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여걸식스>와 <남자의 자격>을 함께 만들었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2011년 나영석 PD와 함께 CJ E&M으로 이적해 그 유명한 <응답하라>시리즈를 만들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응답하라> 시리즈는 매 시즌마다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응답하라1988>은 19.6%의 최종회 시청률로 <사랑의 불시착>(21.7%), <도깨비>(20.5%)에 이어 역대 케이블 드라마 시청률 3위에 올라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주로 학생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하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 2020년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을 통해 이야기의 폭을 넓혔다.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밤 9시 주 1회 방송, 코로나 정국이라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지난 5회 방송분부터 꾸준히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대부분의 의학드라마들이 그렇듯 <슬의생>에서도 여성 의사들은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슬의생>에 등장하는 여성 의사들은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하나 같이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면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28일 종영한 <슬의생>을 빛냈던 매력적인 3명의 여성 의사들과 그들을 연기했던 배우들을 만나보자.

드라마 첫 주연 전미도, 뮤지컬계에선 이미 슈퍼스타
 
 실제로는 OST에도 참여할 만큼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진 전미도는 <슬의생>에서 음치를 '연기'했다.

실제로는 OST에도 참여할 만큼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진 전미도는 <슬의생>에서 음치를 '연기'했다. ⓒ tvN 화면 캡처

 
여러 작품에서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다소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김대명을 제외한 <슬의생>의 남자주연배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는 이미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다. 따라서 남자 4명, 여자 1명으로 구성된 대학동기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슬의생>에서는 홍일점 역할을 맡을 여성배우의 캐스팅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슬의생>에서 가장 비중이 큰 여성배우인 전미도는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2018년 드라마 <마더>와 작년 영화<변신>에서 짧게 얼굴을 비춘 것이 전미도의 영화, 드라마 출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미도는 이미 한국 뮤지컬어워즈에서 2년 연속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정도로 뮤지컬과 연극에선 널리 알려진 배우다. 실제 전미도와 일면식도 없었던 조정석이 전미도의 작품을 보고 신원호PD에게 전미도를 추천했을 정도.

<슬의생>에서 전미도가 연기한 을제병원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는 병원에서는 단점이 없고 똑 부러진 성격으로 '귀신'으로 불리는 완벽한 의사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음치에 남다른 식탐을 자랑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채송화는 자신의 먹성을 지적 받을 때마다 항상 "오빠가 셋이라 그렇다"고 변명한다). 이미 1회에서 음치연기로 시청자들을 속인(?) 전미도는 최근 <슬의생> OST에 참여하며 반전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흔히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우들 사이에 낯선 배우 한 명이 끼어 있으면 시청자들에게 이질적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미도는 조정석과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같은 익숙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첫 주연작에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전미도가 연극과 뮤지컬을 넘어 앞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할 것이 기대되는 이유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무뚝뚝한 표정에도 감출 수 없는 신현빈의 매력
 
 신현빈이 연기한 장겨울은 늘 지친 표정을 하고 있음에도 결코 도망치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신현빈이 연기한 장겨울은 늘 지친 표정을 하고 있음에도 결코 도망치거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 tvN 화면캡처

 
<슬의생>은 특별히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전문의학드라마라고 하기엔 스토리가 다소 가벼운 편이고 병원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이라고 하기엔 이야기가 너무 진지하다. 하지만 여느 드라마처럼 <슬의생>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르는 바로 '멜로'다. 만약 이우정 작가나 신원호 PD가 <슬의생>의 장르를 '메디컬 멜로'라고 규정한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단연 외과 레지던트 3년 차 장겨울(신현빈 분)이 될 것이다.

교수들은 수두룩하지만 레지던트가 한 명뿐이라는 <슬의생> 외과의 설정상 장겨울은 언제나 교수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물론 레지던트 막내부터 의국장까지 힘든 과정을 홀로 헤쳐 나가야 하는 부담과 외로움도 엄청나겠지만 장겨울은 씩씩하고도 성실하게 의사로서 성장해 나간다. 장겨울은 주인공 5인방을 제외하면 가장 분량이 많은 캐릭터로 매 회마다 꾸준히 주요 에피소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멜로 드라마가 그렇듯 장겨울은 수많은 교수들의 구애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는 안정원 교수(유연석 분)를 짝사랑한다.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장겨울이 안정원의 말과 행동에 따라 보여주는 깨알 같은 리액션은 백미였다. 그리고 장겨울은 마지막에 그토록 좋아하던 안정원과 이어지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그리고 채송화는 이 사실을 미리 눈치채고 있었다).  

장겨울을 연기한 배우 신현빈은 지난 2010년 영화 <방가!방가?>에서 베트남 미망인 장미 역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확실한 대표작을 만나진 못했지만 데뷔 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신현빈은 <슬의생>에서도 화장기 없는 얼굴과 무뚝뚝한 표정 속에 감춰진 장겨울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킹덤>의 기구한 현모양처, <슬의생> 인싸 의사로 변신
 
 추민하의 고백 장면은 <슬의생>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됐다.

추민하의 고백 장면은 <슬의생>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됐다. ⓒ tvN 화면캡처

 
작년과 올해에 걸쳐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에서 가장 기구한 인물 중 하나는 남편을 잃고 힘들게 낳은 아들마저 중전(김혜준 분)에게 빼앗기는 김무영(김상호 분)의 아내다(심지어 본인이 낳은 아들의 몸 속에는 촌충이 살아 움직인다). 이 인물을 연기했던 배우 안은진이 <슬의생>에서는 산부인과 전공의 2년 차 추민하 역을 맡았다.

<킹덤>에서 김무영의 아내가 남편의 뒷바라지에만 매진하는 조선의 전형적인 현모양처였다면 추민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인싸' 캐릭터다. <킹덤>을 통해 안은진을 눈여겨봤던 시청자들이라도 <슬의생>에서 쉴 새 없이 떠들고 오지랖을 부리는 추민하를 보면서 안은진이라는 배우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추민하는 당초 자신에게 과도한 업무를 떠맡기고 성격도 음침해 보이는 양석형 교수(김대명 분)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산모가 안게 될 트라우마까지 생각한 양석형의 배려에 감동한다. 그리고 양석형의 도움으로 직접 태아를 받아낸 후에는 펑펑 눈물을 흘리며 산부인과 의사로서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급기야 10회에서는 양석형에게 "저는 좋아해요, 교수님"이라고 고백을 하면서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해 뮤지컬과 연극 등 무대연기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안은진은 작년에만 무려 7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동범위를 크게 넓히고 있다. 그 중에는 <검사내전>에서의 베일에 싸인 실무관 역과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고시원 살인사건을 추격하는 지구대 순경 역도 있었다. <슬의생>을 성공적으로 마친 안은진은 올해 하반기 방영예정인 JTBC 드라마 <경우의 수>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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