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전통의 영남 라이벌전에서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따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6안타를 때리며 1-0으로 승리했다. 양 팀 선발 댄 스트레일리와 최채흥이 각각 6.1이닝과 7이닝을 무실점으로 호투하는 투수전이 펼쳐진 가운데 삼성의 2번째 투수 이승현을 공략한 롯데가 기분 좋은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며 단독 5위로 올라섰다(10승8패).

롯데는 4번타자 이대호가 8회 결승 적시타를 포함해 2안타1타점으로 활약했고 손아섭도 결승득점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롯데는 이제 경기 후반 아슬아슬한 리드를 만들어도 크게 불안해 하지 않는다. 1점 차 리드를 지킬 수 있는 든든한 마무리 투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올해 초보 마무리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안정된 투구로 롯데의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김원중이 그 주인공이다.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롯데 경기. 9회초 롯데 마무리투수 김원중이 투구하고 있다.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롯데 경기. 9회초 롯데 마무리투수 김원중이 투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의 '고질적인' 마무리 고민

롯데는 '무쇠팔' 고 최동원을 비롯해 윤학길, 염종석, 주형광, 손민한(NC 다이노스 투수코치), 장원준(두산 베어스) ,송승준 등 좋은 투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선발요원으로 롯데는 원년부터 한 번도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배출한 적이 없다. 실제로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177세이브를 기록한 후 롯데로 이적한 손승락을 제외하면 롯데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가 59세이브의 김사율이다.

2010년대 들어 마무리 임경완(롯데 잔류군 투수코치)이 흔들리기 시작한 롯데는 2011년 오래된 유망주 김사율의 약진으로 드디어 마무리 고민을 해결하는 듯 했다. 2011년 5승3패20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3.26을 기록했던 김사율은 2012년 50경기에서 34세이브를 기록하며 롯데 구단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 치웠다(종전기록은 1994년 고 박동희의 31세이브).

하지만 김사율은 이듬 해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롯데는 2차 드래프트와 FA 보상선수로 영입했던 김성배와 김승회(두산) 같은 임시 마무리 투수들로 뒷문을 근근이 막아냈다. 하지만 전문 마무리가 아닌 선수들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난세의 영웅'조차 등장하지 않았던 2015 시즌에는 5세이브6.01의 심수창(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팀 내 최다 세이브 투수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뒷문 보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롯데는 2015년 겨울 FA시장에서 4년6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통산 세 차례나 세이브왕에 올랐던 현역 최고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영입했다. 손승락은 2016년 7승3패20세이브4.26으로 다소 불안한 시즌을 보냈지만 롯데가 5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2017년 1승3패37세이브2.18의 성적으로 개인 통산 4번째 세이브왕에 등극했다. 손승락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였다. 

하지만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손승락도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순 없었다. 2018년 28세이브를 기록한 손승락은 38세 시즌이자 FA 계약 마지막 해였던 작년 4승3패9세이브2홀드3.93으로 부진했고 시즌 종료 후 FA 협상에서 롯데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손승락은 2020 시즌 KBO리그로 복귀하는 오승환(삼성)과 통산 최다 세이브 경쟁을 해보지도 못한 채 15년의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초보 마무리 김원중의 대활약

손승락이 빠지면서 롯데 불펜에 남은 마무리 후보들은 기존의 셋업맨이었던 구승민과 진명호, 박진형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의 마무리 적응 여부를 떠나 기존 필승조 중 하나를 마무리로 돌리면 불펜진 전체가 흔들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요소가 있었다. 이에 허문회 감독은 루키 서준원의 성장과 베테랑 노경은의 복귀로 선발 투수로서 입지가 불안해진 김원중을 새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사실 김원중은 2017 시즌부터 롯데에서 선발 투수로 육성하기 위해 꾸준히 기회를 줬던 유망주지만 선발투수로는 이내 한계를 드러냈던 투수다. 그나마 가장 많은 승수(8승)를 올렸던 2018 시즌에는 평균자책점이 6.94에 달했고 28개의 피홈런은 리그 공동 2위, 77개의 볼넷은 리그 3위에 해당하는 불명예 기록이었다. 김원중은 오히려 작년 시즌 불펜으로 등판한 11경기에서 3.0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된 투구를 선보인 바 있다.

아무리 작년 시즌 불펜 투수로서 성적이 좋았다 해도 프로 입단 후 8년 동안 통산 세이브가 단 1개도 없었던 김원중에게 뒷문을 맡기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심지어 롯데는 김원중 카드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이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도 없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18경기를 치른 현재 김원중을 마무리로 활용한 허문회 감독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김원중이 마무리 투수로서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9경기에 등판한 김원중은 9.1이닝 동안 단 1점만 허용하는 안정된 투구로 1승3세이브0.96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비록 시즌 초반 세이브 기회는 썩 많지 않았지만 .129의 피안타율과 0.75에 불과한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는 올 시즌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분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원중은 지난 22일 키움전부터 26일 삼성전까지 3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세이브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 두산의 이형범(1세이브13.50)과 SK 와이번스의 하재훈(1세이브3.60), kt 위즈의 이대은(1세이브10.13) 등 유난히 마무리 투수들이 흔들리고 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활약이 불투명했던 초보 마무리 김원중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그리고 김원중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안정된 투구를 계속 이어간다면 롯데는 더욱 많은 승수를 적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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