속에 변변한 화젯거리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라디오스타>는 지상파 TV의 처량한 신세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둘만의 대화에서 지적된 것처럼 고비는 또 다시 찾아올 것이고 사람들은 더욱 더 TV를 보지 않는 시대로 돌입할 것이다. 누구나 문제점이 뭔지 알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묘수 마련은 천하의 김구라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당사자 입장에선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도발적인 소재를 언급한 <구라철> 13화에는 마냥 웃고 지나가기엔 안쓰러움과 걱정이 교차할 정도로 예능인 나름의 고충이 녹아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의 시민기자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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