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비지니스 리뷰(HBR)>는 1922년 하버드 대학이 출간한 대표적인 경영학 잡지다. 최근 TED처럼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게 된 HBR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비지니스적 도전에 지적 영감을 주는 대표적인 사이트로 자리매김하였다. EBS는 이런 HBR의 콘텐츠에서 착안해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5분간 저명한 스토리텔러들을 초빙해 새로운 시대 비지니스의 담론을 마련하고자 한다. 

지난 5월 25일부터 방영된 < EBS 비지니스 리뷰 >(이하 EBR)에서는 <포노 사피엔스>의 저자 성균관대 기계 공학과 교수 최재붕 교수를 초빙해 팬데믹 시대를 분석한다. 최재붕 교수는 2019년 지난 10년간의 급격한 시장 변화를 휴대폰을 손에 든 인류, '포노 사이엔스'의 등장으로 해석한 <포노 사피엔스>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 EBS 비즈니스 리뷰 >의 한 장면

< EBS 비즈니스 리뷰 >의 한 장면 ⓒ EBS

 
물구나무를 서서 세상을 바라보라 

코로나 시대에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둔 분야는 바로 '택배 문화', 언택트(비대면을 뜻하는 신조어) 소비 시스템이다. 그 시작은 미국이다. 1994년 아마존이 시작했던 온라인 배송 사업은 1995년 이베이가 이어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1996년 인터파크가 발빠르게 그 대열에 참여했다. 하지만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전자 상거래 대표 기업을 든다면 단연 중국 마윈의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전 세계 온라인 상거래의 69%를 점유하고 656조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마윈의 이야기는 언제나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최재봉 교수는 2003년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의 위기를 기회로 삼은 마윈의 성공 사례에 대해 조금 더 면밀히 접근한다. 마윈은 "많은 사람들이 좋다는 것은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며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불평하는 곳에 바로 '기회'가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그는 2003년 사스 기간 동안 어떻게 재택 근무를 했는지 분석하는 한편, 400여 명이 동시에 재택하며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었던 그 방식을 기회로 삼았다.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던 마윈은 당시 돈이 없었다. 그래서 자본을 앞세웠던 기업 운영 방식을 탈피하고 디지털 플랫폼에 착안했다. 또한 마윈은 공대 출신도 아니고, 인터넷에 능하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마윈 테스트'처럼, 마윈 만큼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쓸 수 있을 시스템에 집중했다. 즉,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결국은 기술보다 '인간,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가 먼저였던 것이다. 

거기에, 마윈은 계획 자체를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문명 교체기, 판이 바뀌고 일자리가 바뀌는 상황에서 장기 계획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미였다. 데이터에 기반하고 고객의 요구에 기반한 '에자일 경영(작업 계획을 짧은 단위로 만들고, 시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사이클을 반복함으로서 고객의 요구 변화에 유연하고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개발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고, 소비자의 움직임에 따라 사업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문명의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 

그렇다면 그 마음을 사야하는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여기서 코로나 시대에 유명해진 또 한 사라마 오드리 탕이 등장한다. 마스크 앱을 개발하여 발빠르게 코로나 사태에 대처한 대만의 디지털 총무장관, 그는 시빅 해커(시민 계발자 ) 출신의 젊은 관료이다. 

'코로나 19'가 확산되고 마스크 수급이 어려워지자, 오드리 장관은 이를 어플리케이션이나 웹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속해있던 대만 개발자 그룹 '기브 제로'에서 이 안건을 논의한다. 

기브 제로는 정부가 하는 일을 0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는 젊은 그룹이다. 바로 여기서 최재붕 교수는 포노 사피엔스가 만드는 표준의 차이에 주목한다. 즉, 기존의 사회가 혈연,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오늘날 포노 사피엔스는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관계 맺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맵'(코로나 국내 현황을 알려주는 지도 서비스)을 만든 이동훈씨나 '코로나 나우'(코로나에 대한 정보와 실시간 상황대시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든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있었다.

