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올레니 대한항공 신임 코치

프란체스코 올레니 대한항공 신임 코치 ⓒ 대한항공 배구단

 
오랜만에 남자배구에 주목할 만한 뉴스가 등장했다. 대한항공이 남자배구와 여자배구를 통틀어 V리그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동시에 영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4일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이탈리아 출신의 로베르토 산틸리(55)를 신임 감독으로, 같은 이탈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코 올레니(44)를 신임 코치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V리그 역사상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동시에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V리그 최초 외국인 감독은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반다이라 마모루(51·일본) 감독이다. 반다이라 감독은 2009-2010시즌 V리그 중간에 흥국생명 팀의 감독대행으로 선임됐다. 이후 2010-2011시즌에는 감독으로 승격돼 팀을 지휘했다.

당시 V리그 분위기에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상당한 용단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흥국생명은 국내 선수 구성상 어려운 여건이었음에도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달성했다. 반다이라 감독도 지도력을 인정 받았고, 배구팬들에게도 좋은 기억을 남겼다. 그러나 반다이라 감독 아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그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2011년 5월 자진 사퇴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결단이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감독뿐만 아니라, 코치도 세계적 수준의 인물을 동반 영입했기 때문이다. 

V리그 최초 '외국인 감독·코치' 동시 영입... 남자배구 변화 물꼬 트나
 
 대한항공 선수들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대한항공 선수들 경기 모습... 2019-2020시즌 V리그 ⓒ 한국배구연맹

 
사실 세계 배구의 대세인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한 스피드 배구' 즉 남미·유럽형 선진 배구를 국내 배구에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감독만 영입해서는 쉽지 않다. 선수의 모든 면을 데이터로 치밀하게 분석하고, 훈련 과정에서 교정해줄 수 있는 외국인 코치도 함께 있어야 '완성형 외국인 코칭스태프'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선진 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감독, 코치, 전력분석원 3인을 모두 세계적 정상급 외국인 지도자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지난 2019년 1월 여자배구 대표팀에 라바리니 감독(41·이탈리아), 세사르 기술 코치(43·스페인), 비아시올리(31·이탈리아) 전력분석원을 동시에 영입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2018-2019시즌 브라질 리그 4관왕, 2019-2020시즌 이탈리아 1부 리그 2위 등을 달성하며 세계 정상급 명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세사르 기술 코치는 현재 여자배구 세계 최정상 클럽인 바크프방크(터키) 팀의 수석 코치를 맡고 있다. 비아시올리 전력분석원도 이탈리아 리그 등 경험이 풍부하다.

대한한공이 이번에 세계적 수준의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동시에 영입했지만, 연봉 등 비용은 이전 기준과 비교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프런트가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빅 리그 시장이 위축된 상황을 간파하고,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동반 영입할 타이밍을 잘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유럽 '빅 리그 강팀' 경험 풍부... 아시아 팀서도 활동

산틸리 대한항공 신임 감독은 유럽 빅 리그 경험이 워낙 많아 이미 명성이 높은 지도자다. 그는 이탈리아, 러시아, 폴란드 리그 등 남자배구 유럽 리그 랭킹 1~3위 리그에서만 감독을 역임했다. 가장 최근 감독 생활은 2018-2019시즌부터 지난 시즌 초반까지 폴란드 리그 강팀인 야스트솅브스키 벵기엘의 감독을 맡았다.

그러나 감독 못지않게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도 눈에 띈다. 그는 유럽 빅 리그에서 '배구 데이터·통계 분석' 분야의 최상급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뿐만 아니라 선수 발굴과 영입을 담당하는 스카우터로도 활약해 왔다.

대한항공 구단 관계자는 25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프란체스코 올레니는 대한항공에서 전력분석 전문 코치 역할을 맡는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부터 산틸리 감독, 최부식 수석코치, 프란체스코 올레니 코치(전력분석 전문), 장광균 코치, 문성준 코치, 이주현 전력분석원, 그리고 체력 및 재활 담당 트레이너 4명 등으로 코칭스태프를 구성할 예정이다. 

올레니 코치는 2005-2006시즌부터 2018-2019시즌까지 대부분 이탈리아 리그 팀에서 활약했다. 다만, 2014-2015, 2015-2016시즌에는 폴란드 리그 베우하투프(Bełchatów) 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베우하투프는 두 시즌 모두 폴란드 리그 3위를 달성했고,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5위를 기록하는 등 유럽 강호였다.

지난 시즌에는 러시아 1부 리그 쿠즈바스 케메로보(Kuzbass Kemerovo) 팀에서 전력분석관으로 활약했다. 케메로보 팀은 2019-2020시즌 러시아 리그 3위를 기록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더욱 빛이 났다. 세계 최강 클럽인 루베 치비타노바(이탈리아)와 함께 2019-2020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전과 결승전은 열리지 못했다.

올레니 코치는 아시아 배구 팀에서도 일한 경력이 있다. 2017~2018년 2년 동안 중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전력분석원으로 일했고, 2017년 12월에 열린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는 중국 상하이 팀의 전력분석원으로 참여한 적도 있다.

대한항공이 세계적 수준급의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동시에 영입하면서 남자배구 프로 팀에도 선진 배구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을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배구 대한항공 조원태 산틸리 V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