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외국인 3인방'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세스 후랭코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그리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물론 두산은 국내 선수들의 면면도 매우 화려하지만 선발진과 상위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준 외국인 3인방의 활약이 없었다면 통합우승까지 가긴 힘들었을 거란 의견이 중론이다.

올 시즌 NC 다이노스와 선두 경쟁을 벌이며 선전하고 있는 LG 트윈스도 마찬가지. LG는 작년 28승을 합작했던 외국인 원투펀치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가 초반 부진을 씻고 나란히 시즌 2승째를 올리며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특히 타율 .375  10홈런 21타점으로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LG의 지긋지긋한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어준 로베르토 라모스의 활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반면에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선수 복이 없는 대표적인 팀이다. 삼성은 올해도 벤 라이블리가 옆구리 통증으로 최소 두 달가량 결장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삼성은 지난 한 주 동안 열린 6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NC를 상대로 연속 위닝시리즈를 만들며 4승 2패로 선전했다. 삼성의 지난 한 주 선전은 초반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타일러 살라디노의 좋은 활약과도 큰 관련이 있다.

최근 2경기 14이닝 1실점, '퐁당퐁당 뷰캐넌' 없었다
 
 5월 19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 초 삼성 선발투수 뷰캐넌이 역투하고 있다.

5월 19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 초 삼성 선발투수 뷰캐넌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외국인 선수 시장에는 라울 알칸타라(두산)와 헨리 소사(푸방 가디언즈), 크리스천 프리드릭 등 준수한 성적을 올리고도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한 투수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작년 시즌 4승에 그친 라이블리와 재계약할 정도로 외국인 투수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던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탐 낼 만한 자원들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에도 KBO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 대신 새 얼굴 뷰캐넌을 선택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활약했던 뷰캐넌은 2018년 일본 프로야구 1군에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던 투수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었던 2014년에는 6승 8패 3.75의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던 뷰캐넌에 대한 삼성 구단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았다.

하지만 뷰캐넌은 5월 7일 NC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5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뷰캐넌은 1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땄지만 이어진 19일 LG전에서 다시 5이닝 10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위력적인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만 흔들리는 날에는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전형적인 '퐁당퐁당' 유형. 뷰캐넌은 감독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소위 '계산이 서지 않는 투수'였던 셈이다.

그렇게 삼성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던 뷰캐넌은 5월의 마지막 두 경기를 통해 팬들의 한숨을 환희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24일 두산전에서 7이닝 동안 9개의 안타를 맞고도 뛰어난 완급조절로 무실점 투구를 펼친 뷰캐넌은 30일 시즌 첫 등판에서 패했던 NC와의 설욕전(?)에서도 7이닝3피안타1실점 호투로 연승을 기록했다. 한 경기 잘 던지면 다음 경기에서 무너지던 불안요소를 지워버린 2경기 연속 호투였다.

뷰캐넌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이닝 소화능력이다. 올 시즌 5경기에서 32이닝을 소화한 뷰캐넌은 10점을 내주며 무너진 날에도 기어이 5이닝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자기 역할을 해주는 투수라는 뜻이다. 최채흥, 원태인, 허윤동 등 경험이 부족한 어린 투수들이 즐비한 삼성 마운드에서 만31세의 베테랑 뷰캐넌은 벌써부터 선발진의 든든한 리더가 되고 있다.

5번 1루수 고정 후 연일 맹타, 타순〮포지션 고정 효과?
 
 5월 28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롯데 경기. 4회 초 1사 1루 삼성 살라디노 가 적시 2루타를 치고 주루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5월 28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롯데 경기. 4회 초 1사 1루 삼성 살라디노 가 적시 2루타를 치고 주루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삼성은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의 재계약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물론 2017, 2018 시즌에 비하면 성적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3할 언저리의 타율에 20개 이상의 홈런, 100타점을 책임지는 건강한 외국인 타자를 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러프와 함께 가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삼성이 작년 12월 총액 9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선수는 러프 같은 거포 유형의 선수가 아닌 내야 유틸리티 살라디노였다. 물론 살라디노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절이던 2016년 빅리그에서 타율 .282 8홈런 38타점 11도루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빅리그 통산 타율이 .226, 통산 장타율이 .330에 불과할 정도로 많은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다. 그렇다고 김상수, 이학주, 이원석 등 내야자원이 풍부한 삼성에서 절실히 필요한 유형도 아니었다.

실제로 살라디노는 시즌 개막 후 14경기에서 타율 .128 1홈런 2타점으로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키움에서 단 10경기를 뛰고 퇴출된 테일러 모터(타율 .114 1홈런 3타점)와 비교해도 크게 나을 게 없는 활약이었다. 그렇게 1군 엔트리 제외, 더 나아가서는 조기 퇴출까지 걱정해야 했던 살라디노는 지난 24일 두산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면서 잃어 버렸던 타격감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1할 대 타율에 허덕이던 살라디노는 최근 5경기에서 타율 .474(19타수9안타) 2홈런 8타점을 몰아치며 시즌 타율을 어느덧 .250까지 끌어 올렸다. 선두 NC와의 주말 3연전으로 범위를 좁히면 살라디노는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포함해 타율 .636(11타수7안타) 1홈런 5타점 3득점의 무서운 맹타를 휘둘렀다. 1할대에 허덕일 때 7번까지 내려갔던 살라디노의 타순도 최근 4경기 연속 중심타순(5번)에 배치됐다.

아무리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라도 포지션과 타순이 고정되고 꾸준한 기회가 주어져야만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시즌 초반 유격수와 3루수를 떠돌며 부진을 면치 못하던 살라디노가 5번 1루수로 타순과 포지션이 고정된 후 타격감이 가파르게 살아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과연 삼성에서 살라디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타순과 포지션은 어디일지 허삼영 감독과 삼성 코칭스태프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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