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입자>에서 서진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

영화 <침입자>에서 서진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다양한 표정의 배우', '연기 폭이 넓은 배우' 등. <침입자>를 연출한 손원평 감독은 자신의 상업영화 데뷔작에서 김무열을 만나며 무한 신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근 3년간 김무열은 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며 말 그대로 상반된 캐릭터를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서늘함과 사람 좋은 미소가 한 얼굴에서 이토록 잘 공존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침입자>는 가족 울타리를 지키려는 서진(김무열)과 그 울타리 안으로 어느 순간 침범해 가족을 흔들려는 유진(송지효)의 대결 구도라 봐도 좋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신경증을 앓고 있는 서진은 후반부로 갈수록 무력해지고, 곧 유진에게 휘둘리는 신세가 된다. 가족을 지키기는커녕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가눌 수조차 없다.

트라우마 전문 배우

"인물이나 상황이 주는 느낌이 이렇게 히스테릭할 수 있을까.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 말고도 그런 느낌이 드는 시나리오는 처음이었다. 이 감독님 이상한 걸 좋아하는구나 싶었지(웃음). 서진이 스스로를 의심하며 무너지는 과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해보고 싶었다."

단순히 유약한 캐릭터가 되어선 안 됐다. 공황장애로 보이는 증상, 동시에 살인사건과 실종 사건에 연루되며 범인으로 의심되는 자와 신체적으로 격하게 대립해야 했다. 김무열은 여러 신경증 환자 사례를 보며 가닥을 잡아갔고, 평소 다져온 액션 감각을 끌어올리면서 심리적으로 약해지는 모습 또한 단계별로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 트라우마로 공황장애 발작이 있는 캐릭터인데 전혀 모르는 분야라 나름 공부했다. 그러고 보니 트라우마 연기는 <기억의 밤> <인랑>에 이어 세 번째네(웃음). 액션이야 감독님이 짜준 합대로 하면 되니까, 예전에 해보기도 했고 괜찮았다. 오히려 힘든 건 후반부의 빠른 전개였다. 감정은 격해지는데 몸은 힘이 빠지는 걸 표현해야 했다. 제가 감독님에게 쉰 목소리로 하면 어떨지 제안했다. 문제는 촬영이 앞부분과 섞여 있어서 연결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 장면과 후반부 장면을 번갈아 찍을 때가 있었는데 대기하면서 소리 지르며 목을 쉬게 했다가도 약 먹고 다시 부은 목을 가라앉히곤 했다. 힘들었지(웃음). 

부성애 역시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인들 얘길 들으면 아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갑자기 슬퍼질 때가 있다더라. 이 험한 세상을 아이가 살아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말이다. 민하(극중 서진의 딸)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자체가 사랑스럽다 보니 연기하는데 정말 갑자기 슬퍼지고 감정 몰입이 되더라. 영화 자체가 무거워서 걱정이 많았는데 아이가 너무 감사하게도 연기와 현실을 잘 분리하더라."

 
 영화 <침입자> 관련 사진.

영화 <침입자> 관련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상대역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송지효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대중에겐 예능 프로 <런닝맨>으로 익숙하지만 오히려 김무열은 예능에서의 모습은 잘 몰랐다고 한다. "<성난황소> <바람 바람 바람>이나 드라마에서의 얼굴을 기억하는데 솔직히 좀 대하기 어려운 배우인 줄 알았다"면서 그는 "현장에서 되게 좋은 배우였다. 힘을 빼고 있다가도 슛 들어가면 돌변하고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뛰어나서 함께 하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할을 떠나 가족 개념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만큼 김무열 또한 영화의 주제 의식을 생각하고 있었다. "영화 자체가 극적 설정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생각할 법한 고민인 것 같다"며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저의 관계, 그리고 어머니가 살아오신 길을 돌아보기도 했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더 자주 하는 게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 또한 전했다.

"스타보단 좋은 배우로"

뮤지컬로 일찌감치 데뷔한 이후 김무열은 줄곧 뒤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침입자> 인터뷰로 자리하자 마자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본인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최근까지 장르 영화를 주로 해오면서 나름 전형성에서 벗어나려 했던 그의 노력을 기억하자, "가장 나다운 것에서 시작하는 게 전형성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다"며 "방심하면 여지없이 밑천이 드러난다"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평가했다.

"사실 장르 연기도 좋지만, 일상의 연기 또한 좋아한다.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든가 뭔가 내면으로 느끼는 외로움을 좋아하는데 그런 작품이 잘 들어오진 않았다. 저 스스로는 성장하고 있는 건지 체감을 잘 못하지만 그렇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한 일일 것이다. 그저 전 매 작품이 두렵고 막막하다. 이 일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올 때까지 계속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있다. 그때마다 여러 선배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떠올리면서 방법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영화 <침입자>에서 서진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

영화 <침입자>에서 서진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누군가는 김무열에게 왜 '스타 코스'를 밟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단다. <작전>(2009)으로 영화계 데뷔 후 돌연 그는 일일 드라마(<아내가 돌아왔다>)에 출연했다. 그러다가 저예산 영화에도 곧잘 모습을 드러냈다. 규모와 상업성을 키워가며 조연, 주조연, 주연을 순서대로 맡아가는 톱스타 코스와는 거리가 멀다. "그냥 전 그렇게 일을 해나가는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그가 말을 이었다.

"그땐 일일 드라마가 어떤 형식인지도 몰랐다. 알던 감독님이 제안하셨고, 줄거리와 인물소개만 보고 하겠다고 한 거다. 주변에선 의외의 선택이라고들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전 계속 그렇게 해왔다. 이게 제 방식인 것 같다.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스타는 당연히 될 수 있겠지. 입신양명도 물론 좋겠지만 좋은 배우로 인정받는 게 제겐 먼저다."

"제 연기는 상대방으로부터 나온다". 김무열이 인터뷰 후반에 밝힌 나름의 비결이었다. <침입자> 또한 예수정, 최상훈 배우를 비롯해 여러 조연 배우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며 그는 웃어 보였다. 배우 김무열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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