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미의 관심사> 연출을 맡은 남연우 감독.

영화 <초미의 관심사> 연출을 맡은 남연우 감독. ⓒ 레진스튜디오

 
가수 치타(아래 김은영)의 첫 연기 도전, 캐스팅 확정 이후 감독 합류 등 영화 <초미의 관심사>는 흔히 '일반적인' 제작 공정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시나리오 역시 감독까지 다 합류한 다음에야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감독도 영화 연출이 아닌 연기를 전공한 전문 배우기도 하다.
 
미혼모였던 엄마(조민수)와 이태원에서 잘 나가는 가수로 활동하는 순덕(김은영)이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초미의 관심사> 역시 편견 극복이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싱글맘, 성소수자, 다문화 가족 구성원 등 세간의 선입견이 투영될만한 캐릭터들이 영화 곳곳에 등장한다.
 
22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연우 감독은 "편견에 대한 기획영화인데 기획 과정 자체에서도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편견 극복 과정
 
그간 <용의자X> <대호> <나의 독재자> 등 상업영화 조·단역을 비롯해 단편 영화 연출을 해왔던 남연우 감독은 첫 장편 <분장>으로 2016년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선택상을 받는다. 성소수자 관련 이야기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영화기에 <초미의 관심사> 제작사인 레진스튜디오가 눈여겨보고 있다가 그에게 제안한 것이다. 김은영 역시 애초에 음악 작업으로 참여하려다 제작사의 제안으로 출연까지 결정한 경우였다(관련 기사 : '치타' 아닌 '김은영'... 그가 '편견'을 말하는 이유 http://omn.kr/1nok3).
 
"레진 스튜디오가 생기면서 여러 기획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중 편견에 대한 음악 영화 기획이 있었고, 치타씨의 노래를 듣게 되면서 연기까지 해보자고 제안했다더라. 모녀 이야기로 확장되면서 조민수 선배께 제안이 들어갔는데 치타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셨던 것 같다. 그리고 감독을 찾다가 저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이고.

<분장> 땐 첫 장편이라 뭘 모르고 도전한 것도 있고, 제가 연기하고 싶어서 연출까지 한 거라 설렘이 컸다. 근데 이번엔 연출로 제안을 받아서 부담이 컸지. 사실 전 연기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제작사도 수락했는데 촬영일이 다가올수록 부담이 커져서 결국 연출만 하게 됐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의 한 장면.

영화 <초미의 관심사>의 한 장면. 이 영화를 진행하며 남연우 감독은 김은영과 연인 사이가 됐다. ⓒ 레진스튜디오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남연우 감독 스스로 또한 선입견과 편견을 재확인하며 깨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남 감독은 조민수, 김은영의 만남에 속으로 너무 센 이미지 아니야 생각하면서도 그래서 두 사람과 함께 해보고 싶었다는 당시 속마음부터 전했다.
 
"저 역시 많이 부족해서 시나리오 단계 때 전문 작가님이 함께 붙어서 작업했다. 그 안에서 김은영, 조민수 선배가 여러 아이디어를 주셔서 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조민수 선배께서 '엄마 같은 딸, 딸 같은 엄마 어때?' 하셨고, 그때부터 시나리오가 풀리기 시작했다. 물론 너무 엄마가 철없게 보이지 않나 걱정도 들었는데 선배께서 정말 현장에서 비호감으로 안 가는 선까지 잘해주셨다.
 
그리고 치타의 노랠 들으며 연기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가사를 내뱉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대화하는 것 같더라. 연출을 맡으며 치타의 예전 가사들을 쭉 봤는데 편견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 왜 하나만 답이라 생각하는지, 왜 색안경을 끼는지 그런 가사가 많았고 내겐 공부가 됐다.
 
