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020.5.22

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KIA 선발투수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2020.5.22 ⓒ 연합뉴스

 
타이거즈의 에이스이자 현재 KBO리그 최고 투수로 꼽히는 양현종이 또 하나의 대기록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양현종은 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호투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며 시즌 3승째를 챙겼다.

이날 승리는 양현종의 KBO리그 개인 통산 139번째 승리이기도 했다. KBO리그 역대 다승 부문에서 전날까지 공동 5위를 기록했던 배영수(138승, 은퇴)를 제치고 단독 5위로 올라섰다. 배영수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양현종은 이제 '현역 최다승 투수'가 됐다.

양현종보다 다승순위에서 앞선 4명은 모두 KBO리그 역대 최고 투수로 꼽히는 전설들이다. 1위는 송진우의 210승이다. 2위는 정민철의 161승, 3위는 이강철의 152승, 4위가 선동열의 146승이다.

이중 타이거즈 레전드이기도 한 선동열과 이강철의 기록은 당장 올 시즌 내에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144경기 체제가 유지되는 올해에도 부상만 없다면 양현종은 두 자릿수 이상의 승리를 무난하게 거둘 전망이다. 10승 이상이면 선동열, 16승이면 이강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사실상 현역 선수 중에는 이렇다 할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현역 2위 김광현(136승)은 지난해를 끝으로 미국에 진출했고, 삼성 윤성환(135승)은 최근 기량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 승수 쌓기를 장담하기 어렵다. 당분간 양현종의 독주체제가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이유다.

양현종의 139승은 누적 숫자가 주는 무게감도 크지만, 무엇보다 '꾸준함'으로 쌓아올린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 값지다. 2007년 기아에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이래 양현종은 지난 2019년까지 13시즌 동안 무려 8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으며 무려 1813.2이닝을 소화했다. 2016년에는 토종 투수로 200이닝 돌파,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2017년에는 '꿈의 20승' 고지에 오르기도 했다.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던 2011~2012년 정도를 제외하고 양현종은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한 2014년 이후로는 안정적으로 6년 연속 10승, 170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초특급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0년대만 놓고보면 KBO리그 투수부문 누적 WAR, 다승, 탈삼진, 이닝, 완투, QS(퀄리티스타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양현종이 1위를 독식하고 있다. 동시대를 풍미한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이 데뷔 초기부터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며 일찍 정상의 반열에 오른 '토끼' 형이라면, 양현종은 이들보다 출발은 다소 뒤쳐졌을지 몰라도 기복없이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오래오래 정상을 유지하고 있는 '거북이형' 에이스라고 할 수 있다.

설사 큰 위기가 닥쳐도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어떻게든 극복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는 것도 양현종의 강점이다. 20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양현종의 최전성기는 마침 KBO가 역대급 타고투저가 지배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양현종은 타고투저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에도 평균자책점 2.44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역대 최악의 타선지원을 등에 업고서도 10승 12패 자책점 3.68에 토종 투수 유일의 200이닝을 돌파하며 자기 몫을 다했다.

또한 지난 2019시즌에는 4월까지 무려 평균자책점 8점대를 기록할만큼 하락세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양현종은 이후 보란 듯이 슬럼프를 극복하고 9연승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로 돌아섰고, 최종 성적은 29경기에 나와 184.2이닝을 소화하며 16승 8패 2.29로 평균자책점 타이틀까지 수상하는 오뚝이같은 대반전을 이뤄냈다.

올 시즌도 흐름이 비슷하다. 첫 경기였던 5일 광주 키움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불안하게 출발하며 지난 시즌의 데자뷰를 떠올리게 했지만, 역시 양현종답게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며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이날 SK전은 주무기인 패스트볼로만 삼진 5개를 잡아냈을 만큼 구위가 시즌 초반에 비하여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아도 양현종의 상승세와 함께 팀 4연승으로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리며 기세를 타고 있다.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양현종의 성적 걱정'이라는 이야기가 농담만은 아닌 이유다.

타이거즈를 비롯한 국내 야구 팬들에게 아쉬운 부분은 어쩌면 올해가 양현종을 KBO리그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FA를 맞이하는 양현종은 이미 해외 진출 도전을 선언한 상태다. 양현종이 해외진출에 성공하면 자연히 KBO에 남기고 있던 기록 행진도 당분간 중단된다. 선수의 꿈과 도전의지는 존중해야하지만 양현종마저 떠나고 나면 당분간 KBO리그에서 투수 부문 기록 경신에 도전할만한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야구팬들로서는 못내 안타까운 대목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이미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으로도 역대 프로야구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살아있는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올시즌이 양현종의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라면, 비록 송진우나 정민철의 기록까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최소한 이강철이나 선동열의 기록만큼은 넘어서며 '타이거즈 에이스 계보'를 새롭게 완성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모습을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현장에서 직관하지는 못해도 TV 중계로나마 양현종의 '위대한 도전'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야구 팬들에게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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