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6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의 모금 운동을 추진하고 그해 10월 개소식을 열며 '나눔의 집'의 역사는 시작됐다. 위안부 피해 역사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곳엔 현재 6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살고 있다.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나눔의 집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의 규모도 커졌다.

지난 19일 방송한 < PD수첩 >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 편은 나눔의 집 시설의 관리 실태를 파헤쳤다. 쌓인 후원금만 72억 원. 그러나 할머니들에겐 쓸 수 없는 상황. 나눔의 집은 할머니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대로 운영되어 온 것일까? 도대체 나눔의 집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지난 3월 초,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을 돌보는 분들이 < PD수첩 >에 제보를 했다. 운영진, 이사진, 정부 부처 누구한테 얘기해도 바뀌질 않자 마지막으로 < PD수첩 >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들이 고발한 나눔의 집의 문제점은 심각했고 그 근거도 구체적이었다. 4월 21일, 나눔의 집에서 근무하는 직원 7명은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 섰다. 김대월 나눔의 집 직원은 말한다.

"국민들이 낸 후원금이 기만당하고, 국민들이 기만당하고 있다는 걸 저희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는 것 역시 저희도 기만에 동조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나눔의 집 직원들의 내부 고발은 충격적이다. 대부분 아흔을 넘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치료와 간호는 생존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나라에서 주는 돈 외에 병원비나 간병비를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119구급차 비용까지 할머니가 부담했다.

2018년 나눔의 집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국가 지원 외에 의료비, 재활치료비, 장례비 지출 항목은 0원으로 적혀 있다. 4년간 한 달에 한 번씩 재활물리치료를 도운 자원봉사자도 나눔의 집의 상황이 정말 열악하다고 이야기했다.

"제가 본 몇 년 사이에도 할머니들 위해서 재활이라든가 이런 걸 한 적이 없었어요. 그거 했으면 할머니들 저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거예요."

많은 후원금들은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매월 나눔의 집에 후원하는 사람들만 5~6천명으로 한 달에 후원금으로 2억 원 가까이 들어온다, 그렇게 나눔의 집 통장에 쌓인 후원금은 올해 4월까지 약 72억 원에 달한다. 이자만 매달 수천만 원씩 늘어나는 중이다. 후원금은 넘쳐나는데 나눔의 집 직원들은 할머니들의 간식비, 생필품 구매 비용, 병원비를 후원금으로 지불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이 많은 후원금들은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

나눔의 집 직원들의 고발에 따르면 나눔의 집의 기부금과 후원 물품 모집과 사용 내역은 의혹과 허점으로 가득하다. 나눔의 집에서 근무했던 사회복무요원은 이곳에 지방자치단체, 각종 단쳬, 유명 연예인 등이 후원물품으로 보내는 쌀의 양이 엄청났다고 기억한다. 적게는 몇십 킬로로그램부터 많게는 톤 단위에 이르는 쌀이 기부된다고 한다.

나눔의 집 운영진은 할머니들이 드시라고 보낸 쌀을 승려전문대학인 중앙승가대학교, 신주사 등 다른 불교 조계종 시설로 보냈다. 화장품, 홍삼 같은 다른 후원 물품들도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나눔의 집 운영진은 출근 내역이 없는 스님에게 2년 동안 약 5천만 원의 급여를 지급한 위법 행위도 저질렀다. 근로계약서상엔 위안부 역사관의 인턴 큐레이터이고 주 5일 근무 조건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직원들 누구도 그의 이름을 들어본 기억도,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서류 꾸며 경기도 광주시에 제출하는 범죄 행위까지...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현재 나눔의 집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규모는 1만3000제곱미터(m²)가 넘는다. 그 가치만 약 29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후원금을 사용하여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토지를 구입하는 대출금과 대출이자에 후원금을 사용한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보건복지부 방침에 의하면 사용처를 정하지 않은 비지정후원금일지라도 토지나 건물 등 자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하면 안 된다. 지정기탁서 등 후원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일부의 토지는 오랜 기간 동안 송월주(월주 스님) 대표이사 개인 명의로 되어 있다가 최근에서야 법인에 증여하는 황당한 일도 저질렀다. 김정환 변호사는 굉장히 보기 드문 일이라 지적한다.

