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만개하는 아름다운 5월이다. 화려한 계절에 화답하듯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에서는 '고백'이 만발했다. 좋아한다는 직접적인 고백부터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간접적인 고백, 자신을 마음을 인정하지 못한 이의 고백 같지 않은 고백 등 설레이는 사랑의 고백들이 드라마를 가득 채웠다. 반면, 듣고 싶지 않은 고백과 사람을 살린 눈물 나는 고백도 있었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포스터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포스터 ⓒ tvN

 
엄마의 '뜻밖의' 고백에 놀란 석형

소아외과의 안정원(유연석 분)의 엄마 정로사(김해숙 분)는 생각이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 주종수(김갑수 분)에게 말을 가슴 속에만 담지 말고 하라고 충고한다. 누구든 머리와 가슴에 담긴 생각과 마음을 시원하게 표현하고 싶을 것이다. 허나, 그게 또 마음대로 쉽게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고 성격이다. 산부인과의 양석형(김대명 분)의 엄마 조영혜(문희경 분)처럼 이혼 도장을 찍기로 한 날, '네 아버지 사랑해'란 말을 아들에게 고백하게 될 수도 있다.

정원이 신부가 되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 주말에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하며 고민에 빠진 로사에게 종수는 무조건 피하라고 충고한다. 그러다 보면 방도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듣고 싶지 않은 고백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가 그 사람과의 만남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 쪽이든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말해야 할 것이며 들어야 할 것이다. 타이밍을 잘 맞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영혜처럼 너무 늦어 버릴 수도 있다. 괜히 말했다는 후회보다 더한 것은 늦게 말했다는 후회이며, 그것보다 더한 후회는 말하지 않았다는 후회이다.

드디어, 정원이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분)을 향해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간담췌외과의 이익준(조정석 분)은 정원의 마음을 흔들 '요망한' 계획을 세운다. 정원을 자극하기 위해 겨울이 마치 남자친구에게 구애를 받은 듯한 상황을 연출한다.

겨울의 연애 소식에 외과의 모두가 환호하지만 정원은 별다른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익준과 함께 있던 겨울을 향해 정원은 다정한 미소와 함께 '안녕'하고 인사한다. 놀라는 익준에게 정원은 자신이 방금 한 말을 한사코 부인한다. 이후 익준은 정원에게 마음이 가는 대로 하라는 충고를 한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한 장면 ⓒ tvN

 
겨울과 신부 사이에서 고민하는 정원

사실, 정원이 겨울에게 마음이 없지 않다는 것은 여러 번 드러났다. 누구에게나 다정한 정원이 유독 겨울에게는 차가웠다. 정원은 데이트를 청하는 겨울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겨울의 마음을 알고 부러 그랬다 쳐도 그에게 비슷한 마음을 보이는 다른 레지던트와는 사적인 자리를 갖고 편하게 대하는 것과는 퍽 대조적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이를 보며 정원은 신경외과의 채송화에게 "어른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지 못한 것은 정원이었다.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던 본심이 뜻밖의 장소에서 겨울을 보자 '안녕'하고 나와 버린 것이다. 

고백은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입술이 마음을 읽어버린 것이다.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신부가 될 마음과 겨울에 대한 연정 사이에서 정원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겨울을 위해선 로사가 정원을 제대로 피해 다녀야 한다.

이런 정원과 달리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안은진 분)는 석형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가감없이 표현한다. 일부러 석형을 기다려 함께 퇴근한 민하는 대화 중 '전 좋아해요'라고 고백한다. 그녀의 돌직구 고백에 그야말로 돌이 되어버린 석형에게 예전과 똑같이 대해 달라는 부탁까지 덧붙이는 민하의 모습은 어여쁘기 그지없다.

민하의 고백에 석형은 어떤 마음이 들까. 복잡한 가정사에 최근 부모의 이혼 문제로 심란할 석형이 선뜻 민하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엄마를 돌보듯 다정하게 산모들을 진료하는 석형이 자신의 삶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한 장면 ⓒ tvN

 
송화에게 간접적으로 마음을 고백한 익준

민하의 고백처럼 익준도 송화에게 마음을 비친다. "너를 위해 하는 일이 뭐야?"라는 송화의 질문에 익준은 '너랑 밥 먹는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이 그녀에게 있음을 비춘다. 그간 송화의 문지방이 닳도록 익준이 밥을 먹으러 온 것은 송화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당황한 송화는 짐짓 창밖의 비를 바라본다. 송화은 캠핑을 좋아한다. 화목 난로에 장작 거치대까지 준비하는 캠핑광이지만 의외로 비를 좋아한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익준은 비가 오는 날이면 송화를 챙긴다. 사실 캠핑과 비는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송화가 비를 좋아하는 데에는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 '비'가 연결되어 있음을, 그 비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만 같다.

