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것을 애도하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주민들이 31일(현지시간) 그가 경찰에 연행됐던 현장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것을 애도하는 미국 미니애폴리스 주민들이 31일(현지시간) 그가 경찰에 연행됐던 현장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어요)"

지난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 살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을 거두기 전 내뱉은 말이다. 지역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조지 플로이드는 위조 수표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리고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은 그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렀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플로이드는 숨을 거뒀다. 행인이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했고, 이 영상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졌다. 이 동영상을 끝까지 보기란 쉽지 않았다.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느꼈을 고통이 온전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대낮에 정당한 이유 없이 자국 공권력에 살해당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조지 플로이드의 호소는 하나의 정치적 구호가 되었다. 백인 경찰관이 자신의 공권력을 사용하여 유색 인종을 죽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년 전에는 담배 불법 판매 혐의로 체포되어 사망한 에릭 가너라는 흑인 남성이 있었다. 그 역시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목이 졸려 사망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Alright'에서 "우린 경찰을 증오해. 그들이 거리에서 우릴 죽이고자 하는 것이 확실해"라고 노래했다. 흑인 사회의 불안한 삶을 그린 그의 노래는 'Black Lives Matter'의 행진가로 쓰이기도 했다. 그의 가사처럼, 시민들은 공권력의 만행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인종차별적 구조에 기여하고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다음 날, 대규모의 시위대가 거리에 모여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를 외쳤다. 백악관 앞에 모인 인파에 놀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지하 벙커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위대 전체를 '폭력배(THUGS)'라고 일반화했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며 연방군의 투입을 예고했다.

시위대의 일부 인원이 방화, 약탈 행위 등에 가담한 것은 사실이다. 도를 넘은 폭력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인종주의를 반대하는 목소리 전체를 폭력으로 매도하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문구는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을 예고한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했던 말을 인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현 사태의 근원인 인종주의와 갈등 중재에 대한 고민이 읽히지 않는다.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를 '좌파 세력'이라 비난하는 데에 바쁠 뿐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SNS 댓글에는 '모든 백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역차별은 안 된다'는 댓글이 달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백인의 삶도 중요하다(White Lives Matter)', '모두의 삶이 중요하다(All Lives Matter)'라는 슬로건을 내걸곤 한다. 그러나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극명한 상황에서 이러한 슬로건은 본질을 흐린다.

미국은 자유의 얼굴이 될 수 있는가
 
문화예술계의 유명인들도 이 비극에 대해 일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욘세는 자신의 공식 사이트에 해당 경찰관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 링크를 게시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임기 동안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주의를 부추긴 당사자"라고 표현하면서, 11월 대선에서 그를 낙선시킬 것을 독려했다. 카디비(Cardi B)는 '미국이 어떻게 자유의 나라일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얼마 전 신보 < Chromatica >를 발표한 가수 레이디 가가는 신보의 리스닝 세션을 연기하는 한편, '백인 특권층'으로서 흑인들의 편에 서겠다고 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폭력에 저항하는' 시위대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래퍼 제이콜,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는 마스크를 쓰고 '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래퍼 제이지는 직접 미네소타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정의 실현을 논했다고 한다. 아티스트들 뿐 아니라,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음악 감상 플랫폼들도 6월 2일 하루 동안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서비스를 중단한다.
 
2020년에 벌어지지 말아야 할 일이 벌어졌다. 우리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소비하며, 미국이 이끄는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미국을 준거점, 스탠다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의 말에는 자연스럽게 권위가 실렸다.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퍼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혐오를 정치적 무기로 삼았던 트럼프의 집권, 코로나 팬데믹이 드러낸 부실한 공공 영역,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의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막연하게 믿어온 '아메리칸 드림'이 해체되고 있다.
 
힙합 그룹 N.W.A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F. 게리 그레이)에서는 주인공들이 거리에 모여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룹 N.W.A가 FBI에 의해 금지곡이 된 노래 'Fuck Tha Police'를 부르던 30년 전, 그리고 2020년은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로자 파크스가 버스 백인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던 1955년과는 어떻게 다른가?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목격한 우리는, 그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오늘날의 미국은 자유의 상징이 될 자격이 없다.
 
"They have the authority to kill a minority.
그들(경찰)은 약자를 죽일 권한을 가지고 있어.
- 'Fuck Tha Police'(N.W.A)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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