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관중석 말고는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재미있는 명장면 그 자체였다. 후반전 초반만 해도 홈 팀 수원이 이번 시즌 우승 후보 울산을 잡아내는 것 아니냐는 예상 밖 결과가 예상됐지만 진짜 축구는 54분부터 시작됐다. 축구팬들을 또 한 번 놀라게 만드는 펠레 스코어 대역전 드라마가 완성된 것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17일 오후 4시 30분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2라운드 수원 블루윙즈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3-2 대역전승을 거두고 2연승(7득점 2실점) 선두 자리를 지키게 됐다.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세 번째 골을 넣은 주니오가 기뻐하고 있다.

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세 번째 골을 넣은 주니오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원 MF 고승범의 멋진 골 무색

지난 주 첫 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골(4득점)을 터뜨리며 놀라운 공격력을 자랑한 울산을 맞아 전반전에 골을 내주지 않으며 뒷문을 잘 걸어잠근 홈 팀 수원은 미드필더 고승범이 전반 종료 직전에 슈퍼 골을 터뜨리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44분, 뒤에서 공을 잡고 솔로 드리블로 중앙선을 넘은 고승범에게 울산 수비수들이 계속 거리를 주자 고승범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울산 골문으로부터 약 28미터 지점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린 것이다.

순발력 뛰어난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랐지만 고승범의 오른쪽 발등을 떠난 공이 솟았다가 뚝 떨어지며 그물을 흔들었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의 리그 첫 게임에서 아쉽게 0-1로 패한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는 멋진 골이었다.

그리고 후반전 초반에도 홈 팀 수원이 좋은 기분을 이어나갔다. 47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 골잡이 크르피치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명준재의 크로스를 내려찍는 헤더 슛으로 추가골을 넣은 것이다. 울산 풀백 김태환의 뒤에 숨어있다가 크로스 낙하 지점을 찾는 크르피치의 감각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울산의 진짜 호랑이 '주니오' 2게임 연속 멀티 골

예상 못한 2실점에 흔들린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52분에 한꺼번에 두 선수를 들여보내며 게임 뒤집기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신진호와 이상헌을 빼고 원두재와 고명진을 들여보낸 것이다.

새로 들어간 두 선수와 윤빛가람은 보다 날카로운 삼각형들을 그리며 홈 팀 수원의 중원을 조금씩 허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짓말같은 대역전 드라마의 막이 올랐다.

울산의 재미있고도 쉬운 축구를 주도하고 있는 새 얼굴 이청용이 기막힌 패스 감각으로 역전승 시나리오 서막을 열어준 것이다. 54분, 김태환의 오른쪽 옆줄 밖 던지기부터 시작하여 윤빛가람의 논스톱 방향 전환 패스, 이청용의 오른발 논스톱 전진 패스가 물 흐르듯 골 기운을 만들어줬고 이 공을 받은 골잡이 주니오는 수원 수비수 박대원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완벽한 작품이었다.

여기까지는 수원도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61분에 내준 동점골은 역전패를 자초하는 뼈아픈 실수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울산 풀백 김태환이 수원의 노련한 윙백 홍철을 따돌리고 올려준 골에 수비수 이종성은 돌이킬 수 없는 판단미스를 범했다.  

크로스를 가슴으로 떨어뜨려 동료 골키퍼 노동건이 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었는데 자신의 바로 뒤에 붙어있던 울산의 빠른 날개 김인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만 것이다. 김인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 슛을 꽂아넣어 점수판을 2-2로 만들었다. 승점 3점이 한 순간의 판단 실수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장면이었다.

울산의 대역전승 드라마를 완성시킨 주인공은 진짜 호랑이 주니오였다. 88분에 고명진이 얻어낸 프리킥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어 3-2 펠레 스코어를 완성한 것이다. 수원 골문으로부터 약 30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이라 감아차기 궤적을 예상하고 있던 골키퍼 노동건이 수비벽 사이로 낮게 뻗어오는 공을 따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골을 내줬다. 

한 두 번이지만 섣부른 예측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을 만한 게임이었다. 울산 골잡이 주니오는 이로써 상주 상무와의 첫 라운드 2득점 1도움에 이어 수원 블루윙즈와의 이번 라운드에서도 2득점 활약을 펼치며 2020 시즌 초반 절정의 골 감각을 맘껏 자랑하게 됐다.

기분 좋은 역전승으로 2승(7득점 2실점)을 따낸 울산 현대는 24일 부산 아이파크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2게임 연속 1점차 패배의 아쉬움을 맛본 수원 블루윙즈도 23일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2020 K리그 원 2라운드 결과(17일 오후 4시 30분, 수원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2-3 울산 현대 [득점 : 고승범(44분), 크르피치(47분,도움-명준재) / 주니오(54분,도움-이청용), 김인성(61분), 주니오(88분)]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한의권(59분↔타가트), 크르피치
MF : 홍철(73분↔박상혁), 염기훈(65분↔김준형), 고승범, 김민우, 명준재
DF : 박대원, 헨리, 이종성
GK : 노동건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김인성, 이상헌(52분↔고명진), 이청용(87분↔이동경)
DMF : 신진호(52분↔원두재), 윤빛가람
DF : 데이비슨, 불투이스, 정승현, 김태환
GK :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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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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