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을 생산하며 종영했다. 최종회는 그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보여주던 전개 방식을 유지하며 새로운 에피소드와 이전 회의 에피소드에 대한 마무리가 교차되며 진행되었다. 보여줄 이야기가 많은 탓에 평소보다 다소 긴 시간 방영되었지만, 이전 회와 그리 다르지 않은 최종회였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한 장면 ⓒ tvN

 
무엇보다 최종회는 전 회에 걸쳐 에피소드 틈틈이 이어지던 율제종합병원 5인방의 러브 라인을 모두 짚어 주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송화(전미도 분)·익준(조정석 분)·치홍(김준한 분)의 관계는 익준의 고백만 남기고 다음 시즌으로 넘어갔다. 준완(정경호 분)과 익순(곽선영 분)의 관계는 텅 빈 준완의 초콜릿 서랍과 되돌아온 반지라는 예상이 힘든 설정으로 보여졌다. 석형(김대명 분)과 민하(안은진 분)의 관계는 민하의 데이트 신청을 거절한 석형이 갑작스레 걸려온 전처의 전화를 받는 모습으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여전히 안갯속인 이들과 달리 겨울(신현빈 분)의 짝사랑은 결실을 맺었다. 송화의 말마따나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는 것이 행복한 정원(유연석 분)은 누구보다 잘 먹는 겨울과 연결되었다. 좋아하고 있으니 곁에 있어 달라는 겨울의 절절한 고백에 정원은 달콤한 키스로 답해주었다.

이마저도 없었다면 제작진은 아마도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원성을 들었으리라. '윈터가든'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많은 지지를 받았던 이 커플의 사랑은 시즌 2의 기대주이자 테마주가 될 터이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회 한 장면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매회 병원을 찾는 환자의 독립된 에피소드에 20년지기 의사 5인방의 관계와 사랑을 조합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갔다. 과거의 사연까지 간직한, 긴 호흡을 가진 의사 5인방의 서사와 한두 회에 걸쳐 전개되는 개별적인 에피소드의 완결은 매회 동일한 주제 안에서 이루어진다. 매회 보여지는 밴드의 선곡과 연주는 해당 회에서 선보였던 주제와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한 회에 포함된 많은 이야기들과 빠른 장면 전환이 산만하지 않게 진정될 수 있었던 데에는 이 같은 통일성 때문이었다. 최종회 역시 이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전체의 내용을 수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개 방식은 드라마 전체로도 확장되어 개별 회들은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전체의 일부로 포함된다. 마치 본질적으로 혼자이나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몸만큼이나 아픈 사람들의 마음 속 상처에 주목한다. 행복만 하면 좋을 텐데, 많은 이들이 상처투성이 마음을 안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아간다.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는 가슴 아픈 많은 사연들이 가득하다.

익준을 찾은 간경화 환자 옆에 아내가 꼭 붙어 있다. 간 이식이 필요한 남편을 위해 아내는 기꺼이 자신의 간을 제공하려 한다. 그러나, 불법 장기 매매를 예방하기 위한 법률적 조치로 인해 혼인 신고 후 1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신혼 부부인 이들은 아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들이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며느리를 걱정한 시모의 만류 때문이다.

이 아내와 달리 지난 11회의 아내가 간암인 남편에게 간 기증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말할 수 없는 아들 때문이었다. 늘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아들 걱정에 아내는 이식을 결심할 수 없었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1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1회 한 장면 ⓒ tvN

 
누구나 말할 수 없었거나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한 숨겨진 사연들을 갖고 있다. 놀랍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의 작은 반전들은 이미 아픈 우리를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아픈 몸과 마음의 상처를 더욱 깊게 한다. 편견이나 선입관을 버린 그저 따뜻히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치유가 시작될 수도 있다.

석형은 이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의사인 석형조차도 마음의 상처는 스스로 치료할 수가 없다. 가까운 관계를 만들라고 충고하는 익준에게 석형은 '상처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산모를 대하는 석형의 다정한 태도는 누구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는 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석형은 어머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아버지의 죄를 대신 짊어진 사람처럼 깊은 관계를 회피한다. 그는 아버지와는 분명 다른 사람임에도 세상과 더이상 관계 맺지 않으려 한다. 사실 석형은 누구보다도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외도와 어머니의 절망, 여동생의 죽음, 이혼 등이 이어지며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석형이 보이는 관계에 대한 회피는 더이상 상처 받고 싶지 않은 자기 방어의 일종이기도 하다.

