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간수업> 포스터

드라마 <인간수업> 포스터 ⓒ 넷플릭스


세상은 불공평하다. 부모를 잘 만나면 좀 더 안정적으로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좀 더 어려운 환경과 상황 속에서 더 움직이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성공을 한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평범한 삶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모두들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 그 현실은 학교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학교는 한 교실에 모여 똑같은 교육을 받는 공간이지만 모두가 다 같은 상황은 아니다. 개인 가정사에 따라, 사람들 간의 관계에 따라 다르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이 저마다의 머리에 박혀 이리 저리 끌고 다니는 듯하다. 

보는 내내 불편한 드라마 <인간수업>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을 보며 내내 불편했던 건 그 보이지 않는 끈이 계속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지수(김동희)는 성적도 좋고, 조용한 성격으로 문제아처럼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 이후 거의 혼자 방치되다시피 한다. 그마나 종종 만나는 아버지는 주식으로 돈을 날리고 지방 공사장 일자리를 전전한다. 그는 지수의 학업이나 생활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살기에도 버거워 보인다.

지수의 삶의 목표는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진학, 그리고 취업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생활비와 학비가 필요하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형태의 '온라인 포주'를 자처하며 또래 여성들에게 '조건만남'을 알선한다. 지수가 가진 그 끈은 양심도 누를 만큼 강력하다. 그저 평범하기 위해 그가 택한 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이다. 그 자신의 삶은 지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해야 하는 돈벌이 수단이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지수와 마주할 때마다 측은한 감정과 분노를 함께 느낀다.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당장 부모의 도움 없이 졸업까지 필요한 생활비와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극단적 방법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이해가 동시에 따라온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극이 전개되면서 오지수가 가진 순수한 면을 같이 보게 되는데, 이런 모습은 그가 규리(박주현)와 만나는 초기에 도드라진다. 그가 좋아하던 규리와 둘이 카페에서 만나는 장면에서의 모습은 여느 짝사랑에 빠진 청소년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관객은 지수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측은함을 조금 더 느끼는 것일지 모르겠다. 물론 그 측은함은 그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과는 다르다. 당연히 지수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망가뜨리는 일을 지속적이고 계획적으로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가정사에 대한 고려 없이 해당 범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형량이 필요할 것이다. 
 
 드라마 <인간수업> 장면

드라마 <인간수업> 장면 ⓒ 넷플릭스


사회의 안전망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지수와 규리

어쩌면 그가 감옥에서 범죄자 타이틀을 가지게 된다면 더 이상 평범한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 속 사회의 안전망엔 이미 구멍이 나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부적응자인 규리의 끈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규리는 지수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꽤 여유가 있는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만 정신적인 안정감을 얻지는 못한다. 규리의 부모는 그들 자신이 생각하는 딸 규리의 정해진 삶의 목표를 위해 딸을 압박한다. 그 압박의 끈에 조종당하는 규리는 학교 내 다른 사람에게 그 끈을 보여주지 않는다. 학교 내에서는 그저 밝고 씩씩한 인사이더로서 친구들을 리드해 나간다. 규리는 지수와는 전혀 다른 끈을 가졌지만, 그 역시 지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삶에 대한 운영권을 갖고 있지 않다. 

지수는 완전히 버려진 환경에 의해서, 규리는 완전히 통제된 환경에 의해서 자신의 삶을 조정당한다. 그들은 그저 한 발 나아가기 위해 범죄라는 방법을 택한 것이겠지만, 그것은 점점 그들을 예측 가능하지 않은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 드라마 초반 지수가 비대면으로 포주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안전하고 스마트해 보인다. 그리고 규리는 학교 생활에서 모든 것에 완벽하고 스마트해 보인다. 하지만 약간의 압박과 예측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했을 때, 그들은 당황한다. 사회의 안전망 내에서 행동하기를 거부한 그들은 극한의 위기가 닥쳤을 때,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그저 서로 도와주기를 바라는 방법밖에는 없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또 다른 10대인 민희(정다빈) 역시 마찬가지다. 수동적으로 조건 만남을 하며 돈을 벌어 남자 친구 기태(남윤수)와의 데이트 비용이나 선물비용을 충당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남자 친구를 기쁘게 하기 위해 결국 다시 그 일을 찾는다. 그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피해자다. 포주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물건이며, 마지막까지 포주에게 협박을 받고 크게 다친다. 민희의 끈은 포주에게 연결되어 있다. 즉 지수와 규리가 조정하는 그 끈은 민희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민희 역시 그 끈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민희의 남자 친구 기태는 전형적인 학창 시절 양아치다. 폭력적이고 줄담배를 피고, 약한 친구들을 괴롭혀 셔틀로 괴롭히지만 민희가 조건 만남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주에게 쫓아갈 정도로 직설적이고 단순한 인물이다. 기태도 사회 안전망을 벗어나 있지만 그가 그것에서 벗어나 있다는 건, 학교 선생님들도, 경찰들도 알고 있다. 그가 하는 폭력적인 행위와 일탈들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안전망의 감시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가장 폭력적인 인물이지만 다른 등장인물인 지수, 규리, 민희에 비해서는 덜 위험해 보인다.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역부족인 어른들의 노력
 
 드라마 <인간수업> 장면

드라마 <인간수업> 장면 ⓒ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속 어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학교 선생님(박혁권), 경찰관(김여진), 부모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아내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의 방식은 하나같이 아이들을 지켜주기엔 역부족이다. 특히나 선생님과 경찰관은 모두 좋은 마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아이들을 보호하려 하지만 마지막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왕철(최민수)은 조금 다른 어른이다. 그는 지수와 연락하며 조건 만남을 하는 아이들을 지켜주고 대가를 받는다. 그리고 그는 민희나 지수, 규리가 위험에 빠졌을 때 과감히 자신의 몸을 던진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어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교류해 나가지만 그들이 몇몇 아이들의 일탈과 악행을 다 막을 수는 없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최근 사회를 놀라게 한 N번방 사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들은 드라마 속 지수와 마찬가지로 매우 평범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친구나 어른들을 조종해 그들의 삶을 망가뜨렸다. 그들에게도 드라마 속 인물들과 같은 보이지 않는 끈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행동의 대가를 분명히 받아야 한다. <인간수업> 속 지수와 규리도 분명히 그들이 한 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들이 가진 배경이나 삶이 악행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그렇게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그런 지능적인 성범죄들이 조금씩 사라져 갈 것이다.  

<인간수업>은 다소 극단적이지만, 청소년들이 벌일 수 있는 범죄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그들의 악행에 대한 처벌은 강하게 하면서, 그런 아이들의 악행을 막을 수 있는 방안 또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청소년들이 가진 끈이 무엇이고 그들이 한 발 나아가는데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생각하게 만든다. 첫 화를 보기 시작하면 마지막 화까지 보기까지 시간이 길게 걸리지 않는다. 그만큼 몰입감이 상당하고 주인공들의 연기도 아주 좋다. 무엇보다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내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결국 드라마를 다 보고 나면 그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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