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중단됐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오랜 기다림 끝에 일정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2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재개 일정을 공개했다. 잔여 경기는 6월 17일부터 시작해 8월 1일까지 진행한 뒤 종료할 예정이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두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다.

리그 재개 첫 경기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 아스톤 빌라와 셰필드 유나이티드의 29라운드다. 현재 프리미어리그는 총 92경기를 남겨두고 있으며 구단별로는 9~10경기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중립 경기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며 구성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리그 재개 일정은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 

중단 100일째 되는 날 일정 재개

프리미어리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3월 13일을 끝으로 리그를 중단한 바 있다. 당초 재개 일을 4월로 예상했지만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시즌 취소 가능성까지 심각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일정이 재개되는 6월 17일은 프리미어리그가 중단된 지 정확히 100일이 되는 날이다.

EPL 사무국은 최근 선수·코치진·구단 직원 등 약 1700명 이상의 현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코로나19에 대한 전수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다행히 확진자 숫자가 우려했던 예상보다는 많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독일 분데스리가처럼 무관중 경기를 통한 리그 재개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에 힘이 실렸다. EPL 사무국은 각 구단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조를 통하여 구단 단체훈련을 비롯한 리그 재개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리그가 재개될 경우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선두 리버풀의 우승 확정 시점이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현재 승점 82점으로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맨체스터시티(승점 57)에게 무려 25점이나 앞서 있어서 사실상 우승을 이미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리버풀은 맨유에 이어 잉글랜드 1부리그 최다우승 2위(18회)에 빛나는 명문구단이지만 교롭게도 현 EPL 체제가 출범한 1992년 이후로는 우승 기록이 전무하다. 리버풀의 마지막 리그 우승은 1990년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예 시즌 자체가 취소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면 '30년의 기다림'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던 상황이기에 리버풀 팬들은 유독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리버풀은 리그가 재개될 경우, 남은 9경기 중 단 2승만 거둬도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는다. 2위 맨시티가 패배를 언제 얼마나 더 추가하느냐에 따라 리버풀의 우승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한국축구의 자랑'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의 행보도 국내 팬들에게는 관심사다. 리그 중단 전까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던 토트넘은 9경기를 남겨놓은 현재 리그 8위(승점 41)에 그치고 있다.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첼시와의 격차는 7점이다. 올시즌 모든 토너먼트 대회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토트넘으로서는 UCL 티켓이 마지막 희망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리그 중단은 줄부상에 허덕이던 토트넘의 입장에서만 보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측면도 있다. 팔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던 손흥민을 비롯하여 해리 케인, 무사 시소코, 스티븐 베르바인 등 부상자들이 모두 회복하여 몸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모두 토트넘 전력의 핵심 선수들이다. 이들이 모두 가세하고 큰 경기에 강한 조제 모리뉴 감독의 지략이 더해지면 토트넘은 시즌 잔여경기에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평가다.

손흥민은 리그 중단 기간 동안 잠시 한국으로 돌아와 몸상태를 회복하고 해병대에서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다시 영국으로 복귀해 팀훈련에 합류한 상태다. 손흥민은 올시즌 팀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9골 7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달성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이 남은 경기에서 한골 이상만 추가해도 4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하게 된다. 통산 기록에서도 유럽무대에서 385경기에 출전하여 132골을 기록중인 손흥민은, 차범근 전 감독이 가지고 있던 유럽 무대 한국인 개인 통산 최다골(372경기 121골)을 넘어 매경기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지쳐있던 국내 스포츠팬들에게도 최근 프로야구와 축구 개막에 이어 EPL까지 재개되면 손흥민의 골사냥을 다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리그 재개에 대한 우려 목소리 여전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EPL 재개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리그 재개가 자칫 또다른 감염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에서는 5월말 현재까지 총 26만50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지금도 꾸준히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을만큼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축구계 종사자들도 겉으로 드러난 확진자의 숫자만 많지 않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신체 접촉이 필수적인 축구의 특성상, 구단이나 경기장 내부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온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와 감독 등 축구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 사태와는 별개로 무리한 일정에 따른 부상자 발생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EPL은 리그 재개 이후 6주 안에 잔여 일정을 무조건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리그 중단 기간 동안 몸상태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갑자기 빡빡한 일정과 중요한 경기들을 소화하다보면 몸에 무리가 갈 확률이 높아진다.

EPL이 상업적인 측면에만 치중하느라 구성원들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과연 EPL이 여러 가지 변수와 악재를 극복하고 팬들 앞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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