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이틀 연속 kt를 꺾고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3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6안타를 터트리며 14-3으로 승리했다. 3회까지 0-2로 뒤져 있던 키움은 4회 2점, 5회 3점, 6회 7점을 뽑으며 단숨에 승기를 잡았고 11점 차의 여유 있는 역전승을 거두며 6위 롯데 자이언츠에게 1.5경기 앞선 공동 4위 자리를 유지했다(12승11패).

키움은 선발 최원태가 6이닝 2실점 호투로 5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고 이어 등판한 3명의 불펜 투수도 3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5회 2타점 2루타를 터트린 박동원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지만 이날 경기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프로 4년 차, 만21세의 어린 나이로 KBO리그 통산 26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키움의 '슈퍼 유틸리티' 김혜성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8년 동안 25번 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

한 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부터 홈런까지 모두 쳐야 하는 사이클링히트는 작년까지 KBO리그 역사에서 총 25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투수의 기록인 노히트노런(14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자주 나온 편이지만 여전히 1년에 평균 1번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드문 기록이다. 실제로 작년까지 KBO리그 38년 동안 사이클링히트가 나온 시즌은 17번으로 사이클링 히트가 없었던 시즌(21번)보다 적었다.

작년까지 25번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귀했던 만큼 사이클링히트와 관련된 재미 있는 기록들도 많았다. 1994년 LG 트윈스의 서용빈(SPOTV해설위원)은 신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고 '양신' 양준혁은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2번(1996년, 2003년)에 걸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2004년 한화 이글스 소속이었던 프로 3년 차 신종길은 만 20세 8개월21일이라는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사이클링 히트를 때려냈다.

사이클링 히트가 타격에 관한 기록이다 보니 아무래도 투수들이 득세를 부렸던 시즌보다는 타자들의 성적이 좋았던 시즌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프로 원년부터 2013년까지 32년 동안 단 15회 밖에 나오지 않았던 사이클링 히트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무려 10번이나 나왔다. 심지어 2015년의 에릭 테임즈(워싱턴 내셔널스)는 한 시즌에 두 번이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팀 별로 보면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각각 5회로 가장 많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는데 특히 두산의 경우엔 사이클링 히트 3번이 '타고투저 시대'(2014~2018년)에 집중돼 있다. 특히 2017년 두산에서 활약했던 정진호(한화)는 역대 최소이닝(4.2이닝)과 최소타석(4타석) 사이클링히트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반면에 2000년에 창단한 SK 와이번스는 아직 한 번도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2011년에 창단한 NC다이노스와 2013년에 창단한 kt 위즈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창단 첫 사이클링 히트 기록을 세웠다. NC는 2015년 테임즈가 있었고 kt는 2018년 멜 로하스 주니어의 사이클링 히트가 있었다. 특히 로하스의 기록은 스위치히터가 기록한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였다. 그리고 로하스의 기록이 나온 지 2년이 지난 30일 키움의 김혜성이 히어로즈 구단 역사에서 두 번째로 대기록을 달성한 주인공이 됐다.

'특급 유망주' 김혜성,사이클링 히트 계기로 슬럼프 탈출할까

김혜성은 동산고 시절부터 팀 동료가 된 이정후와 함께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공수에서 높은 잠재력을 인정 받은 내야 유망주였다. 히어로즈는 1차 지명에서 이미 휘문고 유격수 이정후를 지명했음에도 2차1라운드에서 다시 한 번 유격수 자원인 김혜성을 선택했다. 김혜성은 입단 후 이정후와의 유격수 경쟁에서 승리해 내야를 사수했다(결과적으로는 이정후가 외야수로 변신한 것은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김혜성은 프로 2년 차 시즌이었던 2018년 서건창이 부상으로 2루 수비가 힘든 틈을 타 히어로즈의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타율 .270 5홈런 45타점 79득점 31도루라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김혜성은 내야 전 포지션을 돌아다니며 전천후로 활약했던 작년 시즌에도 타율 .276 32타점 57득점 20도루로 키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 데뷔 4년 만에 억대 연봉 선수가 된 김혜성은 송성문(상무)의 입대와 장영석(KIA타이거즈)의 이적으로 올 시즌 유력한 주전 3루수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김혜성은 시즌 개막 후 21경기에서 타율 .200 1타점 2도루로 만족할 만한 활약을 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키움이 자랑하던 '슈퍼 유틸리티'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김혜성은 30일 kt전에서 '인생경기'를 펼치며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7번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혜성은 4회 우측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5회 좌전 적시타, 6회 우익선상을 빠지는 2타점 2루타, 8회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기록하며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했다. 2017년 서건창에 이어 히어로즈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나온 대기록이었다.

이날 타율 .200로 경기를 시작했던 김혜성은 경기가 끝난 후 타율이 무려 5푼이나 상승했다. 키움에는 서건창과 김하성으로 구성된 국가대표급 키스톤 콤비가 있고 김혜성의 3루 수비는 상대적으로 불안한 편이다. 하지만 고교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고 만 21세의 나이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김혜성의 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김혜성의 포지션을 최종 결정해야 하는 손혁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