개발자들은 자신이 개발한 소스 코드를 공유하고, 사람들은 이를 응용해 현실에 필요한 각종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낸다. 이는 이전의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을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는 상황, 포노 사피엔스에 기반한 시대는 지식의 표준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니.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을 인터넷은 가능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쓰고, 여기에 오류가 있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편집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 정제의 과정을 거친 백과사전은 집단 지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 EBS 비즈니스 리뷰 >의 한 장면

< EBS 비즈니스 리뷰 >의 한 장면 ⓒ EBS

 
표준의 변화가 새로운 시대를

1903년 헨리 포드는 앞서 숙련공들이 만들던 자동차 제작 시스템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해 대량 생산 체제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2000달러였던 자동차의 가격은 800달러까지 하락했고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는 2차 산업혁명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날 컨베이어 벨트는 다른 '표준'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피자 배달 사업. 더 새로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이 사업에 컨베이어 벨트가 등장했다. 고객이 주문을 하면 로봇이 피자를 만든다. 사람이 직접 토핑을 한 피자를 로봇이 오븐에 넣고 배달 트럭에 실린다. 고객에게 도착하는 동안 구워진 피자는 고객에게 가장 맛있는 상태로 도착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로봇'이 아니다. 최재봉 교수는 '고객이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받는 피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고객이 주문한 대로 신발을 만드는 맞춤형 소량생산 방식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최재봉 교수는 소비자의 요구에 호응해 각광받고 있는 제품으로 '드론'을 꼽았다. 드론이 처음 등장했던 초창기에는 '드론 택시' 등 섣부른 예측이 많았다. 드론은 배터리 크기를 무작정 키울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최대 30분까지 밖에 날 수 없는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다. 

그러나 '드론계의 스티브잡스'라 불리는 DJI 창업자 프랭크 왕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면서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잡은 스마트폰처럼, 드론으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의 영상을 찍어 공유하게 만들면서 그 한계를 돌파한다. 물리적 한계를 기술로 극복한 게 아니라,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드론으로 대신한다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제 드론은 사진 촬영은 물론, 대규모 방역이나 건설 현장의 보조적 역할을 대신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결국은 이 시대의 소비자, 포노사피엔스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드론이 날고 로봇이 피자를 굽는 시대에도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 시대의 포인트이자, 표준이라고 최재붕 교수는 거듭 강조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더 이상 과거처럼 수동적으로 광고를 흡수하지 않는다. 저녁 7시 이후 가장 많이 보는 미디어는 텔레비전에서 유튜브로 변했다. 2030 젊은 세대는 물건을 사기 전에 유튜브에서 리뷰 영상을 찾아본다. 소비자들은 이제 모든 걸 내 의지대로 선택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최재붕 교수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펭수와 BTS를 꼽았다. 캐릭터를 넘어, 동질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펭수에게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팬덤을 형성해 높은 조회수로 호의를 증명한다. 소비자가 선택하면 높은 광고비 없이도 거대한 성공을 만들 수 있다. 또다른 대표적인 사례가 방탄소년단이다. 2013년 데뷔한 BTS는 여느 신인 아이돌 그룹처럼 방송 기회가 적었다. 이들은 방송 대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보여줬다. SNS, 유튜브 등 뉴미디어로 소통해 온 결과물들은 (한국어였지만) 전 세계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료가 됐고, 뜻밖에 미국에서 폭발적인 팬덤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2019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다. 

전 세계가 포노 사피엔스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 팬덤'으로 진화하고 있는 지금 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그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과 인간의 마음이 놓여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재봉 교수는 인간의 마음에 집중해야 새로운 비지니스 성공의 기회가 열린다고 결론 내렸다. 

4회 방송분 동안 최재붕 교수은 마윈, 오드리 탕, 프랭크 왕 등 새롭지 않은 사례에 대해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 이 시대의 신인류 포노사피엔스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표준에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강조는 코로나 시대 이후 본질에 대한 정확한 관점을 제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