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시네마'는 영화평론가이자 인문학자인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이 영화에서 드러난 '테크'의 동향과 의미, 문명사적 향배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속의 '테크'와 영화를 만드는 데 동원된 '테크'를 함께 조명하여 영화와 '테크'를 보는 새로운 관점을 모색합니다.[편집자말]
 
 영화 <더 플랫폼> 포스터.

영화 <더 플랫폼> 포스터. ⓒ 더쿱

 
영화 <더 플랫폼>은 수직 감옥이란 특이한 발상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수직감옥은 세계의 메타퍼이고, 일종의 영화적 우화를 통해 인간 존재와 구원의 문제를 다룬다. 어떤 평자들은 이 영화에서 계급과 불평등이란 사회문제에 주목하기도 하는데,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수직감옥 내의 신분이라고 할 '층(層)'이 한 달마다 랜덤으로 정해진다고 할 때 우화 자체에서 드러난 사회문제의 성격은 약하다 하겠다.

스페인의 가더 가츠테루 우루샤 감독의 <더 플랫폼>을 흔히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비교하는데, 간단히 <설국열차>를 수직으로 세우면 <더 플랫폼>이다. <더 플랫폼>의 '수직'이 상징하는 주제의식은 종교와 맞닿아 있기에 이 영화를 기독교와 예수의 우의적 표현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그런데 <더 플랫폼>의 기상천외한 감옥은 과연 실현가능한 것일까. 수직감옥은 333층으로 구성되었고, 333층 아래에 꽤 깊이 내려가는 지하층과 맨 위에 수감자의 식사를 준비하는 큰 조리장이 추가로 붙어 있는 구조이다. 333층이란 설정은 예수의 지상의 삶 33년과 공생애 3년을 더한 숫자로 추정된다.

일단 이 수직감옥은 현실에선 아마 절대 세워지지 않을 건물이다. 자기부상 엘리베이터 같은, 말하자면 수직으로 이동하는 밥상의 넓이를 3평 정도로 보면 한 층의 면적은 30평 미만이다. 층고가 대략 6~7미터이고 층수가 333층이니 건물 높이는 최소 2Km이다.
 
 영화 <더 플랫폼> 스틸컷

영화 <더 플랫폼> 스틸컷 ⓒ 씨나몬(주)홈초이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는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의 건물을 초고층빌딩으로 규정한다. <더 플랫폼>의 수직감옥 높이의 10분의1에 근접한 수준으로도 초고층빌딩이란 칭호를 받는 셈이다.

현존 세계 최고층 빌딩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높이 828mㆍ163층)이지만 세계 각지에서 세계 최고층 빌딩 1위를 노리며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다. 중국 후난성 창사의 '스카이 시티(Sky City)'(높이 838mㆍ220층), 쿠웨이트의 '부르즈 무바라크 알카비르(Burj Mubarak al-Kabir)'(높이 1001m), 사우디아라비아의 '킹덤 타워(Kingdom Tower)'(높이 1600m), 두바이의 '나킬 타워(Nakheel Tower)'(1490mㆍ200층)' 등이 높이 경쟁에 들어가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마천루의 높이는 <더 플랫폼>의 수직감옥의 높이에는 못 미친다. 그나마 수직감옥과 엇비슷한 높이의 건물로는 '두바이 시티타워(Dubai City Tower)'가 있는데 높이 2400m에 400층 규모로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건물 높이가 2Km를 훨씬 넘는 30평 면적의 333층짜리 수직감옥은 비현실적일뿐더러 건축공학적 가능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건 건축과 설계 전문가가 답변할 전문적인 사항이지만 상식 수준에서 판단해도 그런 형태로 건물을 세울 수 있는지, 만일 세웠다 하더라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등이 완전히 의문이다.

영화 <더 플랫폼>의 결말 부분에 등장하는 더 밑으로 내려가는 환상의 공간은 지하에 넣는다 하더라도 이 수직감옥이 해결해야 할 부수적 과제가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를 입구로부터 직각으로 2Km이상 올라가는 '감옥 1층' 위의 조리실로 이동할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非)수감자들의 이동통로이다.

