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워터> 영화 포스터

▲ <언더워터> 영화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해저 11km에 위치한 시추 시설 '케플러 기지'에 근무하는 엔지니어 노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지진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기지가 붕괴한다.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316명 대원 가운데 노라, 선장 루시엔(뱅상 카셀 분), 폴(T.J. 밀러 분), 에밀리(제시카 헨윅 분), 스미스(존 갤러거 주니어 분), 로드리고(마무두 아티 분)가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해저 지형과 루트를 잘 아는 루시엔은 파괴된 케플러 기지에서 건너편 '로벅' 기지로 이동하여 탈출 포드를 찾기로 한다. 다이빙 슈트를 입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과 엄청난 수압으로 가득한 심해를 걸어 로벅 기지로 이동하는 대원들은 해저에서 온 괴생명체들의 공격을 받게 된다.

'해저'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공간이다. 쥘 베른이 쓴 <해저 2만리>가 해저를 대표하는 소설이라면 영화로는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심연>(1989)이 유명하다. 이 작품들은 인간이 물속에서 느끼는 빠져나갈 수 없는 공포, 심해에 사는 미지의 존재가 주는 두려움을 극대화하여 독자와 관객에게 전달했다.

영화 <언더워터>는 해저 11km 아래를 배경으로 불가사의한 괴생명체와 맞선 대원들의 사투를 그린다. 메가폰은 <러브>(2001), <더 시그널>(2014)로 SF 장르를 이끌어 갈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을 받은 윌리엄 유뱅크 감독이 잡았다. 그는 "바닷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더욱 이상해진다. 거기에 뭔가 있을지 모른다"고 하며 "넓은 심해에서 느끼는 극한의 상황을 관객에게 실감 나게 전달되길 바랐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언더워터> 영화의 한 장면

▲ <언더워터>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언더워터>가 주요 소재로 삼은 갇힌 공간, 괴생명체의 공격, 생존을 위한 싸움을 보노라면 자연스레 <에이리언>(1979)이 떠오른다. <언더워터>와 <에이리언>은 폐쇄 공간, 미지의 괴물, 생존 사투만 비슷한 것이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잠수 슈트는 <에이리언>의 우주복을 연상케 한다. 오프닝에서 실내를 보여주는 쇼트는 <에이리언>의 첫 장면에서 노스트로모호의 내부를 보여주는 쇼트의 영향을 받았다. 심지어 <에이리언>의 검사 장면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했다. 주인공이 여성인 점도 닮았다.

<언더워터>는 SF 공포물이며 동시에 재난 영화의 색채도 지닌다. 생존을 위해 하나의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식의 전개는 <포세이돈 어드벤쳐>(1978)가 보여준 바 있다. 주인공 노라가 강한 여성, 선장 루시엔이 강한 남성을 상징한다면 폴은 농담을 던지는 인물이고 로드리고는 선함을 드러낸다. 에밀리는 불안에 휩싸인 여성이고 스미스는 진지하고 똑똑하다. 인종, 성별, 성격의 균형을 맞춘 6명은 괴생명체, 수압, 어둠 등에 맞서며 끊임없이 이동한다.

<언더워터>는 <어비스>의 공간, <에이리언>의 괴생명체,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전개를 결합하여 독창성은 떨어진다. 그러나 영화는 촬영과 연기를 통해 고유한 가치를 얻는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 <마법사의 제자>(2010), <더 큐어>(2017)의 촬영을 맡았던 보잔 바젤리는 잠수 슈트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고 공간의 구도를 활용하여 갇힌 느낌을 증폭시킨다. 카메라의 인상적인 움직임에 시각효과와 사운드 디자인이 덧붙여지며 <언더워터>의 개성은 생명력을 얻는다.
 
<언더워터> 영화의 한 장면

▲ <언더워터>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주연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후 필모를 차곡차곡 쌓아갔다. 흥미로운 점은 <트와일라잇>의 두 주인공인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행보다. 로버트 패틴슨은 블록버스터 <테넷>(2020)과 <더 배트맨>(2021), 작가주의 영화인 <코스모폴리스>(2012)와 <굿타임>(2017) 등을 오가며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전체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중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스펙트럼에서 로버트 패틴슨과 유사하다. 그런데 그녀의 선택은 여성 영화에 방점을 찍혀 있다. 블록버스터인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2012)과 <미녀삼총사 3>(2019), 작가주의 영화인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와 <리지>(2018) 등 주요 출연작을 살펴보면 여성인 중심에 선 서사, 성장에 관심이 있음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언더워터>도 여성 주인공, 여성 성장 서사를 담고 있다. 노라는 <에이리언>의 주인공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를 오마주한 캐릭터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외부의 공격을 받는 자였던 노라는 마지막에 이르러 반격하는 자로 바뀐다. 선택할 수 없었던 입장에서 스스로 개척하는 자로 변한 것이다. 윌리엄 유뱅크 감독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매우 드라마틱하고 카리스마가 있다. 그녀는 대사 없이 미묘한 표정만으로도 많은 것을 전달하고 강력한 연기를 보여준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더워터> 영화의 한 장면

▲ <언더워터> 영화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언더워터>는 <어비스>, <레비아탄>(1989), <딥식스>(1989), <딥 라이징>(1998), <바이러스>(1999) 등의 해양 공포 영화 계보를 잇는 괜찮은 장르 영화로 손색이 없다. 미국의 영화전문사이트 <인디와이어>는 "장관을 이루는 세트와 효과. 장르적 쾌감을 끌어올리는 배우들"이란 호평을 주기도 했다.

1980~90년대 박스오피스를 보면 코미디, 멜로, 호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 영화가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들은 슈퍼히어로, 리부트, 속편에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언더워터> 같은 대형 스튜디오가 만든 SF 호러는 점차 사라지는 상황이다.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제작사였던 '20세기 폭스'사는 최근 디즈니에 인수, 합병되면서 회사명이 '20세기 스튜디오'로 바뀌었다. <언더워터>는 '20세기 폭스'란 로고가 나오는 마지막 영화라고 알려진다. 아마도 전체관람가를 선호하는 디즈니의 지휘를 받는 '20세기 스튜디오' 체제에선 이런 SF 공포 영화를 만나긴 어려울 것이다. <언더워터>는 20세기 폭스가 성인 관객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언더워터 윌리엄 유뱅크 크리스틴 스튜어트 뱅상 카셀 T.J.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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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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