산모를 걱정하는 석형의 다정한 어조에는 상처 입는 사람의 슬픔이 어려 있다. 석형에겐 어머니의 간호를 맡길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친구들이 있지만 내면의 아픔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누군가는 없다. 그의 깊은 내상을 치유하는 것은 그 상처를 드러내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얼마나 아픈지 말할 수 없다면 석형이 맺는 관계는 피상적인 것으로 그칠 뿐이다.

관계는 크건 작건 기쁨만큼이나 상처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석형처럼 가까운 관계가 만드는 큰 상처를 목격하며 상처 입은 사람은 비슷한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관계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지는 않는다. 강요될 수 없는 일일 것이지만, 석형처럼 좋은 사람들이 상처가 두려워 외로운 삶의 동반자가 될 누군가와 자신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회 한 장면 ⓒ tvN

 
우리 삶이 죽음이 포함하듯 사람을 살리는 병원에도 늘 죽음이 공존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언제나 생존의 기쁨과 죽음의 슬픔을 동시에 담아낸다. 12회에 역시 그러했다. 습관성 유산으로 눈물을 흘렸던 산모는 이제 임신이 안정권에 들어 유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석형의 말에 크게 기뻐한다. 그러나, 만삭의 또다른 산모는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석형의 진단에 오열하고 만다.

죽음이 언제 이 삶을 끝장낼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정원 아버지의 장례식이 있었던 1회처럼 12회에서는 석형 아버지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자연의 서늘한 법칙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그러나, 죽음이 삶을 완전히 절단내기 전까지 사망 선고는 불가능하다. '슬의'들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며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 기증으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된 환자들의 모습이 감동을 주는 것은 삶에 대한 우리의 본능적인 지향 때문이다. 긴 대기를 불평하던 산모들이 숙연해지는 것은 죽음이 주는 슬픔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것은 이 삶의 반대편에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 기다리는, 끝이 예정된 삶이기에 삶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 한번 뿐인 삶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되새기게 한다. 율제종합병원의 성실하고 바른 의사 5인방은 매순간 최선을 다해 환자를 치료한다. 우리는 이러한 이상적인 삶을 동경하지만, 이러한 삶을 살아가지는 못한다. 그러나, '최선'은 죽음을 예비한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2회 한 장면 ⓒ tvN

 
준완과 재학(정문성 분)은 죽음 직전에 이른 대동맥축착증 환자를 어렵게 살려낸다. 수술을 끝낸 후, 판단의 순간이 가장 어렵다는 재학에게 준완은 "물어 봐"라고 답한다. 준완의 대답은 삶이 지속되는 한 누구도 혼자가 아니라는 잊기 쉬운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철저하게 혼자일 필요가 있는 잠시가 아니라면, 어렵고 힘든 시간을 함께할 누군가가 곁에 있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연인일 수도, 생판 모르던 남일 수도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혼자 지고 가려고 고집하지만 않는다면 어디서든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 막다른 길목 끝에서 손을 잡아줄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다. 과감히 그 길목을 돌아서면 조용히 지켜보던 누군가와 마주칠 수도 있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면, 묻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만날 수 없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혼자라는 절망에 빠지지 않아야 가능하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는 타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치고 힘든 '나'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혼자라고 절망하고, 안될 것이라고 포기하는 것은, 언제나 이른 판단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아픈 우리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지속적으로 당부한다. 우리는 환자인 동시에 의사이며, 보호자인 동시에 간호사이다. 어떤 삶이든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힘들고 아프다.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보듬는 것이 삶이며, 더 큰 상처를 가진 사람이 덜 큰 상처를 가진 사람을 보듬을 수도 있는 것이 삶이다.

이러한 관계는 언제든 역전될 수 있으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호보완'적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렇게, 밴드 '미도와 파라솔'의 음악처럼 어우러지는 존재들이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회 한 장면 ⓒ tvN

 
12주간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며 호평 속에 방영되었다. 밴드가 연주한 노래들은 큰 인기를 끌었으며 여러 배우들이 새롭게 주목 받았다. 꾸준한 인기 속에 방영되었던 이 '착한 드라마'가 착한 삶을 일깨우는 작은 씨앗이 되어주길 시즌 2를 기다리며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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