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내세운 '믿음의 야구'가 중요한 시험대에 직면했다. 허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원정 3연전 첫 경기에서 2-4로 패배하며 최근 3연패에 빠졌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개막 이후 21경기만에 처음으로 5할승률이 무너지며 10승 11패로 6위에 머물렀다.

롯데는 시즌 초반 2013시즌 이후 무려 7년만에 개막 5연승 행진을 질주하며 화제를 모았다. 2018년 7위, 2019년 최하위(10위)에 그치며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던 롯데가 올시즌에는 정말 달라졌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1선발인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이 개인사와 자가격리로 부득이하게 시즌 초반 이탈했던 상황에서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돋보였다.

하지만 정작 롯데 팬들은 초반 상승세에 기뻐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롯데에는 전통적으로 '봄데' 혹은 '롯레발'이라는 징크스가 있다. 시즌 초반인 봄철에 유난히 강하여 잔뜩 기대를 걸게 하지만, 봄에만 반짝 잘하고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공연한 설레발로 끝난다는 아쉬움의 의미가 담겨있다.

결과적으로 올시즌도 봄데 징크스는 유효했다. 공교롭게 개막도 너무 늦게 시작한 탓인지는 몰라도 봄데 천하는 예년보다 더 이른 불과 1주만에 마감했다. 롯데는 5월 12일 두산전 첫 패배를 시작으로 최근 5번의 3연전중 4번이나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최근 16경기 성적만 놓고보고 5승 11패로 패배가 승리의 두 배를 넘었다. 시즌 초반 벌어놓은 승수는 어느새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특히 최근 롯데 부진의 중심에는 심각한 빈공이 있다. 롯데는 21경기에서 89득점을 뽑아내며 경기당 4.2점으로 리그 8위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특히 24일 키움전부터 최근 5경기에서는 각 2-1-1-1-2점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단 한번도 3점 이상을 뽑아내지 못하는 극악의 빈공에 허덕였다. 놀랍게도 이런 득점력으로도 이 기간 2승(24일 키움전 2-0, 26일 삼성전 1-0 승)이나 거둔 것은 온전히 마운드의 힘 덕분이었다.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한 주중 3연전에서 경기당 1점씩 총 3득점에 그쳤다. 3연전 마지막 날 28일 경기에서도 만루 기회만 두 차례나 날리는 등 결정타 부족에 허덕였다. 29일 두산전에서도 좋지 않은 흐름은 그대로 이어졌다. 롯데 마운드는 선발 투수 노경은이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오현택(1이닝 1실점)-진명호(1이닝 무실점)도 나쁘지 않은 피칭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타선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롯데는 두산(5안타 3볼넷)보다 더 많은 10개의 안타를 때려냈으며 볼넷은 4개를 얻어냈다. 이중 9안타 4볼넷은 모두 두산의 1선발 알칸타라에게 뽑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홈으로 들어온 주자는 단 2명에 불과했고, 잔루를 11개나 남겼다. 1회 무사 1, 2루에서 전준우의 병살타, 2사 1, 2루에선 안치홍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2회에는 2사 1, 2루에서 민병헌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3회 1, 2루에서도 안치홍의 중견수 뜬공과 한동희가 각각 삼진으로 무력하게 물러났다.

초반에 아슬아슬하게 버텨가던 알칸타라는 끝내 무너지지 않고 병살타만 3개를 끌어내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2실점)을 달성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두산이 잘했다기보다는 롯데가 스스로 밥상을 걷어 찬 경기에 가까웠다.

롯데의 타격 성적은 5월 중순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다. 시즌 팀타율은 .257로 리그 7위지만, 지난 20일 이후 최근 8경기만 놓고보면 .213으로 리그 최하위다. 시즌 득점권 타율도 .218로 역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롯데는 21경기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10경기에서 2득점 이하를 뽑아내는데 그쳤다.

'초보 감독' 허문회의 배짱
 
 롯데 허문회 감독이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타격코치 출신이기도 한 허문회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롯데의 타격 부진에 대해서도 코치 시절의 경험을 회상하며 "타격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지금은 선수를 믿고 가야 할 시기"라는 입장이다. 눈앞의 결과에 일비일희하여 인위적인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일단 긴 호흡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성적부담이 큰 '초보 감독'으로서는 쉽지않은 배짱이기도 하다.

하지만 롯데 선수단은 아직까지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허 감독이 부진한 선수들을 계속 중용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발빠른 대응이 늦다는 점을 지적 하며 믿음의 야구라기보다는 지나친 '방임'이나 초보 감독의 '경험부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야구는 아직까지 '감독의 용병술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한 편이다. 경기 결과에 따라 잘하면 선수들의 활약이 부각되지만, 못하면 감독 때문에 졌다는 이야기가 단골 메뉴처럼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유다.

용병술에 정답은 없다. 오직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감독이 승부에 욕심을 내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가 상황이 더 꼬이는 경우도 많다. 허 감독처럼 장기레이스의 특성을 고려하여 선수들에게 당장의 결과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신뢰와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는 것도 나름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5할승률이 무너지고 덩달아 타선의 부진까지 장기화되면서 허 감독의 리더십과 시즌 플랜이 큰 시험대에 올랐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 개막 이후 '30경기 정도는 선수들을 지켜봐야 한다'던 허 감독에게는 벌써 21경기라는 시간이 흘렀다. 허 감독에게는 과연 이 고비를 슬기롭게 타개할 비장의 '큰 그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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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감독 롯데자이언츠 이대호 성민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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