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 단연 화제가 된 건 여전히 살아있는 이효리의 예능감이었다. 그는 가요대상과 연예대상을 석권한 전무후무한 주인공답게 거침없는 입담으로 토요일 저녁 안방을 쥐락펴락했고, 많은 시청자들은 그녀의 귀환을 반갑게 맞아줬다. 그런데 이날 방송이 만들어낸 결정적 장면은 따로 있었다. 후반기 <무한도전> 멤버로 활약했던 광희의 '깡' 파격 커버 댄스 무대가 바로 그것이다.   

방송 초반 출연진들의 대환영을 받은 지코와 달리, 자신에 대한 푸대접에 토라진 황광희는 이날만을 위해 오랜시간 연습한 비의 화제곡 '깡'을 특유의 종이 인형 댄스로 선보였다. 특히 다소곳한 자세의 일명 '꼬만춤'은 유재석, 비, 이효리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의 폭발적인 웃음을 유발시켰다.

이에 힘입어 이 장면은 네이버TV, 유튜브 등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주로 천덕꾸러기 신세 역할로, 보는 이들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예능 캐릭터를 지녔던 황광희로선 모처럼 본인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한 순간이었다. 

질투의 화신, 예능 종이인형​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지난 2010년 부터 7년간 활약했던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은 여타 아이돌과 대비되는 독특한 성격을 지녔다. 소속 멤버 중 상당수가 개별 활동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그것이 팀의 인기로는 이어지질 못했기 때문이다. 임시완, 박형식, 김동준 등이 각종 드라마와 예능으로 인지도를 얻었고 특히 광희는 이른바 '성형돌'이라는 자신만의 특이한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존재감을 뽐냈다. 

<강심장> <스타킹> <세바퀴> 등 연예인 패널만 10여 명 이상 함께 하는 예능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고 이를 계기로 후일 <무한도전> 새 멤버로 투입되는 기회도 얻었다. 광희의 입담은 여타 예능인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잘 삐치고 잘 나가는 동료들을 질투하는 듯한 언행을 이어간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해당 친구들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나름의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광희는 박형식, 임시완 등이 덜 알려졌던 시기에도 이들의 이름을 자주 언급하면서 소속 그룹에 본인 외에 이러한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키려 부단히 애를 썼다. 그룹 활동에서 자신의 분량은 고작 2~3초에 불과할 만큼 미흡한 노래 실력과 애매한 춤 솜씨를 지녔지만 예능돌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이러한 과정을 통해 터득한 자신만의 생존 전략이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광희의 진가는 의외로 요리 프로그램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올리브 <올리브쇼>와 EBS <최고의 요리비결> 등에서 숨은 실력을 발휘하며 한없이 가볍기만 한 기존 예능에서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군 제대 후 오랜만에 강호동과 호흡을 맞췄던 올리브 <모두의 주방>에서도 녹슬지 않은 요리 솜씨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주눅 든 캐릭터, 이젠 당당해도 괜찮아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달 30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아쉽게도 <무한도전>에서의 활약은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쳤던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도 광희는 쟁쟁한 예능 대선배들 사이에서 위축된 나머지 본인이 지닌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때론 악플에 시달리곤 했다. 

​여타 연예인들처럼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문제가 될 만한 언행을 하지 않았음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 "안 웃기는데 왜 부르냐" 등의 이유로 네이버TV 댓글창과 일부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제작진과 광희에 대해 악플을 남기고는 했다. 다행히 이번 꼬만춤을 통해 지켜본 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그에게 응원과 격려를 더 많이 주고 있지만, 도를 넘어선 소수 댓글들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드라마, 공개 코미디 등에서 각 이야기를 받쳐주는 조연의 역할이 주인공 뿐만 아니라 작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능에서도 동일한 몫을 담당하는 인물들이 있기에 웃음과 재미가 탄생된다. 지난 주말 이효리, 유재석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놀면 뭐하니?>에선 자연스레 광희에게 역할이 부여되었고 그는 브레이크 없는 입담과 어설픈 춤솜씨를 빌려 100% 이상 실력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스타 연예인들 사이에서 주눅 들고 잘 나가는 동료 질투하는 애처로운 성격의 캐릭터지만, TV 무대에서 광희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프로그램의 재미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광희 잘한다"라는 이효리의 말처럼 그는 제 몫 충분히 해내고 있는 어엿한 예능인 아니던가. 이젠 당당해도 괜찮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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