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투수 박상원은 '기합소리'로 최근 이슈가 됐다. 박상원은 마운드 위에서 습관적으로 기합을 자주 넣는 선수다. 그런데 17일 롯데전에서 이 기합 소리 때문에 상대팀 허문회 롯데 감독으로부터 항의를 받으면서 졸지에 주목을 받게 됐다.

당시 허 감독은 박상원의 기합소리가 타자를 방해한다며 심판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주심은 박상원에게 약간의 주의를 준 뒤 경기를 재개시켰고, 박상원은 이후 롯데 벤치를 향해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박상원은 전준우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경기는 비록 연장접전 끝에 한화의 승리로 끝났지만, 한용덕 한화 감독은 '기합소리는 투수의 개인적 습관이자 경기의 일부분일 뿐'이라며 오히려 롯데의 항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경기 이후 박상원의 기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여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체로 팬들은 경기중 투수의 기합소리까지 문제삼는 건 과하지 않냐는 의견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야구 전문가들끼리도 저마다의 관점에 따라 입장차가 뚜렷했다는 점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나 이강철 KT 감독  같은 '투수 출신' 감독들은 대체로 박상원의 기합을 투수의 자연스러운 루틴으로 옹호한 반면, 김태형 두산 감독이나 이동욱 NC 감독 등 '타자 출신'들은 타격에 방해될 정도의 소음이나 행동에 대해 어필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판진은 주심의 재량에 따라 제지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경기에서도 다시 한번 박상원의 기합이 이슈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대 선수가 박상원을 조롱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또 다른 국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박상원은 KT전에서 9회 등판해 상대 타선을 잘 틀어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특유의 기합소리도 여전했다. 그런데 TV 방송 중계화면이 KT 덕아웃을 비추면서 경기를 지켜보던 KT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그라운드를 향해 삿대질을 하더니 오른손 검지를 입술쪽에 갖다 대고 '쉿'하는 동작을 취하는 모습이 잡혔다.

정황상 박상원을 향하여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이다. 한용덕 감독은 덕아웃에서 나와 KT 덕아웃쪽을 가리키며 심판에게 무언가 어필하기도 했다. 이후 경기는 다시 진행됐고 쿠에바스도 더 이상의 자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KT 측은 쿠에바스가 박상원을 조롱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투수의 기합소리가 논란이 된 것 자체가 소모적이다. 굳이 야구만이 아니라 수많은 스포츠에서 운동시 기합을 지르는 행위는 일상적이다. 순간적으로 힘을 더 쏟아붓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기합이 들어가기도 한다. 야구에서 공 하나를 던질 때 전력을 다해야 하는 투수의 입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박상원이 예전에는 이러한 기합을 넣지 않던 선수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박상원은 과거의 경기자료나 동료들의 증언을 봐도 항상 투구시에 습관적으로 기합을 넣었다. 새삼스럽게 기합이 이슈가 된 것은 올시즌 프로야구가 전례없는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면서 그라운드 위에서 벌어지는 '현장의 소음'이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특수한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박상원은 경기중 매너가 다른 투수들에 비해 오히려 좋은 편에 속한다. 본인의 실수로 상대 선수의 몸에 공을 맞혔을 때 바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박상원의 기합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경기중 덕아웃에서 벌어지는 '트래쉬 토크'다. 투수의 기합소리를 문제삼는 근거는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소음이나 행동'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덕아웃에서는 상대팀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심지어 조롱하는 행위가 일어나기도 한다. 

쿠에바스가 박상원을 도발하는 듯한 제스쳐로 논란이 됐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상원의 기합을 처음 문제삼았던 17일 한화-롯데전. 당시 롯데 덕아웃에서 박상원의 기합소리를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거나 동물에 비유하며 노골적인 야유를 퍼붓는 모습이 역시 TV 중계를 통하여 그대로 잡히기도 했다. 

경기 중 벌어지는 일상적인 도발과 기싸움으로 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야구 경기의 일부분이나 오래된 관행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모든 스포츠에는 규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문화와 관행, 불문율 등이 있다. 경기 중에 벌어지는 기싸움을 일일이 문제삼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것이다. 결국은 적절한 수위와 존중의 문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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