수직감옥의 한 가운데 설치된 괴이한 수직 이동장치를 통해 요리사 조리사 등이 맨 위 조리실로 가는 방법은 없다. 이 때문에 맨 위층의 조리인력이 평생 그곳에 수감되어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외부에 엘리베이터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 물론 건물 외벽에 쇠 같은 걸로 만든 사다리를 부착하는 '건축미'를 상상해 볼 수 있겠지만 매일 2Km이상을 사다리로 오르내리며 출퇴근하기는 쉽지 않겠다. 이동 자체도 문제지만 이동 중에 느낄 공포 또한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정리하면 <더 플랫폼>의 수직감옥은 맨 아래에서 맨 위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30평 면적이고 층수는 333층이며 건물 높이가 2Km를 훨씬 넘는 이쑤시개보다 더 가는 구조를 취한다고 상상할 수 있다. 거기에다 건물 외벽에는 별도로 사다리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야 한다. 엘리베이터는 입구에서 건물 옥상에 해당하는 곳으로 중간에 쉬지 않고 2Km를 달려 올라가야 한다.
 
 영화 <더 플랫폼> 스틸 컷

영화 <더 플랫폼> 스틸 컷 ⓒ 씨나몬(주)홈초이스

 
이런 형태의 건출물이 지구상에 등장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실현가능성을 모색해 보자면, 아주 돈이 많이 들고 음험한 상상력이 요구되는데, 예컨대 건설 중인 '두바이 시티타워'의 어디쯤에다 비밀리에 수직감옥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시티타워와 수직감옥의 높이가 얼추 들어맞기에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는 있겠다. 사람들은 지구상 어딘지 모르는 곳에 괴상한 형태의 수직감옥이 있음을 영화 <올드 보이>의 비밀의 방처럼 소문으로만 전해 들게 되리라.

어차피 상상이지만 더 현실적인 방법을 찾자면 수직감옥을 지상이 아니라 지하에다 만드는 것이 그나마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지하에다 수직감옥을 만들 때의 가장 큰 이점은 조리사들의 이동통로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 층을 표기하는 방법 또한 1에서 시작해 333으로, 밑으로 갈수록 숫자가 커지고 있어 현재의 지하층 표기방법과 일치한다.

공학적 난관은 일감으로도 상당하다. 이쑤시개보다 더 가는 구조물을 지하 2Km 아래에 이르도록 만들어내려면 문제가 수도 없이 많겠지만, 땅 위로 그 구조물을 단독으로 세우는 것과 땅 아래로 그것을 땅에 묻는 방식으로 건설하는 것 사이에 굳이 비교하자면 후자의 개연성이 더 크다.

결론적으로 만일 꼭 그러한 감옥을 현실에다 만들겠다면 <설국열차>처럼 가로 형태에다 다지류 동물처럼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이다. 수평감옥은 수직감옥에 비해 엄청나게 '저렴한' 비용으로 <더 플랫폼>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다. 다만 수직으로 때로 느리게 때로 빠르게 이동하는 멋진 사각밥상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설국열차>가 <더 플랫폼>보다 더 많은 영화적 성취를 이룬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는 있다. 가로 구조물을 등장시킨 <설국열차>는, 세로 구조물을 채택한 <더 플랫폼>이 다룬 종교와 구원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 원천적인 한계를 갖는다.
물론 그렇다고 <더 플랫폼>이 <설국열차>보다 더 좋은 영화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다른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형상화한 다른 영화일 따름이다. 건축의 상상력과 관련해서는 영화는 영화라는 점 또한 사족으로 확언해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안치용 기자는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이자 영화평론가입니다. 이 글은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https://blog.naver.com/ahna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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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평론하고, 래디컬 정치를 사유한다. 활자에도 익숙해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이런저런 글을 쓴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소년/대학생들과 자주 접촉하는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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