제가 20년 가까이 연기가 뭔지 고민했던 사람이라 나름 좋아하는 연기도 있고, 지향하는 연기가 있다. 하지만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너무 짧아서 그걸 은영씨에게 다 얘기해줄 순 없더라. 그를 믿고 이 말만 해줬다. 모든 신에서 감정을 드러내진 말고, 그냥 순덕이라는 캐릭터가 할 법한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쉽지 않지. 근데 그걸 해내더라."

 
영화 하는 마음
 
<초미의 관심사>가 기획되던 그즈음 남연우 감독은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를 막연하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1982년생,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왔기에 그것을 불가능한 것처럼 여겼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러던 차에 친구가 남자 캐릭터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그 역할을 여성 배우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그게 맞을 것 같더라. 그렇다면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영화 제안이 와서 선택할 수 있었다. <분장> 덕이다. 제가 성장할 수 있게 한 영화다. 그 영화를 찍으면서 제 안에 편견이 가득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따지고 보면 <분장>이 현재 남연우 감독이 품고 있는 고민의 출발점이자 <초미의 관심사>의 뿌리일 수도 있다. 2017년 공개된 이 영화엔 남연우 감독이 배우로서 고민했던 지점을 비롯해 인생을 치열하게 돌아보던 경험이 녹아 있다.
 
"제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를 06학번으로 늦게 들어갔다. 그때 좋은 스승을 만나 연기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지. 그전엔 체대를 가려고 했다. 중고등학생 때 비보이 활동을 했는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체대를 추천해서 막연하게 준비하다가 고3 때 비보이 관련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면서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 입시 때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지. 바로 군대에 입대했다.
 
제대하고 나서 연기는 배우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연극도 하고 단편 영화도 경험하며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무대에 올랐는데 관객들이 '너 아무 것도 모르잖아'라고 노려보는 것 같더라. 무대 공포증이었다. 아는 형의 권유로 다시 입시를 준비했고, 다행히 한예종에 합격해서 최용진 선생님을 만났다. 그분 덕에 제 공포와 두려움이 사라지게 됐다. 꼭 좀 적어달라. 정말 감사한 은사님이다(웃음)."
 
 
 영화 <초미의 관심사> 연출을 맡은 남연우 감독.

영화 <초미의 관심사> 연출을 맡은 남연우 감독. ⓒ 레진스튜디오

 
"스스로 솔직하길 바라"
 
물론 이후가 순탄했던 건 아니다. 오디션을 전전하며 여러 단역을 따냈지만 원하는 연기에 대한 갈증은 커져 갔다. 그 마음을 글로 풀어낸 게 단편 영화가 됐고, 영화제까지 초청받게 됐다. 남연우의 '감독 역할'은 그렇게 시의적절하게 찾아왔고 진행됐다.
 
"사실 <분장>도 주변 연출들에게 제안했다가 거절해서 결과적으로 제가 한 거다. 영화제 뒤풀이 때 다른 테이블에서 나온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계기였다. 성소수자를 이해하고 말고가 아니라 그냥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였는데 정말 다들 그렇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게이인 친구에게 물었는데 그건 앞에서 하는 말이고 뒤에선 다른 소릴 하는 경우가 많다더라. 그럴 때마다 죽고 싶었다고.
 
꼭 성소수자에 대한 얘길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한국사회가 너무 답만 내놓으려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시기였지. 시를 읽어도 어떤 단어는 무엇을 상징한다고 외우고, 그게 아니라고 하면 틀렸다고 하지 않나. 저 역시 그런 학습을 받으며 자란 성인이었고, 스스로 내 생각을 잘 들여다보고 있는지 의심이 들던 터에 <분장>이란 영화가 나오게 됐다."
 

남연우 감독은 "나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서 배우를 더욱 하고 싶다. 배우는 인간을 연구하는 학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작품을 하나하나 할수록 내가 닳는 게 아니라 넓어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두 편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음에도 그는 연기로 내면을 보이고, 시야를 넓히고 싶은 바람이 커 보였다. 그의 다음 행보가 충분히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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