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랩 네임 어거스트 디(Agust D)로 5월 22일 발표한 믹스테이프 'D-2'의 커버. 이 앨범에 수록된 '어떻게 생각해'가 논란을 불렀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랩 네임 어거스트 디(Agust D)로 5월 22일 발표한 믹스테이프 'D-2'의 커버. 이 앨범에 수록된 '어떻게 생각해'가 논란을 불렀다.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지난 5월 30일, 최근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랩 네임 어거스트 디(Agust D)로 발표한 믹스테이프 'D-2'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가 온라인 상에서 논란을 몰고 왔다. 곡을 시작하는 앞부분에 1978년 11월 18일 남아메리카 가이아나의 존스타운에서 벌어진 '인민사원 집단자살사건'으로 9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이비 교주 제임스 워런 존스(James Warren Jones, 이하 짐 존스)의 연설 육성을 삽입했다는 점이 관심을 받았다.

이 논란은 5월 31일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처 받으셨거나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며 일단 마무리됐다.

짐 존스의 목소리를 사용한 데 있어 빅히트 측은 "도입부 연설 보컬 샘플은 해당 곡의 트랙을 작업한 프로듀서가 특별한 의도 없이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곡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해 선정하였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짐 존스는 누구? 끔찍한 집단 자살 사건의 원흉
 
 짐 존스는 1978년 11월 18일 악명높은 '인민사원 집단자살사건'을 일으켜 본인을 포함한 9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물이다.

짐 존스는 1978년 11월 18일 악명높은 '인민사원 집단자살사건'을 일으켜 본인을 포함한 9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물이다. ⓒ Wikimedia

 
짐 존스는 1970년대 중반부터 '인민사원 완전 복음 그리스도교회'라는 교파를 형성해 지도자로 군림했다. 1974년에는 캘리포니아에 모여 공동생활하던 신도들과 함께 가이아나의 토지를 구입하여 마을 '존스타운'을 설립한 후 단체 이주하여 사실상 본인만의 왕국을 만들었다.

'인민사원 집단자살사건'은 그로부터 4년 후인 1978년 11월 17일 일어났다. 짐 존스는 무장 경비원을 시켜 신도들의 안전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 리오 라이언 및 일행 5명을 살해했다. 이후 그는 신도 전원을 불러모은 다음, 함께 청산가리를 탄 쿨-에이드(미국의 분말 가루 주스) 음료를 마시고 집단 자살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무장 경호원들을 동원해 자살을 원치 않는 신도들에게도 반강제적으로 독극물을 권하고 자살을 강요했다. 

전례가 없었던 자살사건이었기에 사회의 충격은 컸다. 미국 사회에선 지금도 '쿨-에이드를 마시다(drinking Kool-aid)'라는 문장이 '무언가를 굳게 믿는'의 관용어구로 통할 정도다. 문화계도 마찬가지로, 존스타운을 소재로 한 영화, 시, 소설, 음악이 쏟아져 나왔다. 음악의 경우 199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한 밴드 브라이언 존스타운 매서커(The Brian Jonestown Massacre)는 팀 이름을 이 사건에서 따온 경우다. 이외에도 프랭크 자파(Frank Zappa),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베이퍼스(The Vapors) 등 다양한 뮤지션이 이 사건을 언급했다.  

'어떻게 생각해'를 비판하는 입장에선 지금까지도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굳이 9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물의 목소리를 사용했어야 했는지를 의문삼았다. 특히 이 논란은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이 사건이 익숙한 해외 케이팝 팬덤에서 더욱 화제를 불러모았다. 

널리 사용된 소재? 방법과 맥락에서 틀렸다
 
 래퍼 릴 우지 버트는 노래 'Leaders'에서 '짐 존스처럼 교단을 이끌어'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유명세를 과시한다. 이처럼 짐 존스와 존스타운은 음악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되지만 분명한 맥락 아래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인다.

래퍼 릴 우지 버트는 노래 'Leaders'에서 '짐 존스처럼 교단을 이끌어'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유명세를 과시한다. 이처럼 짐 존스와 존스타운은 음악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되지만 분명한 맥락 아래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을 보인다. ⓒ Lil Uzi Vert 유튜브 캡쳐

 
일부에서는 짐 존스와 존스타운이 음악계에서 널리 사용된 소재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아티스트들 외에도 최근에는 유명 래퍼 포스트 말론(Post Malone),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등이 존스타운을 노래에 활용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떻게 생각해'처럼 짐 존스의 목소리를 곡에 삽입하지 않았고, 그 소재 역시 작품 내 맥락에도 부합했다.