흉부외과 레지던트 도재학(정문성 분)은 당황스럽다. 심장 발작이 일어날 위험과 그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차라리 죽겠다며 이뇨제 투여와 관장을 거부한다. 수치스럽다는 환자에게 "환자 마음대로 하라"고 돌아서는 담당 의사 천명태(최영우 분)의 태도에 재학은 어쩔 줄을 모른다. 준완을 찾아가 환자의 위험한 상태를 이야기하자 준완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환자를 살리라고 호통친다.

경과를 묻는 동료 레지던트들에게 재학은 환자가 죽으면 자신은 직장을 잃게 된다고 사정하며 무릎을 꿇었다고 침통하게 이야기한다. 수치심에 관장을 거부하는 환자에게 재학은 자신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며, 의사로서의 권위와 개인적인 자존심 모두를 버린 것이다. 결국, 환자의 안위를 위해 재학이 감내한 수치는 환자가 자신의 수치를 감내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환자가 살게 되었다 해도 재학의 수치심이 사라질 수는 없다. 수치심은 누가 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때문에 주변에서 아무리 괜찮다 해도 당사자의 심경 변화가 없다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재학의 눈물 어린 표정은 그가 스스로에게 큰 모멸감과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한 장면 ⓒ tvN

 
그 순간 치홍의 '형'이라는 한 마디는 재학을 수치의 늪에서 구해낸다. 치홍은 환자를 살리려 그런 일까지 감내한 재학의 진심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재학은 딸기 농장을 하는 그 환자에게 딸기와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서 감사하다는 쪽지를 받는다. 사실 환자가 진심으로 죽고 싶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힘든 투병에 지쳐 잠시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었을 터였다. 스티로폼 박스 한편에 꽂혀 있던 환자의 쪽지는 간결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딸기처럼 고운 빛깔이다. 그 고백은 그 어떤 고백보다도 아름답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에서 사랑에 빠진 율제종합병원 의사 5인방의 모습은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시킨다. 여기에 '미친놈'이란 별칭까지 끌어내는 익준의 익살스러움, "출마하세요"라는 이야기까지 듣는 송화의 바른 인성, 어린이 환자에게 마음을 다하는 정원의 다정함, 함께 쓰는 방을 엉망으로 만드는 동료를 무심히 대하는 석형의 너그러움, 섭섭할 만도 하거늘 익순을 배려하며 좋은 해결점을 찾으려는 준완의 사랑 등이 더해진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주지만, 다분히 비현실적이다.

그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판타지'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사실 현실에서 드라마 속 5인방처럼 환자를 최우선에 두는 바른 인성에 최고의 실력까지 겸비한 의사를 만나기는 어렵다. 어딘가 있기는 있을 것이고, 그간 만난 숱한 의사들 중 한 명은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나 촘촘한 일정에 세심하게 환자를 보살피지 못해 환자에 성심을 다하는 태도를 드러낼 순간을 미처 만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결론은,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 반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판타지라 할 수 있다. 만약 판타지가 현실을 왜곡할 목적으로 사용되어 시청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면 그 판타지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한 장면

▲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 한 장면 ⓒ 양선영

 
그러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과 의사에 대한 새로운 판타지를 생산하지 않는다. '슬의' 속 의사를 만날 수 없다고 아쉬워하거나 씁쓸해하지 않는다. 현실의 많은 의사들이 드라마틱한 포장을 하지 않더라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또한 잘 알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병원은 삶과 죽음의 순환과 교차를 목격할 수 있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율제종합병원의 많은 환자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아픈 우리들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이성, 행복, 사랑, 순수, 가족으로 대변되는 다섯 의사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들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판타지는 이 가치들이 삶에 동반되는 고통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과정 속에서 드라마의 판타지가 목적하는 것은 위로이자 치유이다. 아픈 환자에 대한 '슬의' 속 의사들의 성심을 다한 치료는 미지의 누군가가 힘든 우리에게 보내는 공감이다. 그 방법은 도미노와 같은 연쇄 작용을 희망한다. 재학을 향한 치홍의 "형" 한마디처럼 '화려하지 않은' 그 단어가 큰 힘을 전할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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