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적지에서 선두 NC의 덜미를 잡는 데 성공했다.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22일 통합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5-3으로 승리했다. 주중 kt 위즈와의 3연전에서 1승 2패를 기록했던 한화는 주말 3연전의 첫 경기에서 선두 NC를 잡아내며 LG트윈스에게 끝내기 역전패를 당한 kt를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7승9패).

한화는 선발 워윅 서폴드가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로 시즌 2승째를 챙겼고 김진영과 박상원, 정우람으로 이어진 한화의 필승조도 남은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타선에서는 2년 차 유격수 노시환이 4회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이 선수가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멀티 홈런을 때려내며 한화의 승리를 이끌었다. 1루와 외야를 오가며 소금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베테랑 김문호가 그 주인공이다.

2015년의 최진행 이후 씨가 말라 버린 한화의 좌익수

한화는 최진행이 109경기에서 18홈런 64타점을 기록했던 2015 시즌을 끝으로 확실한 주전 좌익수 없이 수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화는 2016년 멀티 외야수 양성우가 좋은 활약을 해줬지만 양성우는 대전구장을 홈으로 쓰는 코너 외야수임에도 장타력이나 기동력에서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백업으로는 활용가치가 높지만 풀타임 주전을 맡기기엔 부족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화는 2017년 거포 이성열에게 주전 좌익수를 맡겼다. 이성열은 그 해 타율 .307 21홈런 65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했지만 중심타선에서 많은 장타와 타점을 책임져야 할 이성열은 수비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이성열은 2018년부터 전문 지명타자로 변신했고 2018년 34홈런 102타점, 작년 21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한화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했다.

최진행, 양성우, 이성열 카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한용덕 감독은 작년 시즌 좌익수 포지션에 여러 외야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며 '적임자 찾기'에 나섰다. 실제로 작년 한화에서는 최진행이 36경기, 장진혁이 34경기, 김민하가 25경기, 양성우가 21경기, 유장혁이 11경기, 백창수가 11경기에서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렇게 많은 선수가 한 시즌에 한 포지션으로 출전했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한 주전이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화 좌익수 후보들의 성적은 처참했다. 외야 전 포지션을 돌아다닌 장진혁이 유일하게 113경기에 출전해 타율 .254를 기록했지만 테이블세터로 활약하기엔 출루율(.320)이 낮고 삼진(74개)이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후반기에 타율 .321의 맹타를 휘둘렀던 김민하는 프로 입단 후 9년 동안 한 번도 풀타임 1군 선수로 시즌을 치른 적이 없다. 게다가 좌투수에게 .326의 고타율을 기록한 데 비해 우투수를 상대로는 타율이 .215로 뚝 떨어졌다.

그나마 장진혁과 김민하의 작년 시즌 활약은 나은 편이었다. 근성 있는 플레이로 꾸준히 2할대 중후반의 타율을 기록하던 양성우는 작년 타율이 .168까지 추락하며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기록했다.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 지명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청소년 대표 출신의 루키 유장혁 역시 타율 .164 1홈런 4타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신인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좌익수로 데려온 김문호, 김태균 부진으로 1루에서 기회 잡았다
 
 22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 경기, 5회초 1사후 한화 김문호가 좌월 솔로 홈런을 치고 3루를 돌아 홈인하고 있다. 2020.5.22

22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NC 다이노스 경기, 5회초 1사후 한화 김문호가 좌월 솔로 홈런을 치고 3루를 돌아 홈인하고 있다. 2020.5.22 ⓒ 연합뉴스

 
작년 심각한 좌익수 부재를 경험했던 한화였기에 좌익수 보강은 지난 겨울 한화의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한화는 전준우(롯데 자이언츠)라는 FA시장 외야수 최대어에게 손을 뻗어보지 못한 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정진호, 그리고 방출시장에서 롯데에서 14년 동안 활약했던 베테랑 외야수 김문호를 영입했다. 분명 양적으로는 풍부해졌지만 확실한 주전급 선수를 데려 왔다고 할 수는 없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롯데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던 김문호는 2018 시즌을 앞두고 롯데가 FA 민병헌을 영입하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결국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방출을 당해 한화로 이적했다. 한용덕 감독은 정진호와 김문호 영입으로 좌익수 자원이 양적으로 풍부해지자 김문호에게 1루 수비 연습을 병행하라고 지시했다. 김문호를 김태균의 백업 혹은 승부처에서 왼손 대타요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였다.

시즌 초반 정진호가 주전 좌익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김문호의 출전 기회는 썩 많지 않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화의 간판타자 김태균이 시즌 개막 후 11경기에서 타율 .103(29타수 3안타)로 부진한 끝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한용덕 감독은 최근 2경기에서 김문호를 주전 1루수로 기용하고 있다. 그리고 김문호는 1루수로 출전한 2경기에서 3안타 2홈런 4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21일 kt전에서 3회 내야안타로 타점을 올린 후 득점까지 기록했던 김문호는 22일 NC전에서도 1회와 5회 NC 선발 김영규를 상대로 각각 투런 홈런과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06년 프로 입단 후 작년까지 통산 685경기에 출전해 538안타를 때린 김문호가 한 경기에서 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긴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김문호는 올 시즌 6경기에서 타율 .450 2홈런 5타점 5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문호는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6년에도 5월 말까지 .406의 고타율을 유지한 바 있다. 김문호가 시즌 초반에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것은 이미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그림이라는 뜻이다. 만약 지금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김태균이 타격감을 회복한다고 해도 김문호가 주전 자리를 놓칠 리는 없다. 과연 한화에서 순조롭게 새 출발하고 있는 김문호는 대전에서의 첫 시즌을 좋은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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