"사회복지법인 자체가 하나의 법인격을 가진 법률 행위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나눔의 집의 소유 및 나눔의 집에 관련된 법률 행위는 모두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 이름으로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죠."

지난해 나눔의 집 생활관 시설 증축공사에서도 후원금을 유용한 흔적이 나타났다. 나눔의 집 운영진은 생활관 증축 공사를 하며 정부와 경기도에서 2억 4천만 원을 지원받고 후원금에서 5억 2천만 원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관계자들은 방송인 유재석씨의 국제평화인권센터 지정후원금 2억 1천만 원, 가수 김동완씨의 비지정후원금 4천만 원을 본인 동의 없이 증축 공사에 쓰고 지정기탁서를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경기도 광주시에 제출하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

의아한 내용으로 가득찬 나눔의 집 이사회 회의록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나눔의 집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이 운영을 맡고 있다. 정관을 보면 "이사진의 3분의 2는 대한불교조계종 승적을 가진 자로 해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국민들이 낸 후원금과 정부와 경기도에서 지급한 보조금은 모두 이사들의 책임하에 사용된다. 그런데 < PD수첩 >이 입수한 나눔의 집 법인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의아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사인 스님들은 직접 후원금 사용을 절약할 것을 지시했다. "(요양원을) 호텔식으로 지어 확대해나가야 한다", "(예산을) 100억 원 정도를 잡아야 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을 수 있다"는 등 시설 운영 의도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발언도 쏟아냈다.

노인요양수익사업을 하려는 의도는 정관 개정에서도 나타난다. 처음 나눔의 집 법인을 만들 때의 목적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요양시설'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정관을 보면 무의탁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양로시설과 무료전문요양시설, 미혼모 생활시설 다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운영(기념사업 및 추모사업)이 나올 정도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나눔의 집은 올해 2월엔 법인 사업 종류를 '무료양로시설·무료전문요양시설'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노인양로시설·노인요양시설'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광주시에 냈다. 안진권 나눔의 집 소장은 직원들에게 일반인 할머니 입소자 모집을 지시한 적도 있다.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나눔의 집 문제에 대한 해법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나눔의 집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부터 5년 동안 나눔의 집 역사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한 무라야마 잇페이 씨는 2011년 나눔의 집 생활 복지와 주거 환경 개선, 후원금의 투명한 관리 등을 담은 개선요구안을 운영진에게 요구했다가 해고를 당했다. 2016년엔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회의에서 황명주 시의원이 나눔의 집의 회계감사의 필요성을 지적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공염불에 그쳤다.

나눔의 집의 후원금 관련 의혹은 관리, 감독을 맡은 광주시와 경기도의 책임이 크다. 지난 2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나눔의 집과 관련하여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수사에 착수하고 경찰과 협조 체계를 구축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와 국회는 기부금이나 정부 보조금을 받는 단체들에 대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조계종은 의혹이 커지자 "나눔의 집은 독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며, 나눔의 집의 운영과 관련되어 종단이 직접 관여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실로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20년 넘게 나눔의 집 운영에 관여한 사람이 현재 조계종 총무원장을 맡은 원행 스님이다. 이사회도 조계종 승적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된다. 조계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대응을 버리고 사과와 개선책을 내놓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나눔의 집 문제에 대한 해법은 간단하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활 및 보호시설'이란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면 된다. 노인요양사업 같은 돈벌이의 수단이 변질되어선 절대 안 된다. 나눔의 집에 계신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에게 말한다.

"앞으로 할머니들 다 죽은 다음에 이제 오는 할머니도 없잖아. 다 죽은 다음에 이 집이 어떻게 되는가. 나눔의 집이 그냥 있어야 되죠. 그런데 요양원으로 변하면 안 되죠. 그렇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위안부 역사가 그냥 있어야 해요. 위안부 역사가 어떤 역사인 줄 알고. 정말 뼈아픈 역사예요. 그 역사가 없어져요? 없어지면 안 되지. 그러니까 우리 방도 그대로 해놓으라는 거예요."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