대표적으로 포스트 말론의 '존스타운(Jonestown)'은 2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곡으로, 대도시 속 내일 없이 방탕한 삶을 좇는 젊은이들의 나태한 일상을 노래한 바로 앞 트랙 'Same bitxxes'의 흐름을 이어가는 역할을 맡는다. 릴 우지 버트 역시 'Leaders'라는 곡에서 '짐 존스처럼 교단을 이끌어'라며 자신의 인기를 과시한 것이 전부다.

'어떻게 생각해'처럼 존스의 연설을 샘플링한 곡이 없지는 않다. 2018년 힙합 그룹 브록햄튼이 발표한 '1998 Truman' 역시 곡 앞부분에 짐 존스의 목소리가 삽입되어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곡은 영화 '트루먼 쇼'로부터 영감을 받아 거대한 환상같은 현실 속 방탕한 삶을 사는 청년들의 현실을 폭로하는 내용으로, '너흰 자유가 아냐, 너흰 노예야!'라 외치는 짐 존스의 육성이 곡의 테마를 잡는다. 논란이라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의도는 명확한 곡이다. 

반면 슈가의 '어떻게 생각해' 속 짐 존스의 연설은 작곡진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몰랐기에 작품 내 맥락에 부합하지 않았다. 지금은 삭제된 이 곡의 원래 버전에서 슈가는 짐 존스의 샘플링된 연설 이후 '어떻게 생각하던지 난 미안한데 X발 X도 관심없네'라며 슈퍼스타가 된 자신을 과시하고 헤이터들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해외 아티스트들도 짐 존스와 존스타운 대학살을 활용하고 언급하지만 그것은 문화적 맥락과 분명한 주제 및 목적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슈가의 경우 '어떻게 생각해'에 굳이 짐 존스의 목소리를 넣어야 했다면 그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곡으로 보여줬어야 하는데 이 노래에는 그런 근거가 없었다. 이후 공식 입장을 통해 아티스트가 그 위험의 단초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아무도 몰랐던 짐 존스... 아티스트 이미지에 타격 불가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을 통해 '어떻게 생각해' 속 짐 존스의 연설문은 발언의 주인이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삽입된 오류였음이 밝혀졌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을 통해 '어떻게 생각해' 속 짐 존스의 연설문은 발언의 주인이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삽입된 오류였음이 밝혀졌다. ⓒ Agust D '대취타' 유튜브 캡쳐

 
논란의 가운데 팬들은 2019년 공개된 슈가의 믹스테이프 작업 영상에서 짐 존스 샘플을 듣는 슈가의 모습을 지적했다. 실제로 SNS에는 이 곡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짐 존스의 육성도 샘플링으로 사용될 것임을 알고 있었던 팬들의 과거 반응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것이 지금과 같은 큰 논란으로 이어질 것임을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31일 공식입장을 통해 "해당 연설 보컬 샘플을 선정한 이후, 회사는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내용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선정 및 검수 과정에서 내용상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곡에 포함하는 오류가 있었습니다"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거의 1년 전부터 계속 작업해온 곡에 삽입된 목소리의 주인공을 아티스트도, 작곡진도, 프로듀서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슈가는 '어떻게 생각해'의 작곡 및 프로듀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설사 그가 가사만 썼고 작곡 및 프로듀싱은 타 인원들이 담당했다 해도 작업 과정에서 그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은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면 모니터링 과정과 음원 필터링을 진행해야 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측이 내부에서 이 사안을 크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뜻도 된다.

슈가는 2016년부터 또 다른 자아 어거스트 디를 통해 억눌린 감정과 분노를 거칠게 표현하며 아이돌 아닌 래퍼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앨범 'D-2' 역시 그룹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여 더 세고 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슈가의 아티스트 정체성과 메시지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과정이 어땠든 결과적으로 본인의 이름을 걸고 낸 본인의 노래에 어떤 사람의 음성이 들어갔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슈가가 짐 존스의 연설을 샘플링한 것이 아티스트의 의도와 표현의 자유를 담기 위한 방법이라며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 입장 발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다. 슈가는 자신을 공격하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생각해'라 질문을 던지기 전에, 본인 스스로와 팀에게 이 곡과 샘플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 물어야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459)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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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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